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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착한(義) 가게가 좋나, 돈 잘버는(利) 가게가 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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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01호 최영태 편집국장⁄ 2021.06.14 11:36:33

(문화경제 = 최영태 편집국장) 세상이 온통 돈으로 난리다. 초저금리 시대에 돈을 더 벌기 위해 부동산으로, 주식으로 돈이 뛰어다니더니, 이제는 주식 시장 만큼의 돈이 가상화폐로 쏟아져 들어갔다고 한다. 너나없이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세상이다. 이번 호 문화경제가 실은 ‘플랫폼 + 증권 협업’(10~15쪽), ‘제로금리에 10% 고금리?’(52~53쪽), ‘액티브 ETF 출시 붐’(54~57쪽) 기사들은 모두 그런 현상의 단면들이다.

이렇게 돈을 더 벌기 위해 애쓰는 세상이지만, 한국이 ‘자본주의적’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성균관대 중국대학원의 안유화 교수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중국은 사회주의고, 한국은 자본주의라지만, 현실은 다르다. 한국이 사회주의적이고, 중국은 자본주의적이다. 중국 대학 교수의 월급은 기본급이 정해져 있을 뿐 강의 학생 숫자가 늘어나면 더 많은 월급을 준다. 당연하다고 생각하기에 어떤 교수도 문제 제기를 않는다. 중국 대학에서는 복사 등에 일일이 돈을 챙겨 받는다. 한국 대학에서 그랬다가는 큰일난다. 그래서 사회주의적이다.”

자본주의를 한다면서도 공적으로는 돈 얘기를 꺼리는 게 한국 문화다. 안 교수는 한국에서 강연 의뢰자가 “얼마를 줄지”를 말해주지도 않고, 강연자도 묻지 않는 행태가 너무 이상하고 했다. “강연료로 얼마 줄 거냐?”고 미리 물으면 이상한 사람이 된다는 얘기였다. 이상하지 않은가? 사후에 생각보다 강연료가 적다면 모멸감을 느낄 텐데….

강연료에 대해선 정봉주 전 의원이 재밌는 얘기를 했다. ‘민주’ 단체에서 강연 요청이 와도 자신은 “내 강연비는 무조건 300만 원 이상”이라고 미리 말한단다. 상대방이 대개 깜짝 놀라지만 보통 300만 원 정도는 문제 없이 마련한단다. 아무리 민주 ‘동지’들이지만 이렇게 터놓고 얘기하는 게 좋다.

 

 

돈에 대한 이상한 태도는 이른바 ‘착한 가게’에서도 드러난다. 한국 지자체들은 특정 가게를 ‘착한 가게’로 지정해 팻말을 달아주고, TV도 이런 가게를 방영한다. ‘음식 값이 10년째 2900원’ 뭐 이런 식이다.

이런 팻말이나 방송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저렇게 싸게 팔면 이익은 어떻게 내며, 박리다매로 팔아야 할 텐데 나이든 주인은 얼마나 힘들 것이며, 주변 가게들은 또 얼마나 피해를 볼까 하는 마음에서다.

 

미국에서 살아본 탓에 “이건 영어로 뭐라 하지?”라며 번역해보는 버릇이 있다. 착한 가게의 영어 번역은 뭘까? good-hearted store? 헌데, 왜 가게가 착해야 하지? 초년병 기자 시절에 “기자가 착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끝이야”고 들었으니 착하다는 건 욕이기도 한데….

지나치게 값싸게 음식 등을 파는 건 선진 경제에 어긋난다. 선진국은 생산성이 높은 사회다. 그리고 생산성은 원가는 낮게, 판매가는 높게 유지해야 높아진다. 이윤을 낮춰 싸게 파는 가게는 그래서 선진 경제에 어긋난다. 그런데 관청과 공중파 TV가 이를 칭찬하다니….

한국 경제는 공자 수준을 아직도 못 벗어나나

16년 경력의 트레이더(금융 시장에서 선물 옵션을 사고팔면서 수익을 올리는 직종) 김동조의 책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君子兪於義 小人兪於利 (중략) 공자는 의로운 일이 아니면 이로운 일은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스티브 잡스는 해로운 일이 아니라면 타인의 어떤 이로운 일도 가능하다고 믿었다. 둘 사이에는 거대한 차이가 있다. 캐나다가 마리화나와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지원자가 “마리화나를 피워 본 적이 없다”고 하면 그런 자세로 뭘 만들 수 있겠느냐고 조롱했다. 공자는 절대로 캐나다와 스티브 잡스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449쪽)

쉽게 말해 공자는 “의가 아니면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잡스는 “남에게 해만 안 되면 이익 되는 일은 뭘 해도 돼” 주의라는 소리다. 4차 산업을 잘 하려면, 착한 일이냐 아니냐를 따지기 이전에 “해가 안 되면 뭐든 해봐”가 기본이다.

 

 


공직자는 利를 추구하면서(LH 사태에서처럼), 사기업이나 개인 가게에 ‘義’를 강요한다면 엉터리 자본주의가 아닐 수 없다.

대선이 다가온다. 지난 2007년 대선은 “국민도 돈 좀 벌어보자”는 선거였고 돈 잘 버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다. 그 이후 너무 돈만 밝히는 대통령에 질린 한국민들은 ‘착한 대통령’을 찾았고, 그 결과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현 대통령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정치적 올바름’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경제학적 올바름’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가오는 대선이 ‘경제학적 화두’를 둘러싼 대결이 됐으면 참 좋겠다.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부동산 적폐 청산 시민행동, 전국철거민협의회 중앙회, 주거와 생존을 위한 사회연합이 LH 해체 주장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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