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1호 이될순⁄ 2021.06.03 14:27:02
증권사들이 플랫폼 기업과 손잡고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다. 점점 치열해지는 금융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품 공급자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소비자 중심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2편의 주인공은 증권사 중 유일하게 온라인쇼핑 플랫폼과 손을 잡고 젊은 투자자들을 공략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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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 모바일 상품권, 1년 새 1993억 원어치 팔려
한국투자증권은 온라인 금융상품권을 11번가, G마켓, 옥션, g9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 금융상품권은 주식이나 채권, 펀드, 발행어음과 같은 모든 금융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권이다.
상품권은 5만 원권과 3만 원권 두 종류다. 5만 원권 기준으로 1인이 한 달에 2매까지 구매 가능하고 상품권 등록은 한 달에 50만 원까지 가능하다.
상품권 사용은 한국투자증권 계좌에 보유한 상품권의 일련번호를 복사하고 한국투자 앱 금융상품권 메뉴에서 쿠폰 번호를 붙여 넣으면 액면가만큼의 금액이 계좌에 충전된다. 소수점 거래가 가능한 미니스탁 앱을 사용하면 해외 주식을 쪼개서 소액으로 사는 것도 가능하다.
28일 한국투자증권은 온라인 금융상품권 출시 이후 올해 5월 초까지 약 416만 장을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액수로는 1993억 원 상당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상품권을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이유는 소액투자자들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며 “혁신금융 서비스의 취지에 맞게 활성화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 상품권을 발행한 뜻은?
한국투자증권이 상품권을 발행한 이유는 ‘금융 습관을 선물한다’는 취지에서다. 상품권은 대게 선물 수요자를 위한 상품이다. 본인이 직접 사비로 상품권을 구매해 이용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지인이나 이벤트를 통해서 상품권을 사용하는 경우가 더욱 빈번하다는 데 착안했다.
한국투자증권은 30일 간 상품권을 최대 2매까지만 살 수 있도록 했다. 또 등록 가능한 액수는 50만 원까지 가능하다. 이는 직접 구매보다 선물을 통한 상품권 사용을 활발하게 하려는 의도에서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의 금융상품권은 주식을 비롯한 다양한 금융 상품을 원하는 대로 직접 구매할 수 있고, 상품권을 현금화 할 수 있는 환급성도 높다”고 말했다.
증권사 최초로 상품권 거래 서비스 지정받아
2019년 10월 한국투자증권은 증권사 최초로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투자 상품권 거래 서비스를 지정받아 지난해 3월 온라인 금융상품권을 출시했다. 국내 주식투자 활성화가 지속되자 증권사의 다양한 서비스와 금융 당국의 규제완화 지원이 더해져 탄생했다.
금융위는 2019년 4월부터 혁신적이고 소비자 편익이 큰 새로운 금융 서비스에 대해 일정 기간 규제 특례를 적용하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현행 규제에 구애받지 않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시장에서 테스트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금융위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 인가나 영업행위 등 규제 적용을 2년간(최대 4년) 유예‧면제 받는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온라인 금융상품권 서비스는 올해 8월까지 한시적으로 판매가 가능하다”며 “2년 더 판매할 수 있는 연장 신청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현행 자본시장법 아래선 온라인 쇼핑몰에서 금융투자상품권을 판매할 수 없다. 자본시장법 11조는 금융투자업자가 아니면 금융상품 중개나 권유를 할 수 없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위는 이 사업이 금융투자 상품에 대한 투자자 접근성과 자산관리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지난해 10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고, 이 서비스에 한해 온라인 쇼핑 플랫폼 사업자가 금융 상품을 팔 수 있도록 하는 특례를 적용했다.
온라인 금융투자상품권 인기가 높아지자 KB증권도 관련 상품을 출시했다. 올해 5월엔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주식 상품권을 내놓았다.
2030이 친숙한 온라인 환경에 초점
온라인 금융상품권은 특히 2030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투자 연령대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 ~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합쳐 통칭하는 단어)가 이용하기 쉬운 온라인 환경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28일 한국투자증권은 전체 금융상품권 등록 고객 중 약 60%가 2030세대라고 밝혔다. 디지털 금융혁신을 핵심 경영 과제로 내세워 발 빠른 변화에 나선 덕분이다.
이 같은 디지털 혁신은 한국투자증권의 온라인 주식거래 서비스인 ‘뱅키스(BanKIS)’의 누적 계좌수에도 영향을 줬다. 2019년 135만 개였던 계좌수가 올해 500만 개로 크게 늘었다. 2030세대 비중도 2018년 말 전체 고객의 37%에서 현재 57%로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초보 투자자들이 자산관리 시장에 관심을 갖고 손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온라인쇼핑 플랫폼을 판매 채널로 활용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