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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튈지 모르는’ 정용진, 똑닮은 고릴라 캐릭터부터 맥주 사업까지?

SNS서 ‘제이릴라’ 캐릭터 홍보 톡톡 … ‘렛츠 프레시’ 맥주 상표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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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00호 옥송이⁄ 2021.05.15 07:41:32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 럭비공이 아니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말이다. 최근 그의 행보를 보면 가히 ‘예측 불가’다. 테마파크 사업 준비, 야구단 인수 등에 이어 이번엔 고릴라 캐릭터를 끌고 왔다. 정용진의 속내는 뭘까?

화성에서 온 고릴라? 누구니 넌

나이는 한 살. 화성 출신 고릴라로, 불시착한 탓에 현재 지구에 살고 있다. 특징은 야구와 빵을 좋아한다는 점.

범상치 않은 인물 소개의 주인공은 ‘제이릴라(JRilla)’. 신세계그룹이 선보인 캐릭터다. 난데없는 캐릭터 사업이 생경하지만, 이 고릴라를 찬찬히 뜯어보면 신세계 직계 혈통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다.

일단 이름부터 그렇다. ‘릴라’는 종(種)에서 따왔고, 앞글자 ‘제이’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이니셜 ‘J’를 이어받았다는 것이 업계 정설이다. 게다가 생김새마저 정 부회장을 빼다 박아, 공개 당시부터 ‘정 부회장 헌정 캐릭터’라는 추측이 나왔다.
 

신세계는 고릴라 캐릭터인 '제이릴라'를 공개했다. 제이릴라(오른쪽)는 본인 명의 SNS 계정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한다. 사진 = 제이릴라 SNS 갈무리 


정 부회장의 분신과 같은 이 캐릭터는 2D에 멈춰 있지 않다. 본인 명의의 SNS 계정을 운영하며 일상을 공유한다. 사람 나이로 치면 아직 채 돌이 안 됐건만, 화성 출신이라 그런지 성장 속도가 남다르다. 제이릴라가 즐기는 일상은 우리네 20~30대와 비슷하다.

SSG 랜더스필드에 들러 야구도 즐기고, MZ세대 사이서 ‘힙’하다는 것은 다 해본다. 젊은 층이 좋아하는 성수동의 한 복합문화공간을 찾은 뒤에는 “내 스타일에 취향저격 당함. 왠지 자주 갈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란 글도 남겼다. 말투나 사진 모두 20, 30대 팔로워를 의식했다. 이는 사실상 제이릴라를 활용한 다음 사업이 MZ세대와 맞물린다는 것을 예고하는 셈이다.

메타버스로 MZ세대 겨냥한다

제이릴라는 지난해 이마트가 특허정보넷 키프리스를 통해 상표권을 출원한 캐릭터다.

신세계의 새로운 행보에 업계의 추측이 쏟아졌으나, 지난해 말 신세계푸드가 이마트로부터 상표 소유권을 가져오면서 사업의 향방이 정해졌다. 콘셉트 상 ‘빵을 좋아하는 고릴라’인 만큼 베이커리 사업을 위주로 전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제이릴라표 베이커리 사업은 신세계그룹 캐릭터 사업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캐릭터의 존재감이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비대면 소통과 온라인 거래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캐릭터는 강력한 마케팅 전략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 그렇다. 이른바 ‘메타버스(Metaverse)’다.
 

제이릴라의 상표 소유권은 신세계푸드가 갖고 있다. 사진은 특허정보넷 키프리스에 등록된 제이릴라 캐릭터. 사진 = 특허정보넷 키프리스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인 ‘Universe(유니버스)’와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Meta(메타)’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기존 VR과의 차이점은 현실의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VR은 현실을 가상 공간으로 만든다면, 메타버스는 현실의 나를 대변하는 캐릭터가 가상 공간에 들어가는 식이다. 이 세계관의 핵심이 캐릭터인 이유다.

또 다른 자아를 보여주는 수단이 되면서 최근 유통업계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이 세계관과 캐릭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제이릴라는 신세계 최초의 메타버스 시도 격인데, 인지도 면에서는 성공적이다. ‘본캐’ 정 부회장이 SNS에서 ‘부캐’와 환상의 호흡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제이릴라의 일방적 구애에 정 부회장이 공개적으로 ‘디스(비난을 뜻함)’하는 식이다. 지난 5일에는 어린이날을 맞아 제이릴라가 정 부회장에게 그림과 케이크를 선물하자 정 부회장은 “내가 싫어하는 고릴라가 보내준 케이크. 버리려다가 아이들이 좋아해 킵했다” “너무나 짜증나는 고릴라 x끼. 진짜 나랑 하나도 안 닮았고 J는 내 이니셜도 아님” 등의 댓글을 남겨 웃음을 자아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SNS를 통해 제이릴라 홍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주로 제이릴라에게 까칠하게 대응해 웃음을 자아내는 식이다. 사진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SNS 갈무리 


이 같은 정 부회장식 ‘까칠한’ 대응은 고도의 홍보 전략이다. SNS에서 꾸준히 제이릴라를 언급하면서, 사람들이 해당 캐릭터 계정에 방문하고 친근감을 느끼게 만드는 식이다. 신세계푸드는 제이릴라에 ‘스토리’를 입혀 베이커리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광폭 행보’ 신세계, 주류 사업 재개 … 소주병 치우고 맥주병 딴다

신세계가 준비하고 있는 신사업은 또 있다. 다름 아닌 맥주다.

신세계L&B는 지난 2월 특허청에 ‘렛츠 프레시 투데이(Lets Fresh Today)’라는 이름의 상표권 출원을 신청했다. 신세계L&B는 이마트가 100% 지분을 소유한 와인 도매 회사로, 이번 상표권 신청을 통해 취급 주류를 넓힌다. 다만, 양조장을 갖추고 직접 맥주를 만드는 건 아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야구단을 인수한 신세계그룹이 주류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맥주를 택한 것”이라며 “SSG랜더스와 맥주를 마케팅적으로 연결하고, 신세계의 다양한 유통채널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세계L&B는 지난 2월 맥주 상표권 출원을 신청했다. 사진 = 특허정보넷 키프리스 


한편, 신세계의 맥주 사업은 패배를 맛본 소주를 대신해 성공적으로 안착할지 주목받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2016년 제주 향토 기업인 제주소주를 인수해 소주 ‘푸른밤’을 출시한 바 있다. ‘제주 화산 암반수로 만든 깨끗한 소주’를 슬로건으로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으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2016년의 영업손실액은 19억 원을 기록했고, 매년 악화돼 2019년에는 141억 원까지 손실이 불어났다. 결국, 신세계는 올해 3월 소주 사업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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