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데스크 칼럼] 비대면 시대에 대면 고집하는 원칙의 힘, hy와 코스트코

  •  

cnbnews 제711호 최영태 이사⁄ 2021.11.12 09:48:00

(문화경제 = 최영태 이사) 이번 호 ‘문화경제’는 7개월 전 회사명을 기존 한국야쿠르트에서 hy로 바꾼 hy의 변화 노력을 집중 조명했다.

외국인이 한국에 오면 놀라게 되는 점이 많지만 그중 하나로 hy의 공식 명칭 ‘프레시 매니저’, 민간 명칭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타고 다니는 ‘세계 최초의 굴러다니는 냉장고 카트’(명칭은 ‘코코’)가 있다. 거리에서 이 코코를 처음 본 외국인들은 “아니, 이것은 무슨 첨단 모빌리티인가!”라면서 깜짝 놀라게 된단다.

세상이 모두 대면 접촉을 꺼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도 hy의 코코는 골목골목을 누볐다. 이에 더해 hy는 앞으로 배송-물류 전문기업으로도 분야를 확장해, 자사 제품뿐 아니라 타사 제품까지를 집집의 안방마다에 전달해주는 마이크로 딜리버리 업체로 성장할 계획을 착착 추진 중이라니 그 변화상이 놀랍다. 아무리 세상이 비대면을 향해 달려간다 하더라도 hy는 어떻게 해서든 땅을 딛고 다니며 고객과 얼굴을 마주 대하는 대면 판매-배송이라는 기업 고유의 특성을 유지하며 성장하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매장 시대’를 놓지 않는 기업으로는 코스트코도 있다. 예전과 달리 한산해진 국내 대형 마트만을 다니다가 어쩌다 한 번 코스트코 매장에 가보면 역시 깜짝 놀라게 된다. 많은 사람이 마치 전투라도 치르듯 카트를 맹렬하게 몰고 다니면서 물건을 넘쳐나도록 싣고 사가는 모습이 10년 전, 20년 전과 판박이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물류(물건 사기)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다는 세상에서 코스트코의 이러한 승승장구는 “도대체 원인이 뭘까?”라는 의문을 품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 궁금증의 일단을 유튜브 채널 탁튜브를 운영하는 김탁 유진자산운용 이사가 지난 11월 6일 라이브 방송을 통해 풀어줬다.

 

일본 기후 현의 코스트코 매장. 사진 = Renaik

김 이사는 여러 도표를 보여주며 “코스트코의 2분기 실적 발표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2분기에 세계적인 물류 대란으로 유통업체들이 물량을 확보하는 데 애를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코스트코는 올해 13.3%라는 두 자리 상승세를 올릴 것으로 잠정 추정되며, 3분기 성장률은 무료 21.5%로 추산된다”며 엄청난 실적 성장세를 소개했다.

그리고 이런 성장률의 바탕에는 코스트코만의 가격책정 원칙이 있으니 그건 바로 △좋은 물건을 이익을 적게 붙여 판다 △광고 등 마케팅 비용을 거의 쓰지 않고 오로지 좋은 물건 판매에만 집중한다는 두 가지라고 그는 보여줬다.

코스트코의 성공 원칙 두 가지

우선 좋은 물건을 싸게 파는 방식. 김 이사에 따르면 코스트코가 매입 원가에 붙이는 이익의 평균치는 10%에 불과해, 국내 한 대형 마트의 20%의 절반에 불과했다. 박리다매(이익을 조금 붙여 많이 판다)가 장사의 大원칙이라지만, 코스트코는 여기에 ‘비싼 물건을 묶어서’ 싸게 판매라는 변형을 가한다. 1개만을 값싸게 판매하는 게 아니라 묶음 상품으로 2, 3개를 한꺼번에 싸게 판매한다. 그래서 과거 미국 신문에선 “코스트코에서 장을 보면 오히려 돈을 더 쓰게 돼서 손해”라는 실제 측정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치즈를 예로 들면 월마트에서는 그날 그날 먹을 만큼만 소량으로 살 수 있는 반면, 코스트코에서는 치즈를 덩어리 채 사야 하기 때문에 똑같은 양을 사 먹는 기준으로 친다면 코스트코에 낭비 요인이 있다는 실제 측정 기사였다. 그러나 이런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스트코 매장에 가면 눈이 돌아가게 되는지 지금도 카트가 그득그득 채워지고 있다.

성공 방식의 두 번째인 ‘집중 방식’은 이런 식이다. 우선 코스트코는 일반 광고를 하지 않는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광고로 충분하다는 식이다. 게다가 물건의 가짓수도 적다. 한국 대형마트의 치즈 코너에 가면 가짓수가 훨씬 많지만 소량 포장에 값도 비싼 편이다. 반면 코스트코의 치즈 코너엔 덩어리 치즈가 가짓수 적게 상대적으로 훨씬 싼값에 판매된다. 이를 김탁 이사는 “물건 선택에 자신이 있다는 애기다. 코스트코의 매장 담당자가 먼저 필터링을 해서 좋은 물건을 선별해서 사게 해줌으로써 물건 선택이 주는 스트레스를 줄여준다”고 해석했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품목 숫자가 월마트는 1만 가지나 되지만, 코스트코는 3700가지에 불과하다고 김 이사는 보여줬다.

 

hy의 하이프레시 광고 포스터.

비대면이 맹위를 떨친 작년과 올해 코스트코의 주가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줬고, 특히 올해 ‘위드 코로나’ 시대가 열리면서 코스트코의 주가 곡선은 거의 헬리콥터가 하늘로 올라가듯 수직상승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hy와 코스트코의 이런 모습은 “손으로 전달하는 게 중요해”(hy), “매장은 여전히 중요해”(코스트코 옐리네크 CEO의 말)라는 원칙을 웅변한다. 시대가 비대면으로 변해간다고 해서 hy나 코스트코가 “제조업체가 손으로 전달하는 시대는 끝났어” “이제 매장은 문을 닫고 온라인으로 가야 해”라고 원칙을 저버렸다면 아마 이 두 기업의 모습이 지금 같지는 않았을 듯하다. 세상은 무섭게 변하고 있지만 원칙-본질까지 버리고 추종하면 안 된다. 오히려 원칙(중심)을 지키면서 변화를 껴안을 때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는 두 좋은 사례라고 할 만하다.

관련태그
CNB  씨앤비  시앤비  CNB뉴스  씨앤비뉴스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