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4호 강동원⁄ 2021.07.10 08:13:11
게임업계의 중국 게임 시장진출에 대해 기대감이 커진다. 지난해 12월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가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로부터 외자판호를 발급받은 데 이어 지난달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 역시 해당 판호를 발급받으면서부터다.
게임업계는 2017년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과 함께 내려졌던 ‘한한령(한류 콘텐츠 제한)’이 해제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판호 발급을 위한 노력을 다함과 동시에 차별화된 콘텐츠 제공, 현지 파트너사와의 협력 등을 통해 중국 게임 시장공략에 나선다는 전략을 꺼내 들었다.
中 시장진출 첫 번째 관문, 판호
판호의 공식 명칭은 출판물 번호로, 중국 국가신문출판서가 자체 규정에 따라 발급하는 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을 말한다. 게임 제작 회사의 국적에 따라 내자·외자판호로 구분되며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중국 게임 시장진출을 위해 통과해야 할 첫 번째 관문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게임업계는 2017년 2월,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모바일’이 외자판호를 발급받은 뒤, 4년 가까이 추가 판호를 발급받지 못했다. 중국 정부가 2016년 우리 정부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THHAD)’ 배치에 항의, 한한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한한령을 앞세워 2017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중단했다. 이 기간 한국 게임의 판호 발급 건수는 0건이었던 반면, 미국·유럽·일본 등 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판호 발급 건수는 100여 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게임업체가 판호 발급 없이 중국에 진출해 수익을 올렸던 방법 역시 차례로 막혔다. 한국 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가장 먼저 막힌 건 HTML5 게임이었다. HTML5 게임은 결제 시스템을 넣는 대신 광고로 수익을 올리는 모델로, 결제 시스템이 없어 판호가 필요 없었다.
판호 발급 없이 서비스할 수 있어 일부 한국 게임업체는 HTML5 게임을 위챗 미니 게임 등을 통해 서비스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HTML5 게임 역시 판호 심사 대상으로 명시, 이미 출시된 게임까지 신청을 요구하며 길이 막힌 것이다.
다른 우회 방법이던 애플 앱스토어 출시도 막혔다. 그동안 앱스토어에서는 판호가 없어도 게임 서비스가 용인됐으나 중국 당국이 애플에 판호 확인을 요구하면서 판호 미발급 게임이 모두 삭제됐다. 게임업계가 서머너즈 워와 검은사막 모바일의 연이은 외자판호 발급에 따라 정식 수출길이 열리는 것에 기대하는 이유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연이은 두 게임의 외자판호 발급으로 한한령이 해제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있다”며 “한한령 여부와 상관없이 중국 시장진출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 확보에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中 게임 시장에 관심... 차별·현지화 전략
게임업계가 4년 만에 발급된 단 2건의 판호 발급에도 들썩이는 이유는 중국 게임 시장의 성장세가 뚜렷하고, 국내 게임 소비 트렌드와 비슷한 구조를 갖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중국 게임 시장은 지난해 약 2786억 8700만 위안(약 50조 원) 규모로 전년 대비 20.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약 17조 원으로 9% 성장했다.
또한, 2019년 기준 국내 게임 시장 분야별 비중이 모바일게임(49.7%), PC게임(30.9%), PC방(13.1%) 등 순서인데, 같은 기간 중국 게임 시장의 분야별 비중 역시 모바일게임이 약 70%, PC게임이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업계가 중국 게임 시장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게임업계는 현지게임사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는 한편, 현지 문화를 반영한 콘텐츠 제공 등 현지화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달 외자판호를 발급받은 검은사막 모바일의 제작사 펄어비스 역시 2019년 3월 현지게임사 ‘아이드림스카이’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현지화에 힘쓴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최근 문화적인 차이를 고려해 내·외수용 게임 버전을 다르게 출시해 현지 시장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앞서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는 미국, 대만 등 수출 국가별 서버 분리와 차별화된 콘텐츠 제공을 통해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지리적 한국과 근접한 만큼, 게임 소비 성향 역시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며 “다만 문화적인 면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만큼, 서버 분리와 현지게임사와의 협업을 통해 현지화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