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의 이색 마케팅에 관심이 집중된다. 빙그레가 ‘B급 감성’을 담은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 재편과 실적 상승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빙그레는 지난 11일 신규 광고 영상을 공개하면서 이색 마케팅을 활용한 소비자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전략을 꺼내들었다.
'B급 감성' 가득 담은 마케팅
빙그레가 신규 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 국적의 기업 대표가 제품 수출을 위해 한국에 방문했다가 밀수 혐의로 체포된다는 내용이다. 황당함을 내세우는 B급 감성이 가득한 이 영상은 다름 아닌 스낵 제품 ‘꽃게랑’의 신규 마케팅 일환으로 제작된 광고 영상이다.
빙그레는 지난해 6월 꽃게랑을 활용한 패션브랜드 ‘꼬뜨게랑’(Cotes Guerang)’을 선보인 이후 또다시 이색 마케팅에 나섰다. 당시 꼬뜨게랑은 가수 지코를 모델로 내세우며 한정 판매 티셔츠, 가운, 선글라스 등 출시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대부분 제품이 완판됐으며 꽃게랑의 매출 역시 7~8월 전년 동기 대비 60% 성장했다. 빙그레는 꼬뜨게랑의 이색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얻은 만큼, 이번 신규 광고를 통해 다시 한번 소비자 공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빙그레의 주 전략이 된 B급 감성을 활용한 이색 마케팅은 지난 2012년 ‘바나나맛 우유’ 페이스북 페이지 개설에서 시작됐다. 당시에는 “B급 감성을 활용한 마케팅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빙그레는 꽃게랑처럼 이를 활용한 광고를 지속해서 공개했다.
빙그레의 이색 마케팅은 ‘빙그레우스’로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해 2월 공개된 빙그레우스는 ‘메로나’, ‘끌레도르’ 등 빙그레 제품을 담은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며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위사냥’ 등 제품 캐릭터도 추가했다.
이는 곧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빙그레우스 공개 이후 빙그레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지 조회 수는 2배 넘게 증가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역시 6월 기준 15만 8000명을 기록하며 식품업계에서 독보적인 1위에 올랐다.
빙그레는 이색 마케팅을 통해 기업·제품 브랜드 간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지적을 해결한 것은 물론, 더 나아가 SNS를 주로 이용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호응을 이끌며 ‘젊은 이미지’로의 전환에도 성공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최근 주요 소비 타깃으로 떠오른 MZ세대를 공략하고,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색다른 마케팅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많은 소비자에게 다가서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색 마케팅으로 실적 상승
빙그레의 이색 마케팅은 실적 상승도 이끌었다. 현재 빙그레의 주력 수입원인 빙과 시장은 지속해서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18년 2조 원대였던 빙과시장 규모는 2019년 1조 5700억 원으로 지속해서 줄고 있다.
그럼에도 빙그레의 실적은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빙그레의 최근 3년 매출은 2018년 8522억원, 2019년 8738억원, 지난해 9591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빙과 시장 매출액 1위를 차지했다. 1분기는 빙과 시장 비수기임을 감안하면 빙그레의 이색 마케팅 덕에 소비자 관심이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의 정보량(관심도) 분석 결과에 따르면 빙그레의 빅데이터 정보량은 1만 6662건으로 9개 유제품 업계 전체 정보량의 35.47%를 차지하며 1위를 차지했다. 빙그레의 이색 마케팅이 소비자의 관심을 얻으며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고 분석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축소가 이뤄짐에도 불구하고 기존 제품을 활용한 이색 마케팅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며 매출 상승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며 “빙그레 마케팅의 인기가 계속되는 만큼, 매출 상승 역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연한 사고방식 확산
이처럼 빙그레가 브랜드 이미지 재편과 실적 상승을 거둔 이색 마케팅을 계속 시도하는 배경으로는 ‘유연한 사고방식의 확산’이 꼽힌다. MZ세대의 입사가 늘어나고 의사 결정구조가 유연해지며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빙그레 직원에 따르면, 이색 마케팅 시도 초반만 해도 회사 안에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고 한다. 빙그레가 창립 54주년을 맞은 ‘장수기업’인 만큼 파격적인 도전을 하기에는 위험하다는 우려들이었다.
그럼에도 MZ세대가 주를 이룬 빙그레 마케팅팀은 이를 지속적으로 실행하며 결과적으로는 브랜드 이미지 재편과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도전과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의 특성이 빙그레의 기업 문화를 바꾼 것이다.
이는 곧 경영진들이 이색 마케팅에 대해 유연하게 사고할 수 있도록 바꿨으며, 담당 마케팅 부서에힘이 실리는 계기가 됐다. 빙그레 경영진은 이색 마케팅의 연이은 성공에 힘입어 각 사업 부문별로 조직을 세분화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고 부여 권한 역시 대폭 확대했다는 후문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초기엔 기존에 시도되지 않았던 마케팅에 대한 두려움이 회사 안에 있었지만 유연한 사고방식 확산과 함께 마케팅 성과가 나타나며 이는 곧 사라지게 됐다”며 “경영진 역시 이를 믿고 전폭적인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