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고윤기 법 칼럼] 가면 쓴 유튜버에게 욕 했다면 죄 되나 안 되나

  •  

cnbnews 제687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20.11.16 09:45:26

(문화경제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최근 디지털 교도소의 운영자가 베트남에서 검거되었다. 디지털 교도소라는 곳은 성범죄자와 사이코패스의 신상정보를 알려준다는 인터넷 사이트이다. 법원의 판결로 행해지는 성범죄자의 신상 공개와는 다른 이른바 ‘사적 처벌’이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만약에 오인사격으로 무고한 사람이 그곳에 게시된다면, 그 피해는 도저히 회복할 도리가 없다. 또한, 운영자가 익명으로 숨어 있으므로, 피해자의 피해 회복은 더욱 요원하다.

어떤 방식으로든 디지털 세계에서 자신의 얼굴이 드러난다는 것은 쉽게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유튜브 채널에 가면을 쓰고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필자도 처음 유튜브 채널을 만들 때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만화 캐릭터로 영상을 구성했다. 현실의 나와 유튜브 세계의 나를 구별하고 싶었다. 그런데 영상에 신뢰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얼굴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고,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 지금은 얼굴을 드러낸 영상을 찍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졌다.

얼굴을 가린 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을 ‘가면 유튜버’라고도 하는데, 이들의 발언은 거침이 없는 경우가 많다. 가면 뒤에서 평소에 하지 못하던 말을 쏟아낸다. 그 말은 어떤 사람에게는 통쾌함으로, 어떤 이에게는 상처로 다가온다. 거침없는 발언의 결과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문제를 일으킨다. 가면 유튜버의 채널에서는 유튜버가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하기도 하고,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처벌되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특정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특정도 중요하다. 일단,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를 왜 처벌할까? 상대방에 대한 사회적 평가의 저해, 모욕감 등을 이유로 들 수 있는데, 쉽게 말하면 상대방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럽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아무도 듣거나 보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큰 소리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명예훼손, 모욕을 해도 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악플 사망사건에 대한 ‘에브리타임’과 대학의 책임 조치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사이버불링 혐오표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그래서 상대방이 모욕이나 명예훼손으로 인해서 피해를 보았다고 할 수 있으려면, 가해자가 한 욕설이나 명예훼손 사실이 “상대방(피해자)과 관련된 것이라는 점”을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있어야 한다. 이게 바로 피해자 특정이다. 피해자의 신상을 가해자가 알 것이 요건이 아니라, 그 명예훼손, 모욕 사실을 보고 들은 사람들이 피해자의 신상을 알 것이 요건이다. 이렇게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으면,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앞서 말한 ‘가면 유튜버’에게 내가 욕을 했다고 하자. 그런데 그 가면 유튜버가 누구인지는 그 사람들의 지인들 외에는 모른다. 만약에 그 가면 유튜버가 나를 모욕죄로 고소하더라도, 나는 처벌되지 않는다.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그 가면 유튜버의 신상을 알고 있더라도, 내 욕설을 듣는 다른 사람들이 그 가면 유튜버가 누군지 모르면 처벌할 수 없다는 말이다.

가면 속 인물을 사람들이 알 수 있는 경우라면

앞서 말한 것처럼,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는 나를 제삼자에게 창피를 주었기 때문에 처벌하는 측면이 있다. 내가 그 가면 유튜버가 누구인지 사람들 앞에서 욕을 아무리 많이 해도, 그에게 창피를 준 게 아니기 때문에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가면을 쓰고 이름을 숨긴 채 뒤에 숨어 있는 한, 법률이 보호해주는 영역도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정황을 종합해서 볼 때, 그 가면 유튜버가 실제로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면 처벌할 수 있다. 가해자가 그 가면 유튜버가 실제 누구인지를 몰랐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워낙 유명한 사람이라서 누구나 그자가 실제로 김OO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면, 피해자가 특정되어 모욕,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는 말이다.

실무상 사이버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고소를 하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가해자가 누구인가를 특정하는 것이고 그 다음이 이 ‘피해자 특정’이다. 위에서 가면 유튜버를 예로 들었지만, 닉네임이나 아이디에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해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정황을 종합하여 볼 때 그 닉네임이나 ID의 소유자가 실제로 누구인지 알 수 없다면 처벌할 수 없는 결과가 된다.

관련태그
CNB  씨앤비  시앤비  CNB뉴스  씨앤비뉴스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