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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 M&A ②] ‘정공법’ 정유경, 휴젤 인수하고 화장품 더 키울까

보톡스-필러 1위 업체 … 미용-성형 한 우물 깊이 파는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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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04호 옥송이⁄ 2021.07.12 09:22:45

인수 합병(M&A)은 기업에 있어 사활을 건 문제다. 잘 되면 대박, 실패하면 기회비용만큼의 손해를 감수해야 해서다. 이 때문에 대규모 M&A는 주목받기 마련인데, 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연일 화제다. 인수 금액이 무려 조 단위에 달한다. 이처럼 거침없는 인수합병에 일가견 있는 사람이 또 있다. 정 부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다. 신세계 남매의 M&A를 짚어본다.

[관련 기사]
[신세계그룹 M&A ①] 정용진 부회장, 이베이 인수로 미다스 손 될까


휴젤 인수할까

지난달 17일 신세계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검토 중”이라며 “휴젤 인수를 검토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공식적인 부인은 하지 않음으로써, 인수 검토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휴젤은 어떤 기업이기에 입장까지 발표한 걸까.

사업 분야로만 본다면 신세계와는 접점이 없다. 이 회사는 지난 2001년 성형외과 전문의, 생물학 박사 등 3인이 공동 설립한 바이오 기업이다. 미용성형 분야에서 강하다. 지난해 매출 2110억 원, 영업이익 78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는데, 국내 보톡스·필러 분야 1위에 달한다.

2010년 보톡스 개발에 성공한 후 일본과 대만, 베트남 등 27개국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중국에서도 보톡스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받아, 수출도 탄력을 받았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사진 = 신세계백화점 


신세계가 ‘바이오 대세’ 인수를 고려한 건,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추진해온 사업들과의 시너지 때문이다. 정 총괄사장은 지난 2012년부터 화장품 사업을 공들여왔다. 공격적인 M&A 성향을 드러낸 것도 이 분야를 통해서다. 화장품과 휴젤이 만난다면, 향후 새로운 먹거리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정공법으로 승부수 … 화장품·명품 M&A 다각화

일종의 정공법이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패션과 뷰티 관련 기업들을 인수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디비치다. 신세계 종속기업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2012년 국내 색조 브랜드 비디비치를 60억 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적자는 약 5년이나 이어졌다. 상황이 달라진 건, 2016년 출시한 제품이 대박을 터뜨리면서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는데, 중국의 인플루언서 '왕홍'들이 입소문을 견인했다. 현재 중국 내 비디비치의 위상은 ‘쁘띠샤넬’로 불릴 정도다. 매출은 지난 2012년 19억 원에서 2019년 2000억 원으로 100배 이상 성장했다. 중국 사업이 비디비치 성공에 그치지 않으려면, 막 발걸음을 뗀 중국의 미용성형 시장에 진입할 필요가 있다. 휴젤 인수를 검토했을 것으로 분석되는 대목이다.

비록 브랜드 안착까지는 시간이 걸렸지만, 부진에 시달리던 기간에도 정 총괄사장이 뚝심 있게 사업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성공을 기반으로 정 총괄사장은 본격적인 M&A를 펼쳤다. 바이레도, 티크 같은 세계적인 럭셔리 뷰티 브랜드의 판권을 인수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3월 '뽀아레'를 정식 선보였다. 사진은 뽀아레의 매장 콘셉트. 사진 =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난해에는 ‘스위스퍼펙션’을 보유한 글로벌스킨케어홀딩 지분을 249억 원에 인수했다. 스위스퍼펙션은 에센스 가격만 50만 원에서 최대 100만 원에 이르는 스위스 명품 화장품 브랜드다. 럭셔리 화장품 시장을 겨냥을 위한 행보다.

사실 정 총괄사장의 공격적인 M&A는 화장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뷰티는 백화점 사업 다각화를 위한 묘수 중 하나일 뿐, 본질은 백화점에 있다. 현지에서 샤넬 급으로 인정받는 최상위 명품 패션하우스 폴 뽀아레를 인수해 뷰티브랜드 ‘뽀아레’로 재탄생 시켰고, 패션 브랜드 톰보이·보브·지컷 등도 인수했다. 지난 2018년에는 까사미아를 인수하기도 했다.

MBTI로 보는 신세계 … ‘E형(외향형) vs I형(내향형)’

신세계백화점 지분의 18.56%, 이마트 지분의 18.56%. 각각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소유한 지분이다.

지난해 이명희 신세계 회장으로부터 8.22%씩의 지분을 증여받으면서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백화점, 정 부회장은 이마트의 최대주주가 됐다. 사실상 두 남매에게 경영권을 넘기면서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에 따라 각자 공격적인 M&A 등 대외 활동을 늘려가고 있지만, 성향은 정반대다.

정 총괄사장이 한 우물만 파면서 신중을 기하는 ‘은둔형’에 가깝다면, 정 부회장은 ‘외향형’ 리더다. 최근 유행하는 MBTI로 분석하면 I(내향형)과 E(외향형)인 셈이다.

이 남매의 성향 차이는 M&A분야, SNS 유무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정 총괄사장은 뷰티·패션 등 전통적인 백화점 사업 위주의 투자를 감행한다면, 정 부회장은 투자 범위의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 또한, 정 총괄사장은 SNS를 하지도, 사생활을 노출하지도 않는다. 반면 정 부회장은 어제 먹은 저녁 메뉴를 올릴 정도로 소통에 적극적이다. 팔로워들과 서슴없이 소통하고 SNS를 통해 새로운 사업에 대한 계획을 공개하기도 한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SNS를 통해 적극 소통한다. 사진 = 정용진 SNS 갈무리 


지난 3월 프로야구단을 인수 당시에는 경쟁사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을 겨냥해 “동빈이 형은 야구와 본업을 연결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게임에서는 우리가 질 수 있겠지만, 마케팅에서만큼은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하며, 야구와 유통 두 분야의 경쟁과 관심을 유도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남매지만 둘의 성향이 확연히 다른 만큼 향후 사업 행보에도 각자 개성이 확실히 묻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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