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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나는, 우리 회사는, 한국은 어떻게 브랜딩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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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04호 최영태 이사⁄ 2021.08.03 10:07:58

(문화경제 = 최영태 이사) 이번 주 문화경제에는 브랜드, 브랜딩에 대한 기사가 많이 실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상인물 모델 ‘오로지’를 기용해 신생 브랜드를 알리는 데 톡톡히 성과를 올리고 있는 신한라이프 관련 기사(36~37쪽)다. 전철 안에서 춤을 추는, 몸매는 여성스럽지만 얼굴 표정은 강렬한 여성 모델이 실존인물이 아니라 컴퓨터로 만들어낸 가상인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옛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결합해 태어난 신생 신한라이프라는 보험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그간 몇몇 기업에서 가상인물 모델을 광고에 동원시켰지만 로지만큼의 히트를 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기존 연예인과 너무 닮았거나(차별화가 안 됨), 아니면 골고루 고운 미인 얼굴이어서(개성 부족) 대중에 어필하지 못했던 듯 하다.

반면, 로지는 기존 인기 연예인과 닮은 듯 하면서도 다르고(확실한 차별화), 그저 예쁜 얼굴이라기엔 찡끗거리며 웃는 표정 등에서 개성만발이다. 로지는 신한라이프가 자체 개발한 가상인물이 아니라,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라는 영상-애니메이션-캐릭터 전문 기업이 개발했고, 마치 실존인물을 광고모델로 한정 기간 계약하듯, 두 회사 사이의 계약에 따라 광고모델로 활약하고 있을 뿐이다.

독창성을 살리는 ‘가상모델 한정 채용’ 방식

이런 방식, 즉 기존 대기업이 자체적으로 인하우스(in-house: 회사 내부 소속의) 광고회사를 통해 가상인물을 만드는 게 아니라(대기업 내부의 낡은 인식이 신생 가상모델에 영향을 끼치기 쉬움), 외부의 독창적인 전문가 그룹이 만든 가상인물을 채용하는 방식을 취한 데서도 로지의 성공 공식이 읽힌다.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의 홈페이지 첫 화면에 등장하는 ‘로지’의 알 듯 모를 듯 강렬한 얼굴 표정.

로지의 표정과 행동방식을 보면서 이른바 ‘언캐니(uncanny) 심리학’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된다. uncanny(‘이상한, 묘한’이라는 의미)는 canny(‘약삭빠른’이란 의미)에 부정 접두어 un-을 붙여 만든 말로, 낯설어서 어떻게 설명할지 몹시 헷갈리는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언캐니한 얼굴’이라면, 닮은 듯 안 닮아서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헷갈리는 얼굴이다. 예를 들자면, 멀리서 보더라도 백인인지 동양인인지 금방 알 수 있어서 판별이 쉬운 얼굴이라면 굳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가까이서 봐도 백인인지, 동양인인지, 흑인의 피가 섞였는지 아닌지 헷갈리는 얼굴이라면 묘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 궁금해하는 정도를 측정해보니 금방 파악가능한 대상에 대해서는 관심이 낮고(굳이 관심을 쏟을 필요가 없으므로), 완전히 다른 대상에 대해서도 관심도가 낮은 반면(예컨대 영화 ‘스타워스’의 R2D2 로봇의 쇠얼굴처럼), 영화 ‘아바타’에서처럼 인간인 듯 인간이 아닌, 그래서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연상되는 대상에 대해서는 관심도가 아주 극도로 높아진다는 게 언캐니 심리학의 내용이다. 그래서 이될순 기자의 기사 제목이 ‘사람인 듯 아닌 너 로지로 광고 대박 비결은?’이다. 가상인물의 묘미는 바로 ‘~인 듯 아닌’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신한라이프는 로지의 기용을 통해 회사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예전의 보험사에서는 보험 상품을 많이 판매하는 게 최고였다. 그래서 영업소의 ‘보험왕’이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비대면 판매가 주를 이루는 현대 세계에서는 ‘판매왕’도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휴대폰에서 어떤 보험사 앱을 선택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앱 선택을 받으려면 그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가 훌륭해야 한다.
 

1993년 10월 8일자 동아일보의 대신증권 광고. ‘큰 大 믿을 新’이란 광고 문구를 당시 적극 홍보했었다.

‘큰 大 믿을 新’의 21세기 브랜딩 전략

이번 호 표지인물인 대신증권 김봉찬 브랜드전략실 이사는, 현대카드의 브랜드 담당에서 대신증권으로 옮긴 특이한 경우다. 증권사 유튜브 방송에 프로야구 선수를 등장시키는 등 대신증권의 새로운 시도들을 김 이사가 총괄한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저는 브랜딩을 합니다”라고 했고, 브랜딩의 역할을 “회사의 긍정적 이미지를 누적시켜 가는 일”이라고 했다. 증권회사에 브랜딩이 필요한 이유로는 “금융 상품은 차이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건이 귀했던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물건을 잘 만드는 게 가장 중요했고, 금융 상품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상품과 서비스가 넘쳐나는 4차산업화 시대에는 웬만한 상품은 누구나 만들기 때문에 ‘누가’ 만들었냐를 적극 어필해야 한다. 예컨대 성능은 비슷해도 애플이 만들었다면 당장 값이 두 배 이상으로 뛰어오르는 식이다. 그 ‘누구’를 어필하는 게 바로 회사의 브랜딩이다.

신간 소개 코너(80쪽)엔 이른바 퍼스널 브랜딩을 다룬 독일 베스트셀러인 ‘있어 보이는 나를 만드는 법’(티젠 오나란 지음)도 소개됐다. 회사건 개인이건 브랜딩을 통해 가치를 올리려는 시대에 나의 브랜딩은, 그리고 대한민국의 브랜딩은 도대체 뭔지를 골똘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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