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은 국내 대표 라면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 2조 6397억 원 중 79%인 2조 868억 원을 라면 판매를 통해 거뒀다. 그런 농심이 대체육 제품 개발·출시에 나섰다. 대체육은 소·돼지 등 전통 육류를 대체하기 위한 식품을 말한다. 동물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만든 ‘배양육’과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식물성 대체육’ 두 종류가 있으며, 현재 상용화된 대체육은 식물성 대체육이다. 라면 기업 농심이 대체육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대체육에 빠진 농심
농심이 대체육에 빠진 이유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함께 대체육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 4월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5%가 “대체육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답했으며 50%의 소비자가 “대체육이 전통 육류보다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또한, 미국 시장조사 업체 CFRA는 2018년 약 22조 원 규모였던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가 2030년에는 116조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맥도날드, 버거킹, 던킨 등 외식업체들이 잇달아 대체육 메뉴를 출시하는 등 대체육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코트라(KOTRA)에 따르면 미국에서 대체육 생산 업체 비욘드미트(Beyond Meat)와 임파서블푸즈(Impossible Foods Inc)는 늘어난 수요 충족을 위해 생산설비를 확장했으며 플랜터블 푸즈(Plantible Foods), 리벨리어스 푸즈(Rebellyous Foods) 등 식물 기반 단백질에 초점을 맞춘 신생기업들도 수백만 달러의 투자를 받으며 성장했다. 농심이 대체육 제품 개발·출시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농심 관계자는 “최근 친환경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며 대체육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며 “농심은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와 함께 시장 선점을 위한 대체육 제품 개발·출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의 대체육 브랜드 베지가든
농심은 대체육 시장 확대를 위해 지난 1월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 사업의 본격화를 선언했다.
베지가든은 농심 연구소와 그룹 계열사인 태경농산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 제조기술을 간편 식품에 접목한 브랜드다.
베지가든은 식물성 대체육뿐 아니라 냉동 조리 식품과 즉석 편의식, 소스, 양념 등 총 31개 제품을 출시했으며 최근에는 대체육으로 만든 ‘알찬만두’를 출시했다. 농심은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적극적으로 확장해 중장기적으로 베지가든의 연 매출을 1000억원 규모까지 키운다는 계획이다.
농심은 목표 달성을 위해 독자적으로 개발한 ‘고수분 대체육 제조기술(High Moisture Meat Analogue, HMMA)’ 공법으로 기존 대체육 제품과의 차별성을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농심에 따르면 HMMA는 현존하는 대체육 제조기술 중 가장 진보한 공법으로 실제 고기와 유사한 맛과 식감은 물론, 고기 특유의 육즙까지 그대로 구현해내는 것이 특징이다.
농심 관계자는 “2017년 시제품 개발 이후 채식 커뮤니티, 서울 유명 채식식당 셰프들과 함께 메뉴를 개발하고, 소비자의 평가를 반영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제품의 맛과 품질 완성도를 높였다”며 “다양한 제품군으로 소비자들이 비건 푸드를 간편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게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커머스 채널을 중심으로 가치 소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베지가든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비건식을 지향하는 소비자들이 보다 다양한 식품을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더 많은 제품을 선보이며 영업과 마케팅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농심 베지가든의 미래는?
업계는 농심 베지가든의 미래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 전망을 내놓는다. 대체육 시장이 국내에서 블루오션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식품업계에서 대체육 제품을 출시한 곳은 농심, 롯데푸드, 동원F&B 등 소수에 불과하다. 대체육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두고 있는 가운데, 소수 회사가 제품 출시에 성공한 만큼, 국내 시장 성장세에 따라 농심이 ‘선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체육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국내 시장 역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아직 대체육 제품이 많이 나오지 않은 만큼, 농심이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