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때 100원이라도 허투루 쓸 수 없죠. 한 푼이라도 모아야 돼요.” 예전이었으면 구두쇠, 짠돌이, 궁상이라고 일컬어졌을 것들이 최근엔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푼돈을 모으고 생활에 활용하는 ‘짠테크(짜다+재테크의 합성어)’ 투자다.
지난 3월 jtbc 예능 프로그램 ‘돈길만 걸어요 - 정산회담’에 출연한 유튜버 강상규 씨는 짠테크로 10년간 2억 4000만 원 정도를 모았다고 말했다. 그의 첫 월급은 세후 103만 원, 연봉은 1320만 원이었다.
그가 공개한 지출명세서를 보면 한 달 휴대전화 요금은 1만 4000원, 교통비 2~3만 원, 관리비 8만 원이었다. 관리비엔 전기, 가스, 수도, 인터넷이 포함됐다. 휴대전화 요금을 줄이기 위해 알뜰폰을 사용하고, 회사와 집이 가까워 도보를 이용해 교통비를 아꼈다고 한다.
2030 세대인 나의 소비 습관은 어떨지 궁금했다. 카드사 앱을 켜 소비 현황을 확인해 봤다. 강상규 씨와 비교했을 때 흥청망청 쓰고 있다 해도 무방할 정도로 지출이 컸다. 그 와중에 트렌드를 따라가고 싶었던 건지 카카오뱅크에서 진행하는 저금통 서비스를 신청해 짠테크도 실천하고 있었다. 카카오뱅크 저금통 서비스는 저금통을 개설하고 동전 모으기를 선택하면 카카오뱅크 입출금 계좌에 있는 1000원 미만의 잔돈이 저금통으로 다음날 자동 이체된다.
카드사 앱으로 한 달간 나의 소비 현황을 확인하려고 하니 쉽지 않았다. 중구난방으로 4개의 카드를 번갈아 가며 사용해서다. 나름대로 똘똘하게 지출한다고 생각했는데, 카드를 통일하지 않으니 소비 패턴을 파악하는 게 힘이 들었다.
어렵사리 소비 현황을 확인한 결과 외식과 쇼핑 등에 116만 원 정도를 사용했다. 운동 회원권 등록비 45만 원, 교통비 7만 원 정도를 제하더라도 64만 원 정도를 먹고 치장하는 데 썼던 셈이다. 허리띠를 졸라매면 10만 원 정도의 지출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지출관리의 시작은 카드를 정리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하지 않는가. 사용 카드를 4개에서 2개로 줄이고, 점심 후에 먹는 커피를 끊으며, 지인들과의 저녁 약속을 최대한 줄이기로 마음먹었다.
2개의 주 사용 카드는 할인이 많이 되는 신용카드와 카카오뱅크로 추려졌다. 카카오뱅크는 평소에 신청해 놓은 저금통 서비스를 활용하기 위해 선정했다. 저금통 서비스를 신청한 이후 지금(110일 차)까지 모은 금액은 7016원이었다. 이렇게 나도 짠테크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푼돈 모아 목돈 ‘짠테크’ … 매일매일 습관처럼
불경기 때마다 짠테크에 대한 이슈는 활발했다. 일례로 1998년 IMF 시대에는 초절약 ‘짠돌이’들이, 2008년 금융위기 때는 ‘파이어족(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이 되자며 20대 초반에 지출을 최대한으로 줄이려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파이어족은 부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고, 은퇴 후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모아서 최대한 빨리 은퇴하겠다는 의지를 실천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올해는 ‘코로나19 세대’라는 눈물겨운 별칭을 얻은 밀레니얼 세대가 짠테크를 실천 중이다. 경제적 전망이 어두워진 탓에 적은 돈을 모아 생활비라도 벌겠다는 심산이다.
취업포털 인그루트와 알바앱 알바콜이 ‘코로나 이후 소비심리’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최근 성인남녀 5명 중 4명이 짠테크 중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은 77%, 구직자는 85%가 짠테크를 실천하고 있었다. 짠테크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 부족(25%)’과 ‘비상금 마련(23%)’이었다.
짠테크는 코로나19라는 안타까운 시대적인 배경을 타고 활활 타오르고 있지만, 매일매일 돈을 습관적으로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본다. 티끌이 태산이 될 수 있음을 jtbc 돈길만 걸어요 - 정산회담에 출연한 강상규 씨를 통해 배웠으니 말이다. 먹고 살기 퍽퍽해진 요즘, 짠돌이라고 핍박받지 않는 지금이 알뜰살뜰 돈 모을 수 있는 최적기일지도 모른다.
“매일매일 운동을 해야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듯 경제 독립도 매일매일 부자가 되는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해야 가능해진다”는 메리츠자산운용 존 리 대표의 말이 떠오르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