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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서 ‘뭇매’ 5G 이동통신…“무늬만 5G” vs “갈수록 성과 나는 중”

실망한 56만 고객 “LTE로 유턴”…“‘20배 빠른 속도’는 B2B에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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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6호 윤지원⁄ 2020.10.24 09:08:15

국정감사 첫날인 10월 7일, 국회에서 진행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는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를 향한 비판과 지적이 끝없이 이어졌다. 대한민국의 5G 이동통신 서비스는 지난해 4월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자랑스러운 명찰을 스스로 달고 화려하게 출범했다. 하지만 1년 반이 지난 시점에 국회에서 들여다본 현실은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소비자의 입장과 정부 및 업계의 입장 사이에는 뚜렷한 간극이 있었다.
 

10월 7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이원욱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LTE로 되돌아간 5G 가입자, 56만 명

5G는 “4세대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라며 뛰어난 품질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빠르게 가입자를 늘려왔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5G 가입자는 올해 8월 31일 기준 총 865만 8222명에 달한다.

하지만 그동안 5G 서비스에 가입했다가 요금과 서비스 품질 등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LTE로 돌아간 이용자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홍정민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고양시병)에 따르면 이러한 이동통신 이용자는 56만 265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5G 전체 가입자의 6.5%에 달한다.

특히, 이들이 5G 서비스를 포기하고 LTE로 되돌아가는 절차는 단순히 두 개 서비스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간단한 수준이 아니어서 여기엔 더 중대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홍 의원에 따르면 5G 스마트폰을 구매하고 5G 요금제에 가입하는 사용자 다수가 공시지원금 또는 선택약정 할인을 받는다. 따라서 이들은 5G 요금제를 LTE 요금제로 전환하기 위해 여러 불편을 거치는 것을 감수했다.

홍 의원은 “5G의 낮은 품질, 충분하지 않은 커버리지, 비싼 요금제에 질린 소비자들이 번거로운 절차를 뚫고 LTE로 돌아가고 있다”며, “통신사업자들은 5G 품질향상과 이용자 만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5G 기지국이 없거나 10개 이하인 지역 현황. (자료 = 김영식 국회의원실)


전국망 구축 속도, 오히려 ‘느려져’
아직도 기지국 아예 없는 지역 5곳


그 많은 소비자가 오죽하면 그런 불편과 손해를 감수하고 LTE로 돌아가고 있을까? 5G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실망감, 특히 비싼 요금제와 과장된 광고에 비해 실제 속도나 커버리지 등 서비스 품질이 좋지 않은 ‘가성비’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국감에서는 5G 커버리지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도 5G 스마트폰과 서비스가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홍정민 의원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5G 기지국이 10개 이하로 설치된 지자체는 34곳이다. 이 중에서도 기지국이 전혀 없는 지역도 5곳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지역은 경북 영양군, 봉화군, 전남 신안군, 강원 철원군, 양구군 등이다.

특히, 평균 소득 수준과 인구밀도가 높은 편인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를 비롯 경기도 고양시, 성남시, 수원시, 안산시, 용인시, 경남 창원시 등에는 2천 개가 넘는 기지국이 설치되어 있는 반면 전남의 22개 기초지자체 중 10개 지역, 경북의 23개 기초지자체 중 9개 지역에는 기지국이 10개 이하로 설치되어있었다.

시(市)․구(區)․군(郡)단위로 구분했을 때는, 시 단위의 기지국은 5만 7607개, 구 단위는 6만 9454개, 군 단위는 4954개였다. 대도시권인 구 단위 기지국이 군 단위에 비해 14배 많았다.

기지국 1개당 인구도 구 단위에서는 314명인데 비해 군 단위는 이보다 2.8배 많은 880명이었다.
 

서울지역 자치구별 5G 기지국 수 현황. (자료 = 김영식 국회의원실)


서울지역 내에서도 지역간 5G 기지국 투자 격차는 심했다. 과방위 김영식 의원(국민의힘, 경북 구미을)에 따르면 서울지역 25개 자치구 간에 5G 기지국 수의 차이는 최대 3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말 준공신고 된 기지국 수 기준으로 기지국이 가장 많았던 곳은 2680개의 강남구인 반면 가장 적은 곳은 도봉구로 기지국은 699개에 그쳤다. 두 번째로 많은 송파구도 2157개로 도봉구의 3배가 넘는다.

지역 간에 이처럼 확연한 차이가 날 정도로 일부 지역에서는 5G 커버리지가 극도로 부족하여 전국에서 5G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기지국 확충이 시급하다. 하지만 기지국 설치 속도는 오히려 더뎌진 것으로 드러났다.

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운 기지국 수보다 올해 세운 기지국 수가 증가한 곳은 32개 지역에 불과했고 192개 지역은 지난해보다 기지국 설치 실적이 저조했다. 강원도 4개 군, 경북의 5개 군, 전남의 7개 군 등 17개 군에서는 2020년 기지국 증설이 아예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처럼 5G 커버리지의 확충이 더뎌지고 있는 가운데, 기지국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지역에서도 5G 스마트폰 판매가 이어지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홍정민 의원실에 따르면 5G 기지국이 아예 없는 5개 지역에 소재한 휴대전화 판매점에 5G 스마트폰 판매 여부를 파악한 결과 문의한 모든 판매점이 5G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통신사업자들이 5G 커버리지 확충에는 노력하지 않고, 5G스마트폰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커버리지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지역에서의 5G서비스 판매 현황을 살펴보고, 불완전판매가 이뤄지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갈길 먼 5G 커버리지? 이통 3사, 인프라 공동구축 위해 '역대급' 협력

 

10월 7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20배 속도’는 제한적 서비스
최기영 장관 “28GHz는 일반인 대상 아냐”


서울 강남구, 송파구 등 기지국 수가 충분히 갖춰진 듯 보이는 곳이라고 해도 5G 서비스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실내에서는 서비스가 안 되는 등 커버리지가 부족한 것은 둘째 치고, 비싼 요금제와 광고 등을 근거로 기대했던 속도에 훨씬 못 미치는 속도 때문이다.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는 5G의 이론상 최대 속도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기준에 따르면 5G는 “모든 통신 자원이 제공될 때” 초당 20Gbps(초당 기가비트)의 다운로드 속도가 나와야 하는데, 이것이 LTE의 최대 다운로드 속도인 1Gbps의 20배다.

실제 현실은 이렇다. 지난 8월 발표된 과기부의 상반기 5G 품질평가에서 이통 3사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656.56Mbps(초당 메가비트)에 그쳤다. 이는 LTE(158.53Mbps)의 4배 정도 속도긴 하지만 20배에는 못 미치고, LTE의 최대 다운로드 속도보다도 느리다.

또, 영국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이 최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7~9월 세계 15개국 5G 서비스 평균 속도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5G 평균 속도는 336.1Mbps로 사우디아라비아(377.2Mbps)에 이어 세계 2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3월 조사(224Mbps)보다 112.1Mbps나 빨라진 속도지만, 우리나라 과기부의 품질평가 결과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 정도 속도가 언제나 안정적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다. 서비스 속도에는 스마트폰과 기지국과의 거리, 장애물의 분포, 인구 밀집도 등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20년 7~9월 국가별 5G 다운로드 평균 속도. (자료 = 오픈시그널)


또, 초당 20Gbps는 초고속 주파수 대역인 28GHz 전파를 사용할 때에나 ‘이론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현재 상용화된 5G는 3.5GHz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다. 수치로 8분의 1 수준이다.

주파수 대역은 정부와 이통 업계가 ‘LTE의 20배’를 언급했던 것이 소비자를 기만한 허위 과장 광고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는 배경이며, 5G 소비자들의 불만의 핵심인 것으로 여겨지는 근거다.

국정감사에서는 속도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가 더 실망할만한 얘기가 나왔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7일 국정감사에서 28GHz 전파를 활용한 5G 서비스를 전국망 서비스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

이날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불투명한 28GHz 대역에 대해 정부가 방향을 정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최 장관은 “정부는 5G의 28GHz 주파수를 전 국민에게 서비스한다는 생각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며 “스몰 셀을 통해서 일부 영역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최 장관은 28GHz 주파수에 대해 “B2B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면서 “실제 기업들과 그렇게 추진 중”이라며 “B2B를 포함한 특정 서비스를 위한 것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유영상 SK텔레콤 MNO 사업대표(왼쪽부터), 강국현 KT 커스터머 부문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이 10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각각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20배’는 산업용 … 한국 5G “품질 좋아지는 중”

소비자의 불만과는 달리, 업계에서는 28GHz 대역의 전파로 일반 소비자 대상의 5G 상용화를 추진하는 것은 무리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9월 23일 서울 중구 페럼센터에서 열린 ‘5G 기술 세미나’에서 SK텔레콤은 5G 전국망 구축에 필요한 장비가 20만 대 이상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이 회사가 9월까지 전국에 구축한 5G 장비는 10만 대 정도였다. LTE는 장비 10만 대로 전국망 구축이 가능했지만 5G 전국망은 3.5GHz 장비로도 2배 이상 든다.

그런데 28GHz 전파는 속도가 빠른 대신 커버리지가 3.5GHz 대비 10~15% 수준에 불과하다. 즉, 같은 면적 내에서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기지국 개수가 3.5GHz보다 7배~10배 많다. 28GHz로 전국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10배 가까이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앞서 오픈시그널의 조사에서 미국의 버라이즌은 28GHz 주파수를 부분적으로 상용화해 5G 평균 속도가 494.7Mbps로 측정됐는데 이는 모든 조사 대상국 사업자 중 가장 빠른 속도였다.

하지만 미국 전역을 놓고 봤을 때는 T모바일과 AT&T 등 다른 사업자가 3.5GHz보다 더 느린 600~850MHz 주파수를 사용한 탓에 전체 평균 속도는 불과 52Mbps로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인 15위에 그쳤다.

반면 우리나라는 3.5HGz 주파수를 기반으로 집중투자한 결과 5G 속도 및 서비스 가용성(사람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장소에서 측정한 네트워크 연결 시간의 비율) 면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2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서비스 품질이 개선되는 속도도 빠른 편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SK텔레콤 엔지니어들이 5G 무선 프론트홀 장비를 구축하고 있다. (사진 = SK텔레콤)


9월의 5G 기술 세미나에서도 한국이 3.5GHz 전파로 5G 전국망을 구축해 나가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로스 오브라이언 MIT 테크놀로지 리뷰 편집장은 "한국이 3.5㎓ 도입으로 속도와 커버리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한편, 5G 기술 진화 및 생태계도 잘 선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알렉스 최 도이치텔레콤 부사장도 "한국의 5G 성과는 전 세계적으로 특별하다"며 "한국을 제외하고는 높은 속도를 낼 수 있는 3.5㎓ 중대역에서 전국적인 규모의 커버리지를 갖춘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통 업계는 올해 안에 28GHz 대역의 5G 서비스를 상용화하려는 계획이다. 단 최기영 장관의 발언처럼 B2B 분야에 우선 적용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의 류정환 5GX인프라그룹장은 “5G B2B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하는 게 관건인데, 아직 뚜렷한 현장 사이트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28㎓ 및 대역은 전파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속도, 안정성 및 체감 품질 면에서 B2B 특화 서비스에 활용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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