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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주자 윤석열이 영화 '1987'을 다시 소환한 이유

윤석열, 이한열 조형물 보고 ‘부마항쟁’ 언급하자 누리꾼들 “'1987' 못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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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윤지원⁄ 2021.08.02 13:50:20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7일 부산 민주공원 내 6월항쟁을 추모하는 조형물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대선 레이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엉뚱하게도 3년 전 개봉작인 영화 ‘1987’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주말과 휴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 영화 ‘1987’이 자주 언급됐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주 화요일(7월 27일) 부산 민주공원 행사에 참석해서 언급한 ‘부마항쟁’ 발언의 여파다. 부마항쟁은 1979년의 일인데 왜 누리꾼들은 ‘1987’을 얘기했을까? 그날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가 YTN의 ‘돌발영상’에 담겼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과 부산 민주공원을 방문했다. 민주 열사 참배 후 이들은 1987년 6월항쟁을 추념하는 공간을 찾았다.

부산 사상구가 지역구인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윤 전 총장 바로 왼편에서 안내를 자처했다. 장 의원이 조형물에 새겨진 이미지 속 인물을 가리키며 “이한열 열사”라고 소개했다. 윤 전 총장이 좀 더 관심 있게 조형물을 살펴봤다. 열흘 전인 17일 윤 전 총장은 광주를 찾아 이한열 열사의 묘비에 참배한 바 있다.

 

(영상 = 유튜브 채널 'YTN 돌았저 - 돌발영상/ 알고리줌/ 뉴있저')

해당 조형물엔 사건 당시 로이터통신 사진기자 정태원 씨가 촬영한 사진이 새겨져 있다. 시위 도중 최루탄을 맞고 의식을 잃은 이 열사를 같은 연세대 학생이던 이종창 씨가 부축하고 있는 장면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말할 때면 빠짐없이 언급되는 중요한 인물이고, 그만큼 유명한 장면이다.

그런데 영상에서 장 의원은 윤 전 총장에게 이 장면에 대해 부마 ‘사태’라고 소개했다. 윤 전 총장은 확인하듯 “부마인가요?”라고 되묻고, 장 의원이 “네”라고 확인해줬다.

윤 전 총장이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끌어안으며 중도층의 마음을 얻으려는 듯 연이은 ‘민주화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1987년 6월 연세대학교 정문 앞 사진을 보며 1979년 10월의 부마민주항쟁을 얘기한 것이다. 특히, 이날 두 사람은 부마민주항쟁을 ‘부마사태’라는 용어로 언급했는데 말하는 이도, 듣고 되묻는 이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인식하지 못한 모습이다.

이 일이 알려지고 윤 전 총장은 여권의 비난과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재명 경기지사 캠프의 전용기 대변인은 논평에서 "또 가벼운 입과 빈약한 역사 인식으로 설화에 휩싸였다"며 "기본이 안 돼 있는 것 아니냐. 6월 항쟁과 부마항쟁의 차이를 진정 모르는 것이냐"고 비난했고, 김두관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앞서 광주 묘역을 방문해 흘린 눈물이 그래도 광주를 생각하는 '악어의 눈물'이라고 생각했는데, 혹시 임진왜란을 생각하며 흘린 눈물이 아닌가"라며 "사법시험 준비하느라 부마항쟁도, 6월항쟁도 도서관에서 맞으셨겠지만 대한민국 정치인의 평균치 상식이란 게 있는 법"이라고 꼬집었다.

누리꾼들은 해당 영상에 댓글로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 “80년대 서울대 다녔던 양반이 부마항쟁과 6월항쟁을 구분 못 할 정도면 어떤 생각으로 살아왔는지 알겠다”, “역사 인식 수준이 충격적”이라고 반응했다.

뉴스 댓글창 및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역사가 지금 공부한다고 배워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지금 보수 지지자였으면 다리 힘이 탁 풀릴 것”, “‘1987’ 영화 포스터도 안 봤나?”, “백만 보 양보하더라도 한국인으로 저 사진을 모를 수가 있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등 비판이 일고 있다.

윤 전 총장의 ‘부마’ 논란과 관련해 이한열 열사의 죽음과 6월 항쟁을 다룬 영화 ‘1987’도 함께 거론됐다.

장준환 감독이 연출하고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등이 출연한 ‘1987’은 지난 2017년 12월 말 개봉해 전국에서 72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크게 흥행했다.

영화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은폐하려는 세력과 진실을 알리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대규모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된 이한열 열사의 피격 장면은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에 해당한다. 영화 속 이한열 열사는 배우 강동원이 맡아 연기했고, 그가 죽는 장면의 구도 등이 실제 저 추모비에 새겨진 로이터 사진과 매우 흡사하게 연출된 것으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영상 = 유튜브 채널 'JTBC Entertainment')

‘1987’은 제39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포함 3개 부문 수상, 제54회 백상예술대상 대상 포함 4개 부문 수상, 제55회 대종상 감독상과 기획상, 제38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최우수작품상 등 3개 부문 수상 등등 수많은 트로피를 쓸어 담는 등 비평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금요일에 안산 금메달 3관왕, 여자배구 한일전 승리 등등 다양한 올림픽 이슈들이 관심을 끌며 주말동안 부마 논란은 다소 잠잠해지나 싶었다. 그런데 얄궂게도 일요일 저녁 OCN 채널에 '1987’이 편성되어 있었다. 

한편, 윤 전 총장 측은 ‘부마’ 논란과 관련해 “(그 사진을 보고) 모르는 사람이 저희 또래에 누가 있겠냐”면서 이날의 발언은 단순한 해프닝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입당 후 기자들과 만나 “당시에 27살이고 집도 연세대 앞이었다”고 강조하며 해당 논란이 “조금 어이가 없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관련태그
윤석열  1987  부마항쟁  이한열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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