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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에 돈쭐 ②] 에너지바로 환골탈태한 맥주박

오비맥주, 양조 과정서 버려지던 부산물 새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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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02호 옥송이⁄ 2021.06.15 09:25:11

‘돈쭐내다’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 ‘돈’과 ‘혼쭐내다’를 합친 신조어로, 정의로운 일을 함으로써 귀감이 된 소상공인의 매출을 올려주자는 의미로 사용된다. 꾸짖는다는 본래 의미와 달리, 애정이 듬뿍 담긴 소비 행동의 일환인 셈이다. 최근에는 환경보호 움직임이 일면서 남다른 친환경 행보를 보인 기업들이 수혜를 입고 있다. 이른바 친환경이 돈이 된다는 뜻이다. 어떤 기업들이 ‘돈쭐’나고 있는지 살펴본다. 2편은 버려지는 맥주 찌꺼기를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킨 오비맥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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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터(dieter)에게 질문 하나. 에너지바가 과연 다이어트 식품일까? 간편하게 포만감을 느낄 수 있어 많은 이들이 간식으로 찾지만, 허와 실이 있다. 실(實)은 탄단지(탄수화물·단백질·지방) 등 영양소를 고루 갖췄다는 점이다. 여기서 파생되는 허(虛)는 급격하게 열량을 보충하는 만큼 고칼로리를 피할 수 없다는 것.

물론 하루에 한 개만 먹는다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생각보다 에너지바는 맛있다. 한 개 먹으면 두 개 먹고 싶다. 달콤한 맛을 내는 당류가 포함돼 그렇다. 다소 사악한 반전에도 불구, 간편함과 영양, 그리고 맛 때문에 에너지바를 포기할 수 없다면 성분을 따져봐야 할 터. 오비맥주가 올해 1월 선보인 ‘리너지바(RE:nerge bar)’는 특별한 원재료 덕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카스 맥주박으로 만든 리너지바. 사진 = 오비맥주 


부산물의 대변신

목표치의 6332% 상회. 본 제품 출시에 앞서 지난 1월 7일부터 25일까지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한 결과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식품은 불편을 해소하는 혁신제품이 아니다 보니 크라우드 펀딩 진행 시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는 어렵지만, ‘리너지바(RE:nerge bar)’의 펀딩 달성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제품이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은 이유는 단순히 맥주회사가 이색 상품을 출시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버려지는 부산물을 재가공해 만든 친환경 제품이기 때문이다. 원료가 된 맥주박(麥酒粕)은 맥주를 짜고 남은 찌꺼기로, 단백질·섬유질·무기질·비타민 함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맥주박은 부가가치가 높음에도 불구, 그동안 주로 버려지거나 가축의 사료 정도로만 쓰였다. 주세법상 주류제조장에서는 주류 외에는 생산이 금지됐던 탓이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고시가 개정되면서 맥주 부산물도 식품의 원료로 쓰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고, 오비맥주는 앞서 2019년 발굴한 스타트업 리하베스트와 함께 맥주박 업사이클링(폐자원에 활용성을 더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 새활용)을 시작했다.
 

푸드 업사이클 스타트업 리하베스트는 오비의 맥주박을 살균, 건조, 분쇄해 BSG(맥주박)가루로 만든다. 오비맥주와 리하베스트는 맥주박 가루를 활용해 다양한 식품을 함께 개발할 예정이다. 사진 = 리하베스트 


살균-건조-분쇄 거쳐 식품으로 … 탄소 배출도 저감

현재 오비맥주는 대표제품 카스의 맥주박만 에너지바로 새활용 하는데, 과정은 이와 같다. 오비의 양조 과정에서 발생한 맥주박을 리하베스트가 당일에 수거해간다. 이후 리하베스트에서는 축축한 상태의 맥주박을 살균하고 건조한 뒤 분쇄해 ‘BSG(Barley Saved Grain 맥주박)가루’로 만든다.

이때 등장하는 BSG가루가 카스 업사이클링의 핵심이다.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어서 여러 식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데, 영양가는 더 뛰어나다. 밀가루보다 단백질은 약 2.4배, 식이섬유는 약 20배를 함유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맥주박은 맥아즙을 만드는 담금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젖은 상태라 상하기 쉽다”며 “이전엔 주세법 때문에 맥주박을 활용 못 하기도 했지만, 상해서 폐기할 때도 있었다. 지금은 맥주박을 바로 수거해 에너지바 등 식품으로 만들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왼쪽)지난해 11월 나탈리 보르헤스 오비맥주 구매·지속가능경영 부문 부사장과 (오른쪽)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가 맥주 부산물 업사이클링 사업을 위한 상생 협약을 체결한 모습. 사진 = 오비맥주 


이어 “리너지바 외에도 맥주박으로 다양한 식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지난 2일에는 BSG가루를 원료로 만든 음식을 임직원끼리 체험해봤는데, 베이커리류는 물론 음료 등 다양한 식품으로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맥주박을 새활용하면 작물과 매립 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억제해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 영양소가 훌륭할 뿐 아니라 환경에도 효과적인 친환경 비즈니스”라고 설명했다.


특별한 원료를 재가공했다는 점에 소비자 반응도 좋다. 한 소비자는 “맥아로 만든 제품이 어떤 맛일까 궁금했는데, 다소 건강한 맛일 거란 걱정과 달리 바삭바삭하고 중독성 있다. 고단백 고식이섬유라 다이어트 간식으로 먹는다”며 “업사이클링 철학도 좋고, 지속가능가치에 한 표 주고 싶다”고 말했다.

오비 표 상생 ESG, 고부가가치 사업은 계속된다

오비의 맥주박 새활용은 아직 파일럿 단계다. 다만 시범판매 기간 소비자 반응을 검증했고, ESG에 부합하는 사업이라 판단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업계의 기존 캠페인들은 인식제고 차원의 일회성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푸드 업사이클링은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이라 생각한다”며 “ESG가 모두 포함된다. 맥주박 새활용을 통해 작물·매립 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줄여 친환경적이고, 펀딩 수익의 일부는 취약계층을 위해 사용했다. 또한, 스타트업과 함께 하는 만큼 상생까지 된다”고 말했다.
 

오비맥주는 지난 2일 임직원을 대상으로 '카스 맥주박 업사이클링 푸드 페스티벌'을 진행했다. 맥주박으로 만든 식품을 직접 체험하는 행사다. 사진은 배하준 오비맥주 대표가 맥주박으로 만든 식품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 = 오비맥주 


이어 “오비가 맥주를 생산하는 한 맥주박은 계속 나올 거고, 협업 스타트업도 건강한 식품을 계속 생산할 수 있다. 또한, 해당 스타트업은 상품 포장과 검수 과정에 장애인 등의 소외계층을 고용해 사회적 가치도 창출한다”며 “이에 오비는 카스 외에 수제 맥주라인 등 다른 제품의 맥주박도 식품으로 업사이클링할 계획이다. 현재 다른 브랜드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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