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이게 진짜 VR 경험” … LGU+의 ‘무려 8K’ 초고화질 VR 드라마 체험기

‘리필-If Only’, 8K 화질에 몰입감 고조 … ‘뷰포트’ 기술로 8K VR 현실화-메타버스 '성큼'

  •  

cnbnews 제704호 윤지원⁄ 2021.07.21 09:21:46

LG유플러스가 국내 최초이 8K 3D VR 드라마 '리필 - If Only'를 제작, 공개했다. (사진 = LG유플러스)

남자 주인공이 레스토랑에서 여주인공과 데이트 중이다. 여자친구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데, 이유를 몰라 눈치만 본다. 시청자인 기자는 테이블 맞은편에서 그의 불안한 표정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때 누군가가 기자의 왼쪽에서 기척도 없이 불쑥 나타났다. 깜짝 놀랐다. 아니 이 사람, 왜 화면을 가리고 지나가나? 하고 쳐다봤다. 그런데 그는 기자의 앞이 아니라, 주인공의 등 뒤로 돌아갔다. 기자와 화면 사이에 나타난 사람이 아니라, 보고 있던 웹드라마 속 등장인물이었다. 주인공의 음료를 리필해 주는 레스토랑 직원이었다.

사실, 당시 기자는 이 웹드라마를 VR(가상현실) 헤드셋을 통해 감상하고 있었다. 그러니 내 눈과 화면 사이에 누군가 끼어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사실을 깜빡 잊고 착각했을 만큼 생생한 순간이었다.

VR을 처음 접한 순진한 아저씨의 신문물 체험기 같은 코믹한 이야기다. 하지만 기자는 VR 헤드셋을 소유하기까지 한 VR 경험자다. 이날 기자의 착각은 다분히 콘텐츠 자체가 보여주는 생생함이 남달랐기 때문이었다.
 

문화경제 기자가 7월 14일 서울 강남구 ‘일상비일상의틈’ 5층에서 체험용 VR기기 세트를 대여해 ‘리필 – If Only’를 감상하고 있는 모습을 이곳 유플러(‘일상비일상의틈’의 스탭)가 찍어주었다. (사진 = 윤지원 기자)


LG유플러스는 지난 7월 14일 이 회사의 VR 서비스 플랫폼인 ‘U+VR’ 앱을 통해 ‘리필 – If Only’라는 웹드라마 1, 2화를 공개했다. 이 작품은 LG유플러스가 웹드라마 전문 디지털 콘텐츠 제작사 ‘플레이리스트’와 손잡고 제작한 국내 최초 8K 3D VR 드라마다.

기자는 이날 서울 강남구의 ‘일상비일상의틈’(이하 ‘틈’) 5층에서 VR기기 세트를 대여해 이 드라마를 감상, 체험해봤다. 그리고 드라마 시작 1분 만에 이런 부끄러운, 그러나 불가피했던 착각을 하고 말았다.

초고화질 VR, 화면 같지 않은 생생함

이때 기자의 착각과 놀람은 엄밀히 몇 가지 이유에서 비롯됐다.

첫째는 소리 때문이다. 그는 주인공 커플의 대화 중 등장한 엑스트라다. 이 장면의 전체적인 사운드에 그의 발소리는 현실보다 작게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기자는 그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고, 놀란 것이다.

둘째는 VR의 화각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배우가 화면 경계 밖에서 안으로 등장하는 것을 ‘프레임 인’(frame in)이라고 한다. 무대 경계 밖에 있던 배우가 무대 위로 등장하는 것과 같은 효과로, 현대인은 수많은 영상 콘텐츠 소비 경험을 통해 이러한 영상 문법에 익숙해져 있고, 그래서 ‘없던 사람이 나타나는 것’에 놀라지 않는다.
 

VR이 표현하는 화각의 범위. 두번째 줄 왼쪽 사진처럼 왼쪽에서 배우가 들어오는 것을 드라마 감상 중엔 느낄 수 없었다. 깜짝 놀랄 수밖에. (사진 = 드라마 화면 캡처)


그런데 VR은 화면과 현실의 경계가 잘 보이지 않는다. VR 화면은 대개 상하좌우로 최소 180도 이상을 보여주지만, 사람의 시야각은 120도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고개를 돌려서 보지 않으면 화면 경계를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 이처럼 화면과 거리를 두고 콘텐츠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콘텐츠의 공간 안에 있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이 VR이다. 그래서 이날 그의 등장이 경계 너머에서 들어오는 ‘프레임 인’으로 느껴지지 않고, 실제 기자 옆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착각한 것이다.

셋째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콘텐츠의 화질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이 웹드라마가 8K의 해상도로 제작됐음을 강조했다. 기자가 경기도 고양시 자택에 VR기기를 갖고 있음에도 서울시 강남구의 ‘틈’까지 가서 VR기기 세트를 대여한 이유도, ‘8K 3D VR 실사’ 영상이라는, VR의 세계에서도 희소성이 높은 최신, 최고 화질의 새로운 콘텐츠를 제대로 체험해보기 위해서였다.

다만 아쉽게도 이날 ‘틈’에 8K 해상도를 지원하는 하이엔드급 VR 헤드셋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평범한 헤드셋의 4K 해상도로 봤다.
 

LG유플러스 '일상비일상의틈' 5층에서 대여한 체험용 VR기기 세트.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20과 피코(Pico) 리얼 플러스 VR 헤드셋 조합을 사용했다. (사진 = 윤지원 기자)


그런데 ‘리필-If Only’는 촬영부터 8K 고해상도 카메라를 사용해서, 기존의 업스케일링(upscaling) 4K VR 영상들보다는 확실히 더 선명하다고 느껴졌다. 업스케일링이란 2K나 그 미만의 해상도를 갖춘 영상 소스를 디지털 기술로 해상도를 끌어 올려 4K, 8K 대형 디스플레이에서 무리 없게 볼 수 있게 하는 작업을 말하는데, 업스케일링 기술이 아무리 발달한다 해도 촬영 원본의 해상도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또한, 4K, 8K 이상 고해상도 카메라로 콘텐츠를 제작할 때는 화면이 더 밝고 선명하며 정교하게 보이도록 촬영 현장 조명을 세팅하기에, 풀HD(2K) 이하 해상도로 촬영한 콘텐츠보다 선명한 화면을 갖출 가능성이 높다.

당시 기자는 첫 씬의 화질을 분석해보려고 집중했다. 남녀 주인공의 촬영용 메이크업이 자연스럽지 않게 보일 정도로 밝고 선명했다. 고개를 숙여보면, 테이블에 얹은 주인공의 손을 볼 수 있는데, 손가락 마디의 주름도 선명하게 보였다. 후경(後景)에 앉은 다른 엑스트라와 사물의 디테일도 상당히 선명했다. ‘기존 VR보다 덜 낯설다’라는 생각을 하며 집중하고 있을 때, ‘기존 VR보다 덜 낯선’ 선명한 인물이 왼쪽에서 불쑥 등장한 것이다.
 

8K, 4K, 2K(FHD)의 해상도별 화면 사이즈 비교. (사진 = LG디스플레이)


가짜와 착각의 경계는 몇 K?

VR은 ‘가상의 현실’, 즉 평면의 이미지가 아닌 입체적인 이미지를 현실처럼 느끼게 하는 기술이다. VR 기술은 사물이나 배우가 바로 내 코앞에 있는 것처럼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거리감과 시야 등의 문제고, 화질은 별개의 문제다. 사물을 찍은 화면을 보는 것은 사물을 직접 보는 것에 비해 선명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실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선명함에 있어 VR의 화질은 아직 시중의 UHD TV보다 못하다. 그리고 같은 4K, 같은 8K라도 VR과 TV 사이에서 느껴지는 화질 차이는 더욱 크다.

2K, 4K, 8K 등의 구분은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화소(畫素, pixel) 수가 가로 한 줄에 대략 2000개, 4000개, 8000개 정도라는 것을 의미한다. 풀 HD TV의 경우 가로 1920개, 세로 1080개, 총 207만여 개의 화소로 이미지를 표현한다. 4K UHD TV는 3840×2160, 총 829만여 개의 화소다. 화소가 많아지면 더 큰 화면에서 선명한 화질을 즐길 수 있다.

VR은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을 위한 각각의 화면을 따로 제작해서 합치는 원리다. 그래서 VR 해상도가 4K라고 하면 왼쪽 화면 2K, 오른쪽 화면 2K를 합친 것을 말한다. 또한, VR 화면은 위에 설명한 것처럼 화각이 상하좌우로 180도 이상으로, TV보다 훨씬 넓은 영역을 보여준다. 따라서 4K VR 영상이라면 시선이 닿는 곳의 체감 선명함은 2K FHD TV보다 낮은 해상도로 보인다.
 

위 사진은 8K VR 콘텐츠를 헤드셋 없이 스마트폰으로 재생할 때의 화면. 아래는 헤드셋을 통해 감상할 때 제공되는 왼쪽 눈 전용 화면과 오른쪽 눈 전용 화면. 두 눈으로 보여주는 화면의 화각이 미묘하게 다르다. (사진 = 드라마 화면 캡처)


8K VR 역시 왼쪽 눈 4K, 오른쪽 눈 4K, 합쳐서 8K이다. 따라서 실질적인 해상도는 2K FHD TV와 4K TV 사이의 수준이다. 즉, 8K VR은 한쪽 눈에 3K 정도 해상도의 영상을 바로 눈앞에 튼다. 이 정도면 실제와 착각할 수 있는 수준의 해상도라고 할 수 있을까? 다른 여러 사례들을 보며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LG전자 칠레법인은 2013년, 대형 UHD TV를 창문인 척 달아놓고, 운석이 떨어져 충돌하는 화면을 틀어 보여주는 장난스런 바이럴 영상을 만들었다. 이 몰래카메라의 희생자들은 이를 실제 상황으로 착각하고 기겁을 했는데, 여기 사용된 TV는 4K 해상도에 84인치 크기였다.

또 이보다 앞선 2012년에는 LG전자 네덜란드법인의 바이럴 영상이 화제가 됐다. 엘리베이터 바닥에 아홉 개의 FHD 모니터를 깔아 놓고, 바닥이 무너져내리는 듯한 영상을 틀어 탑승자를 놀라게 하는 내용이다. 이 바닥은 약 80인치 정도의 화면이고, 해상도는 2K×3, 즉 6K이며, 서 있는 인간의 대략의 눈높이인 1.6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보게 되는 상황이었다.

전 세계 극장의 영사 시스템은 여전히 2K가 대부분이고, 대략 30% 정도만 4K 이상의 장비를 가치고 있다. 일반 아이맥스(IMAX) 영화의 해상도는 대략 6K, 70mm 아이맥스는 12K에 육박하는 정도다. 8K TV는 시판되는 TV 중 가장 해상도가 높다.
 

LG유플러스와 플레이리스트, 벤타VR이 손잡고 제작한 국내 최초 8K 3D VR 드라마 '리필 - if only' 제작 현장. (사진 = LG유플러스)


8K 적용의 어려움, 기술 개발로 극복...VR 시장 확대 시동

이번 VR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최초 8K 3D VR로 제작된 점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용자가 VR 콘텐츠를 시청할 때 느끼는 현실과의 괴리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8K 이상의 초고화질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며 8K 해상도로 이번 콘텐츠를 제작한 배경을 설명했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VR은 촬영비용 자체가 높다. 그런데 드라마는 여러 개의 씬과 다양한 그도를 제공해야 시청자의 몰입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촬영 시간도 많이 늘어나고, 제작비도 그에 비례해 늘어난다. VR 전용 드라마 콘텐츠를 제작한 사례 자체가 드문 것도 그런 까닭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8K 해상도는 촬영 및 후반작업의 난이도가 높고 컷이 많은 드라마에서 적용하기 어렵지만, 시청자에게 좀 더 좋은 화질을 제공하기 위해 도전적인 목표를 선택했다”라며 “특히 현재 시청자들은 Full HD 영상이 익숙한데, 현재 4K VR 콘텐츠에서는 시청자가 보는 해상도가 HD급에 불과하다 8K VR을 통해 고객에게 더 뛰어난 화질 경험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웹드라마 전문 제작사인 플레이리스트, VR콘텐츠 전문 제작사인 벤타VR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이번 드라마를 제작했다.

‘리필 – If Only’는 플레이리스트가 2019년에 제작, 공개해 인기를 끌었던 디지털 드라마 ‘리필’(re-feel)의 스핀오프 형식으로 꾸며졌다. 과거의 어느 한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커피를 우연히 마시고, 돌아선 연인의 마음을 되찾으려고 시도한다는 판타지 로맨스 물이다.

벤타VR은 VR 콘텐츠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이다. 지난 2년간 1500편 이상의 VR을 제작했으며, 특히 2D VR보다 3D 입체 VR 콘텐츠를 주로 만들며 기술력과 노하우를 쌓아 왔다.

LG유플러스는 ‘8K·3D·VR’ 영상이자 드라마 콘텐츠라는, 전에 없던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였지만, 플레이리스트와 벤타VR이라는, 전문성과 팀워크를 갖춘 파트너들 덕분에 인력과 장비를 줄이고, 제작비를 감소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국내 최초 8K 3D VR 드라마 '리필 - If Only' 포스터. (사진 = 플레이리스트)


‘뷰포트’ 기술로 8K 콘텐츠 현실화

하지만 제작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었다 해도 8K 콘텐츠는 파일 용량이 2K나 4K보다 훨씬 크다. 5G 이동통신이 아무리 대용량, 초저지연 통신을 제공한다 해도 일반 대중이 즐길 수 있도록 공급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LG유플러스는 ‘뷰포트 스트리밍’ 기술을 통해 이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설명에 따르면 이 기술은 사용자의 시선이 집중되는 곳은 고화질로, 그렇지 않은 부분은 저화질로 전환해 망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이다. 초고화질을 제공하면서도 망에 걸리는 부하를 평균 60%나 줄여주는 기술로, 지난 2020년부터 8K VR 콘텐츠에 활용되고 있다.

‘리필 – If only’ 같은 드라마 콘텐츠는 굳이 내 뒤쪽 화면을 볼 일이 없기에 360도 VR이 아닌 180도 VR로 제작했다. 또한, 사람의 시야각 120도 너머의 부분은 시선이 닿지 않는데도 8K 화질을 유지해야 할 필요도 없다. 이용자가 시선을 돌리면 즉시 해당부분의 해상도가 8K로 전환되지만, 시야에서 사라진 부분은 저화질로 재생되는 것이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VOD 환경에서는 12K 해상도 3D VR 영상과 16K 해상도의 2D VR 영상까지 서비스가 가능하다.

뷰포트 스트리밍 기술은 초고화질 콘텐츠를 서비스하면서도 망의 흐름을 훨씬 원활하게 해준다. 실제로 U+VR 앱에 업로드 된 ‘리필 – If Only’은 8K 3D VR 콘텐츠임에도 파일 용량은 초당 7MB 정도로, 다른 4K VR 콘텐츠들과 비슷하다.

이에 사용자는 저사양 스마트폰으로도 8K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고, 8K 디코더가 없더라도 4K 디코더가 탑재된 일반 단말기에서도 8K 시청이 가능하다. VR 헤드셋의 경우도 현재 온전한 8K VR 해상도를 지원하는 장비는 파이맥스(Pimax) 사에서 나온 '파이맥스 8K VR' 모델 뿐인데, 굳이 이 모델을 쓰지 않고, 4K만 지원하는 보급형 제품으로도 도 8K 시청이 가능한 셈이다. 파이맥스 8K VR의 경우 국내 쇼핑몰에서 180만 원~ 190만 원 정도의 가격대에 판매되고 있어 대중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 

‘뷰포트 스트리밍’ 기술 덕에 LG유플러스는 VR 시장에서 경쟁사들 대비 더욱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LG유플러스 관계자의 말처럼, VR 콘텐츠 시장의 가장 큰 숙제인 ‘몰입감’을 해결해줄 수 있는 8K 초고화질 기술을 비교적 저렴하고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VR 영상은 사용자가 직접 줌인(zoom-in), 줌아웃(zoom-out)을 이용해 대상과의 거리감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8K 초고화질 영상이기에 2K 및 4K VR 콘텐츠와는 달리 최대한 줌인을 해도 화질 손실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사진 = 드라마 화면 캡처)


‘화질’과 몰입은 별개...새로운 ‘문법’ 고민 아쉬워

다만 이번에 ‘리필 – If Only’를 감상하면서 아쉬운 점도 컸고, 이를 통해 VR 드라마 콘텐츠의 한계와 과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LG유플러스와 파트너사들은 더 뛰어난 몰입감을 위해 8K VR 콘텐츠를 만들면서, 드라마라는 극화 장르를 선택했다. 하지만 생생한 화질과 드라마의 몰입감은 별개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측면도 드러났다.

우리는 겨우 2K 해상도의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도 그 안에 빠져들고, 온갖 감동과 재미를 느낀다. ‘애니메이션’을 보면서도 실감 난다고 느끼며 몰입한다. 나아가 움직임조차 없는 웹툰, 이미지조차 없는 소설을 보면서도 얼마든지 몰입한다. 이는 우리가 시각과 청각 등 물리적인 감각보다 경험과 상상력이 동원되는 직관을 통해 콘텐츠의 맥락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기자가 이날 비록 극 중 엑스트라의 등장에 놀라긴 했으나 드라마의 이야기에 빠져들긴 어려웠다. 아마도 이는 편집과 콘티, 카메라의 동선을 결정하는 전통적인 드라마 제작 문법과 VR이라는 새로운 매체 간의 간극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영화나 드라마는 관객(시청자)과 화면(TV)의 상대적 위치가 정해져 있다는 것을 기본으로 전제하고 만들어진다. 마치 공연을 볼 때처럼 관객(카메라)은 배우 앞 객석에서 무대(화면)를 바라보고, 배경 그림은 배우 뒤쪽 벽에 세워지는 것이 당연하듯, 드라마도 촬영할 때나 편집할 때 배우와 카메라간 상대적 위치의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이는 드라마 각 씬에서 관객으로 하여금 현재 공간 및 인물들의 앞과 뒤, 왼쪽과 오른쪽 같은 방향 감각을 일관되게 유지시키기 위해서다. 이 기본적인 방향 감각이 흐트러지면 혼란을 초래하고, 이야기건 뭐건 몰입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위 사진은 남자주인공의 1인칭 시점에서 본 여자친구 회상 장면. 1인칭은 VR에서는 효과적인 시점이다. 아래 사진은 남자가 과거 시점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깨닫는 장면. 1인칭 시점이 3인칭 시점으로 아무런 설명 없이 바뀌어 드라마 감상 중에 혼란을 초래한다. (사진 = 드라마 화면 캡처)


1인칭 시점샷, VR에선 ‘약’ 드라마에선 ‘독’

만약 드라마의 대화 장면을 찍을 때 한 번이라도 카메라의 상대적 위치를 잘못 선택하면, 방금까지 마주 보고 있던 두 배우가 갑자기 순간이동을 한 듯 같은 곳을 바라보는 착각을 일으키고, 스토리와 감정에 대한 몰입은 산산히 부서진다.

그런데 VR은 사용자(관객)가 360도를 완전히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마치 관객이 무대 한가운데 들어가서 공연을 보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렇기에 기존의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 편집 문법과는 다른 새로운 문법을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제작진은 정확히 어떤 문법을 따를 것인지를 충분히 고민하고 정하지 못했다. 드라마 제작 문법이 ‘관객 입장’보다는 ‘VR 체험자 입장’을 더 중심에 둔 것처럼, VR로서는 흥미롭지만 이야기와 감정의 흐름에서는 단절되는 일이 허다했다.

예컨대 VR의 장점은 생생하고 자유로운 1인칭 시점에서 극대화 된다. 그래서 K팝 보이그룹의 인기 멤버나 미녀 인플루언서를 등장시키는 ‘가상데이트’는 꾸준히 잘 팔리는 인기 VR 장르로 굳어있다.

하지만 관객이 이야기 전개를 ‘감상하는’ 입장에서 몰입하는 것이 중요한 드라마는 1인칭 시점 쇼트의 남용이 오히려 혼란을 야기하고, 몰입을 파괴한다. ‘리필 – 이프 온리’에서도 주인공 커플의 말다툼 장면 등에서 두 사람의 시점 쇼트를 번갈아 사용하는 일이 있다. 이는 방금 남자가 얘기할 때 그의 감정 흐름에 집중하던 관객을, 갑자기 그 얘기를 듣는 여자의 시점이 되도록 강제하는 것으로, 몰입을 깨고 만다.

또 남자가 과거를 회상하며 여자친구를 바라보는 1인칭 시점 쇼트를 보여주다가, “내가 어떻게 이 순간으로 되돌아와 있지?”라는 식으로 놀라는 쇼트로 넘어가는데, 이때 카메라의 앵글이 직전의 시점 쇼트와 거의 동일하다. 그래서 이 장면은 마치 여자와 카메라가 대화를 하는 도중 그 사이로 남자가 순간 이동해서 뿅, 하고 나타나는 것 같은 황당한 느낌을 준다.
 

LG유플러스 관계자들이 U+ VR 앱에 공개된 우주 공간 체험 3D VR 콘텐츠를 체험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글로벌 5G 콘텐츠 연합체인 ‘글로벌 XR 콘텐츠 통신사 얼라이언스’의 의장사 역할을 수행하며 '메타버스' 시장의 성장에 대응하고 있다. (사진 = LG유플러스)


VR뿐 아니라 ‘메타버스’ 시장에서도 경쟁력 될 듯

하지만 LG유플러스와 파트너사들은 이번 8K 3D VR 드라마 제작과 서비스로 보여준 것은 단지 ‘더 나은 화질의 VR 콘텐츠’가 아니다.

LG유플러스는 국내 디지털드라마 업계에서 강력한 IP를 지닌 플레이리스트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자사의 기술력을 이용해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 또한, 양사의 파트너십은 드라마뿐 아니라 장차 AR뮤직비디오, 멀티뷰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 기획으로 확장되어,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 중심의 VR 산업 분야 발전과 성장을 주도하게 될 전망이다.

또한, 8K VR 제작 기술 및 노하우를 통해 실감형 콘텐츠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게 된다면 LG유플러스는 현재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메타버스’ 관련 시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선점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리필 – If Only’는 회당 10~15분 분량의 6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난 7월 14일 1, 2화가 한꺼번에 공개된 데 이어 오는 9월까지 격주 수요일에 신규 콘텐츠가 공개될 예정이다.

 

관련태그
CNB  씨앤비  시앤비  CNB뉴스  씨앤비뉴스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