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3호 옥송이⁄ 2021.06.23 09:21:56
'앱삭’은 MZ세대 사이에서 앱을 삭제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스마트폰 사용량은 늘어났지만, 앱 잔존율은 떨어진다는 통계에 비례하는 신조어인 셈이다.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은행들도 피할 수 없는 바람. 앱삭을 면하기 위해 개편과 업데이트에 집중하는 은행권 사례를 살펴본다.
앱 증식에 불편함 호소
“뫼비우스의 띠인가요?”
KB국민은행 애플리케이션에 달린 평가 가운데 하나다. 중학교 수학 시간도 아닌데 때아닌 도형 타령이 나온 이유는 앱 사용 시 따르는 불편함 때문이다.
해당 이용자는 “이거 하라고 해서 하면 다음엔 저거 하라고 하는 식이다. 도대체 내가 보고픈 업무는 언제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끝없는 도돌이표”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모바일 앱은 10개 안팎이다. 시중 은행 가운데 가장 많다. 사용 용도에 따라 앱이 분산돼 있어서 그렇다.
이를테면 ‘KB국민은행 스타뱅킹’에서 기본적인 모바일 입·출금 거래를 할 수 있는데, 입출금 통지를 받고 싶으면 ‘KB스타알림’ 앱을 깔아야 한다. 또 분산된 자산을 통합해 수입 지출을 관리하려면 별도의 앱을 설치해야 한다.
스타뱅킹보다 더 간편한 사용을 위해 출시된 ‘KB스타뱅킹 미니’도 있는데, 이 앱을 사용하기 위해선 별도의 통합인증 앱을 반드시 깔아야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한가지 앱을 사용하려면 부수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것들이 늘어나다 보니 이용자들의 볼멘소리는 커져만 간다.
한 사용자는 “꼭 필요해서 모바일 앱을 사용하고 있긴 한데, 핸드폰 백신 프로그램 때문에 은행 앱이 튕길 때도 있다. 안내대로 백신 프로그램을 삭제하고 재설치해도 잘 안 될 때가 많다. 주거래 은행인데, 앱 때문에 은행을 바꿔야 하나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KB, 앱 세 개에 집중한다
앱 종류가 많고 사용하기 까다롭다는 지적 때문에 그동안 국민은행은 ‘앱 증식의 대표주자’로 꼽혀왔다. 그러나 최근 오명을 벗으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앱 통합이 가시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스타뱅킹을 중심으로 고객 수요에 최적화된 앱들을 운용해 효율성을 높이고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앱 통합’ 표현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은행 관계자는 “앱 통합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 앱인앱(App-in-App) 방식으로 갈지 안 갈지는 아직 내부 논의와 검토 단계”라며 “다만 국민은행은 크게 스타뱅킹, 리브, 리브 부동산 세 가지 앱을 중심으로 고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뱅킹은 국민은행의 대표 앱으로, 자체 구축한 KB모바일인증서가 지원된다. 해당 인증서는 공동인증서를 대체하기 위해 지난 2019년 개발했는데, KB증권·KB카드·KB손해보험·KB생명보험·KB저축은행 등 주요 계열사의 비대면 채널에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국세청 홈택스, 정부24, 국민신문고, 관세청 유니패스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향후 고도화된 스타뱅킹이 범KB를 아우르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리브(Liiv)는 생활과 관련된 서비스를 담당할 예정이다. 리브는 간편송금·결제·환전·여행 등 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평점 4.6으로 만족도도 높다.
리브부동산은 지도를 기반으로 제공하는 부동산 정보 플랫폼이다. KB시세부터 실거래가, 매물가격, 공시가격, AI예측시세, 빌라시세 등 다양한 부동산 가격정보를 한 곳에서 조회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올해 2월 리브부동산을 정식 출시한 뒤 병행 운행하던 ‘KB부동산 리브온’ 서비스를 종료했다. 비슷한 기능의 앱은 정리하고 일부 앱만 고도화하는 식으로 전개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은행이 앱삭에 연연하는 이유? 빅테크기업·MZ고객에 있다
한편, 국내 리딩뱅크인 KB국민은행까지 앱 정리에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빅테크 기업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226억 원,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8배 이상 늘어난 1136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만 46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게다가 빅테크 기업들은 MZ세대까지 장학하고 있다.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좋아하는 만큼 사용자 경험(UX)이 불편하면 가차 없이 ‘앱삭’하는 MZ의 취향에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만 14세부터 만 18세 이하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출시한 ‘카카오뱅크 미니’는 출시 사흘 만에 가입자 수가 10만 명을 넘어서며, Z세대까지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중 은행이 MZ세대를 사로잡고 모바일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간편한 인증절차, 직관적인 UI 등을 갖추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 은행들의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