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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중세교회 죽인 페스트처럼 2020년 한국 '교회-코로나19' 2중주도 계속?

대통령과 국민의 간곡한 부탁을 외면한 기독교계 지도자들과 유현준 교수의 '공간 권력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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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영태 편집국장⁄ 2020.08.27 15:47:10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한국 개신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본관에서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회장 등 기독교 지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코로나 극복에 대다수 교회가 정부의 방역 지침에 협력하면서 비대면 온라인 예배를 해주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교회에선 대면 예배를 고수하고 있다”며 “방역을 방해하는 특정 교회가 국민의 삶을 무너뜨리고 있다. 방역은 신앙의 영역이 아니다”며 코로나19 방역에 기독교계의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나 이러한 당부에 대해 김태영 회장은 “정부가 교회와 사찰, 성당 같은 종교단체를 영업장이나 사업장 취급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종교가) 어떤 이들에게는 취미일지 모르지만 신앙을 생명같이 여기는 이들에게는 종교의 자유는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가치다”라며 “대통령께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그 어떤 종교의 자유도 집회와 표현의 자유도 지금 엄청난 피해 앞에서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종교의 자유를 너무 쉽게 공권력으로 제한할 수 있고 중단을 명령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려서 크게 놀랐다”고 발언했다.

김 회장은 이어 “(기독교는) 피라미드 구조와 중앙집권적인 상하 구조가 아니다. 연합회나 총회에서 지시한다고 해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단체가 아니다. 한 부모 슬하에 여러 자녀가 있듯이 장로, 감리, 순복음, 침례 등 여러 교파가 있고 같은 교파 안에서도 지향점이 다른 여러 교단이 있다. 외부에서 보면 분열처럼 비치지만 다양함 속에서 일체를 추구하는 것이 기독교의 특성이다. 교회들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선 소모임과 식사는 일체 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생활에서 종교 역할을 잘 이해하고 계시는 대통령님의 너그로운 판단을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한국 개신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서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왼쪽 세번째)의 발언을 들은 뒤 박수를 치고 있다.


김 회장의 이러한 발언은 이미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가 지난 5월 발간한 ‘공간이 만든 공간’에서 이미 예견돼 있었다. 아무리 코로나19가 창궐해도 교회들은 모일 수밖에 없을지를 유 교수가 풀이해 놨기 때문이다. 한 번 들여다보자.

 

모닥불을 피우고 둥그렇게 앉아서 불을 같이 본다. 같은 불을 함께 보는 공통의 행위는 사람들을 한 공동체로 만든다. 시선이 모이는 공간 구조는 참석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 공연장이나 경기장에서 같은 이벤트를 보는 것은 동질감을 강화한다. 이를 알았던 고대 그리스는 원형 극장을 만들었고 로마는 콜로세움을 만들었다. 이때 시선을 받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권력을 가지게 된다. 옆에서 설교자를 열심히 쳐다보면서 앉아 있는 사람이 없는 인터넷 예배에서는 같은 내용도 무게감이 다르다. 그래서 종교는 항상 모이기를 힘쓴다. 공간이 허락되지 않으면 시간이라도 맞춘다. 유목 민족이어서 한 장소에서 모이기 힘들었던 이슬람교인들은 시간을 맞추어서 동시에 기도를 하게 했다. 이때에 그나마 같은 방향을 보기 위해서 메카를 향해서 기도를 하게 한다. 이렇게 집단행동을 하면 눈앞에 종교 지도자가 없어도 개인은 작아지고 보이지 않는 권력이 만들어진다. (중략) 전염병이 있어도 마지막까지 모이려는 곳은 종교 공간일 것이다. 모여야 권위가 생기기 때문이다. (중략) 중세 때 흑사병으로 천 년 동안 무소불위의 권위를 가졌던 교회가 힘을 잃었고, 이후 르네상스라는 인문 개혁이 일어났다.(387~388쪽)

 

다중의 시선이 모이는 곳에 있는 사람이 권력자이고, 교회는 딱 그런 공간적 구조를 갖고 있다. 신도들은 낮은 공간에 일렬 지어 앉아 상대적으로 높은 교단의 목사를 바라본다. 의자는 1인용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앉는 일체형이고 일단 여기 앉으면 예배가 다 끝나기 전에는 나갈 수 없다. 절대적 권력 창출의 공간 구조다.

유 교수의 공간 해석에 따르면, 이런 공간 구조를 벗어나는 순간, 그 이전의 절대적 지배자의 권력을 사라지게 된다. 권력의 발생 근거가 공간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전염병이 창궐해도 교회는 목사와 신도가 마지막까지 모이려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유 교수는 해석해 놓은 셈이다. 그리고 이런 모임의 역사적 결말도 책에 나와 있다.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죽였다는 중세의 페스트 대유행 당시,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기독교 신자들은 교회의 목사 곁으로 모여들었고, 목사는 이들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더욱더 열심히 다 함께 기도를 했고, 그래서 페스트는 교회를 중심으로 더욱더 퍼졌다고 한다. 그래서 페스트 대유행 당시 특히 목사들의 사망률이 높았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그 결과는 교회의 붕괴였다. 교회에 모이면 모일수록, 목사가 열심히 기도하면 할수록 더욱 더 교회에서 페스트 사망자가 나오는 현실에서, 교인들의 신앙심, 하나님을 바라보는 시각은 바뀔 수밖에 없었을 듯하다.

대통령이 간곡하고도 강한 어조로 교계의 협조를 바라는 데도, 그리고 사실 이는 국민 일반의 바람인 데도 불구하고, 일부 기독교계 지도자들의 ‘우리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계속 모일 수밖에 없다. 우리를 일반 업소처럼 취급하지 말라’고 항변하고 나선다면, 그 결말이 보일 듯도 하다. 중세 유럽을 1347년부터 3년간 휩쓴 페스트가 기독교의 몰락과 르네상스를 낳았듯, 673년 뒤 2020년 한국에서 ‘코로나19와 교회’가 지금처럼 계속 연관된다면 한국 역사에서도 유럽 르네상스와 같은 탈교회 움직임이 대대적으로 시작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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