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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 23만개로 만든 공간이 공병 업사이클링을 척척 진행

이니스프리 공병공간, 공병 분쇄 → 용해 → 성형을 한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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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03호 옥송이⁄ 2021.07.05 08:26:27

플라스틱은 ‘성형할 수 있는, 거푸집으로 조형 가능한’ 의미의 그리스어 ‘plastikos’에서 유래됐다. 열과 압력에 의해 변화하는 특성을 잘 담아낸 작명이다. 용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플라스틱 덕에 일상생활은 편리해졌지만, 환경은 몸살을 앓아왔다. 잘 썩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새활용(Upcycling)’ 바람이 불면서 이 변화무쌍한 물체를 분해하고 녹여서 다시 사용해 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당신을 플라스틱 분쇄의 세계로 안내한다.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이니스프리 '공병공간'에서는 공병 파쇄부터 업사이클링까지 체험할 수 있다. 사진은 플라스틱 병을 잘게 부수는 '분쇄기'. 사진 = 옥송이 기자 


참 쉽죠? 공병공간서 본 플라스틱 분해 과정

플라스틱은 어떤 과정을 거쳐 재활용될까? 궁금증은 멀리 가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다. 서울 도심 한복판 이니스프리 ‘공병공간’에 현재 두루 쓰이는 플라스틱 분해와 재활용 과정이 집약돼 있다.

이 재탄생 드라마를 시청하기 위한 준비물은 단 하나. 이니스프리 제품 공병이다. 내용물을 탈탈 털어 쓴 플라스틱병만 접수하면 시청 준비는 완료. 과거 올리브 스킨을 담았던 초록색 병은 기계에 빨려 들어가며 삶의 전복을 맞는다.


화장품 매장과 어울리지 않게 거대한 이 기계의 이름은 ‘분쇄기’. 말 그대로 병을 갈기갈기 분쇄하는데, 과정은 총 3단계다. 공병이 계단을 타고 기계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윗선의 톱니가 맞물리며 병을 납작하게 압착 시킨다. 마치 폐차되는 과정과 같다.
 

1차 톱니에서 압착된 플라스틱 병이 떨어지면 2단계에서 잘게 분쇄한다. 사진은 압착된 플라스틱 병이 분쇄되는 모습. 사진 = 옥송이 기자 


공기라고는 없을 만큼 납작해진 플라스틱병이 아래로 떨어지면 두 번째 절차가 이어진다. 1차 톱니보다 더 세밀한 날이 ‘빠지직’ 굉음을 내며 플라스틱을 잘게 쪼갠다. 이윽고 원래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로워진 초록색·분홍색 파편들이 주둥아리에서 쏟아져나오며 분쇄가 마무리된다.

바닥에 흩어진 알록달록한 색깔의 플라스틱 분쇄물들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한 원료가 된다. 흡사 소인수분해와 같았던 이 과정이 재탄생 드라마의 1편이었다면, 2편은 원석을 재가공하는 데 있다. 해당 과정은 ‘사출기’에서 살필 수 있다.


비록 잘게 부서진 파편에 불과하지만, 플라스틱의 본성은 그대로다. 열에 의해서 쉽게 변화한다. 사출기의 예열이 완료되면 조각난 플라스틱 조각들은 하나의 끈적한 액체처럼 녹는다. 열에 의해 변형된 이 성분은 금속으로 만든 거푸집에 주입하는데, 공압으로 작동해 금세 새로운 제품이 된다. 금형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제작할 수 있지만, 현재 공병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는 굿즈는 튜브짜개에 한정된다.
 

파쇄가 완료되면 파편들이 바닥으로 쏟아진다. 사진 = 옥송이 기자 


관계자는 “공병공간은 23만 개의 이니스프리 공병을 수거 및 분쇄해 만든 마감재를 활용해 지어졌다”며 “이 매장은 자원 순환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선보인 매장이다. 공병 수거 캠페인 참여는 물론, 분쇄물로 업사이클링까지 체험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물리적 재활용이 93.4% 차지 … 플라스틱 재활용 방법은 무궁무진

공병공간의 폐플라스틱 재탄생 과정은 ‘물리적 재활용’ 범주에 속한다. 주로 버려진 플라스틱을 수거해 씻은 다음, 페트(PET)와 폴리에틸렌(PE) 등으로 분류해 이를 잘게 쪼개고 녹여서 새로운 모습으로 가공하는 식이다.

기술적으로 장벽이 높지 않아 대부분의 화학 업체들이 물리적(기계적) 재활용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에서 물리적 재활용 점유율이 93.4%에 이른다.
 

직원이 분쇄한 플라스틱을 사출기로 녹이는 모습. 녹인 플라스틱은 금형에 주입해 굿즈로 탄생한다. 사진 = 옥송이 기자 


최근에는 ESG가 강조되면서 재생 플라스틱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이색적인 방식도 등장하고 있다.

플라스틱을 꼭 강력한 열과 외부 충격으로 분해하라는 법은 없다. 작은 벌레도 할 수 있다. 영화 ‘아이언맨’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지난해 ‘풋프린트 연합’을 설립하면서 알려진 방식이다. 풋프린트 연합은 친환경 첨단 기술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 펀드를 운용한다.

재단 운영비 1000만 달러의 대부분을 다우니가 직접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재단이 투자하는 회사 가운데 하나가 ‘인섹트’다. 인섹트는 플라스틱을 분해한다고 알려진 밀웜(유충의 일종)을 사육한다.

환경부, 폐플라스틱 열분해 재활용 서두른다

국내에서도 폐플라스틱 재활용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는데, 특히 화학적 재활용 기술 가운데 하나인 ‘열분해 방식’이 각광받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3월부터 폐플라스틱의 안정적 처리와 재활용 고도화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폐플라스틱 열분해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열분해는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완전히 분해해 원료 상태로 되돌리는 방식 가운데 하나다.

방안에 따르면, 폐플라스틱의 열분해를 통해 석유·화학 기업이 원유를 대체해 납사, 경유 등 석유제품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폐기물관리법’ 하위법령을 올해 안으로 개정할 계획이며, ‘폐기물시설촉진법’ 시행령도 개정한다.

지난달 21일에는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국내 기업 가운데 폐플라스틱열분해 기술 사업화에 나선 SK종합상사를 찾아 기술 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힘을 싣기도 했다.

이날 한 장관은 “폐기물 분야의 탄소중립, 순환경제 실현을 위해 소각·매립되는 폐플라스틱은 열분해 및 가스화를 거쳐 플라스틱 원료나 수소로 재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폐플라스틱 열분해 재활용 체계를 조성하기 위해 원료 수급부터 제품 사용까지 면밀히 살피고 신기술 연구개발과 혜택 제공으로 열분해 및 가스화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 분해는 방식부터 활용 방안까지 다양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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