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롯데콘서트홀을 뜨겁게 달군 ‘클래식계 아이돌’ 대니 구에 이어 하반기엔 ‘스타 소프라노’ 황수미가 온다.
‘롯데콘서트홀 마티네 콘서트’는 롯데콘서트홀이 개관 초기부터 이어 온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아침 시간에 공연이 진행되며, 해설을 곁들인 구성이 특징이다. 앞서 ‘김정원의 음악신보’, ‘백혜선의 베토벤’, ‘최수열의 고전 두시’ 등의 프로그램으로 관객을 만났다.
올해는 상반기에 선보인 ‘대니 구의 플레이스트’가 3회 모두 매진되며 호응을 얻었다. 이어 하반기엔 ‘황수미의 사운드 트랙’으로 세 차례(9월 18일, 10월 16일, 11월 20일)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2014년 세계 3대 음악 콩쿠르 중 하나인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황수미는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주요 도시와 극장에서 활동해 왔다. 서울예술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학사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뮌헨 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오페라/리트&오라토리오)을 졸업했다.
독일 ARD 뮌헨 국제 음악 콩쿠르 2위, 멘델스존 콩쿠르 1위, 아넬리제 로텐베르거 콩쿠르 우승 등 각종 콩쿠르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국내에서는 동아음악콩쿠르 1위, 국립오페라단콩쿠르 대상을 비롯해 제14회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특히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올림픽 찬가를 불러 주목받았다. 또한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는 노벨 평화상 시상식 콘서트에서 베토벤 합창의 솔리스트로 공연했고, 유럽과 더불어 일본과 싱가포르에서도 연주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현재 경희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롯데문화재단과는 2022년 여름 축제 ‘클래식 레볼루션’을 비롯해 다양한 무대에 오르며 꾸준히 인연을 이어왔다. 이번엔 자신의 이름을 내건 ‘황수미의 사운드트랙’ 타이틀 아래 오페라와 뮤지컬, 가곡과 대중적 음악을 오가는 레퍼토리를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펼치며 클래식의 지평을 넓히는 시도를 한다. 특히 황수미가 직접 진행과 노래, 해설을 모두 맡아 음악과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장을 만든다.
- 이번 마티네 공연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연주자로서 제안을 받아 연주(음악을 공연)만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번 공연은 롯데문화재단 측으로부터 기획, 해설까지 제안 받았어요. 사실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땐 호스트로서 사회만 보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이번 공연이 제게도 큰 도전입니다.
연주자로서 제 지평을 넓히는 게 큰 사명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음악적 교감을 나누고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크루와 함께하는 기쁨도 중요합니다. 때문에 재단 측의 제안을 받았을 때 조금 고민하긴 했지만 ‘언제 제 이름을 건 이런 큰 마티네 공연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으로 수락했습니다.”
- 롯데콘서트홀 마티네 콘서트의 매력은?
“인터미션이 없는 짧은 공연이다 보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요. 또한 롯데월드몰 안에 공연장이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공연 관람을 마친 뒤에도 쇼핑 등 즐길 인프라가 많은 것도 이번 공연의 장점입니다. 또한 마티네 콘서트의 특성에 걸맞게 단순히 연주만 이어 나가는 게 아니라, 연주자와 관객이 서로 소통하며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하고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예정입니다.”
- 아침 공연이고 멘트, 노래, 해설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목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아침 공연은 모두에게 힘들지만, 특히 성악가에게 좋지 않은 시간입니다. 그러나 개인적 불편함 때문에 연주를 조정할 순 없고요. 연주에 맞춰 생활하는 것이 성악가이기에 시간, 컨디션 관리는 당연히 해야 할 소명입니다. 건강한, 좋은 소리로 오래 공연하고 싶기에 관리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맑은 목소리 톤을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피하는 배역도 있습니다. 역량을 과하게 벗어나는 캐릭터는 제안이 들어와도 고사합니다. 앞서 독일, 유럽 등에서 아시아인이다보니 ‘나비부인’의 초초상으로 출연해달라는 제안을 많이 받았는데요. 그 역할의 경우 아리아는 부를 수 있지만, 전체를 감당하기엔 제 목소리 톤과 체력적 측면을 다방면으로 고려했을 때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거절했습니다. 단기간으로 보면 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였지만, 제 역량에 맞는, 제게 딱 맞는 옷을 입고 공연하는 것이 관객이 보기에도 편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 이번 공연의 주요 콘셉트는?
“상반기에 대니 구 씨가 기악 중심으로 마티네 콘서트를 꾸렸다면, 하반기엔 성악 중심으로 공연을 꾸릴 예정입니다. 호스트가 돼 롯데문화재단 측과 논의하면서 ‘세 번의 공연을 확장성 있게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눴어요. 이에 따라 9월 첫 공연은 ‘가곡’, 10월 두 번째 공연은 ‘오페라’, 11월 공연은 ‘주요 시네마 속 오페라, 뮤지컬 넘버’ 등을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사운드트랙’이라는 콘서트 제목처럼 세 가지 버전의 트랙으로 구성해 여러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연을 꾸리려 해요.”
- 프로그램을 짤 때 고려한 관객층은?
“클래식 입문자도 공연을 많이 찾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너무 심오하거나, 어려운 곡은 피했습니다. 하지만 9월 첫 공연에서 가곡만은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가곡이라는 분야가 처음엔 어색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사로 목소리를 들려주는 이 음악이 ‘코어 클래식’이라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하는 데 신경 썼어요. 이를 잘 전달하고자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인 슈만의 곡을 택했고요.”
- 슈만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어떤 곡을 특히 좋아하나요?
“슈만의 아름다운 연가곡들이 많은데요. ‘여인의 사랑과 생애’는 드라마가 이어지는 음악이라 좋아합니다. ‘시인의 사랑’이라는 곡도 좋아해요. 슈만이 지닌 특별한 우울감 속에서도 맑은 사운드가 유지되는 음악에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곡이죠.”
- 이번 공연의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소개하자면?
“9월 공연에서는 아름다운 우리 말 가사에 담아낸 한국 가곡 윤학준의 ‘마중’, ‘별’을 포함, 대중에게 잘 알려진 로베르트 슈만의 ‘헌정’을 비롯해 클라라 슈만의 ‘나는 어두운 꿈속에 서 있었네’, 레이날도 안의 ‘사랑에 빠진 여인’, ‘내 노래에 날개가 있다면’ 등을 선보입니다. 테너 김우경과 피아니스트 안종도가 함께하고요.
10월 공연에서는 피아니스트 방은현과 소프라노 이한나, 메조 소프라노 정세라, 테너 김효종, 바리톤 이동환, 베이스 김대영과 함께 모차르트의 오페라 ‘코지 판 투테’를 콘서트 오페라의 축약버전으로 무대에 올립니다.
11월엔 뮤지컬 ‘벤허’의 ‘기도’, ‘운명’ 외에 ‘팬텀’의 ‘내 고향’ 등을 준비했고요. 해당 공연엔 뮤지컬 ‘벤허’, ‘프랑켄슈타인’ 등의 작품에 참여한 음악감독 이성준과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온 뮤지컬 배우 카이(정기열)가 함께합니다.”
- 매 공연마다 게스트가 다른데 섭외 과정은?
“9월 가곡 프로그램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다양한 파트의 성악가로 구성해서 다양한 곡을, 다양한 목소리로 들려 드리는 게 좋을지도 고민했죠. 사실 ‘가곡’ 하면 여러분 모두 생각하는 사운드가 있으리라 생각되는데요. 저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슈만을 누가 제일 잘 부르는지 역으로 생각해 봤는데, 김우경 테너가 딱 떠올랐습니다. 연락을 드렸더니 흔쾌히 제 기획에 함께하겠다고 했어요. 클라라 슈만, 로버트 슈만의 듀엣곡까지 함께 부를 예정입니다. 피아니스트 안종도도 함께해 한 편의 드라마처럼 공연을 만들려 합니다.
10월 오페라 공연은 갈라 콘서트 형식도 고려했는데요. 그러면 관객이 다양한 아리아를 듣는 재미는 있겠지만, 오페라 한 곡을 재밌게 각색하거나 기획하면 훨씬 더 짜임새 있는 공연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또한 마티네 콘서트의 시간적 제약 아래 공연장을 찾는 불특정 다수의 관객의 입장을 생각했을 때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테’ 오페라가 아침에 듣기에도 재밌는 분위기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선정했습니다. 소프라노 이한나, 메조소프라노 정세라, 테너 김효종, 바리톤 이동환, 베이스 김대영과 함께 구성하고, 피아니스트 방은현이 음악 코치로 참여합니다.
마지막 11월 시네마 콘서트도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처음엔 뮤지컬도 이야기했지만 제 전문 분야가 아니다 보니 시네마로 주제를 바꾸고, 뮤지컬 넘버까지 확장하는 형태로 구성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이성준 음악감독과 기획공연을 하며 친분을 쌓은 것이 계기가 돼 이번 공연에도 함께 하게 됐고요. 또한 제 진로를 고민하던 대학시절 도움 받았던 뮤지컬 배우 카이가 함께해 주기로 했습니다.”
- 카이 배우와의 인연을 더 자세하게 소개하자면?
“학창 시절 성악에 대해 스스로 확신이 없었어요. 어릴 때 무용도 배웠기에 당시 뮤지컬 분야를 전공으로 택해야 할지, 아니면 성악을 해야 할지 카이 배우에게 진지하게 상담했죠. 당시 카이 배우가 자장면을 사주면서 ‘도전을 해보는 게 나쁘지 않다’고 조언해줬어요. 그래서 학부 시절에 뮤지컬 오디션도 보는 등 도전했습니다. 덕분에 뮤지컬에 대한 후회를 남기지 않고, 다시 성악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진로가 불확실한 시기 도움을 준 소중한 인연으로 남아 있습니다.”
- 다시 뮤지컬에 도전해볼 생각은 없나요?
“학부시절 임했던 뮤지컬 오디션이 ‘대장금’이었는데 떨어졌어요. 오디션 분위기가 성악과 많이 달라 거기서 오는 기세에 많이 눌렸고요. 또한 연기 연습을 일절 하지 못한 상태였기에 주어진 지문을 어색하게 읽고, 노래만 부르고 오는 등 여러모로 떨어질 요소가 많았었다고 기억합니다. 뮤지컬을 전공하는 분들이 바닥부터 연습하고, 열심히 수련하는 걸 알기에 제가 섣불리 도전하는 건 경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아직 성악에서도 배워야 할 레퍼토리와 수행할 것들도 많이 남아있고요.”
- 뮤지컬 배우가 오페라를 하기도 하는 등 장르 간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는 추세인데 이에 대한 생각은?
“한국에 와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한국뿐 아니라 해외도 클래식 음악과 타 장르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걸 느낍니다. 단순히 연주자로서만 활동한다면 저도 얼마든지 무대에서 펼치고 싶은 게 많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교육자의 입장 또한 염두에 두고, 연주 프로그램이나 기획을 보다 면밀하게 보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프라노 황수미가 너무 정통 클래식만 하는 게 아니냐’는 일부 의견도 있는데, 이번 마티네 콘서트를 통해 보다 관객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마티네 콘서트 이후 하반기 공연 계획은?
“마티네 콘서트 일정이 끝난 뒤엔 대전시향과 베토멘 합창 교향곡 일정이 있습니다. 내년 2월엔 도쿄에서 말러 천인료향곡 협연이 예정돼 있고요.”
- 해외 활동도 계획하고 있나요?
“해외 오페라 극장 일정을 맞추기 쉽지 않습니다. 오페라 연습은 6주, 길게는 8주 정도 진행하는데요. 이런 일정이 학기 중에 진행되다 보니 방학에만 맞춰서 일정을 맞추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도 한국에 들어와 활동을 이어나가는 것도 제게 의미 있는 시간이라 생각해요. 어디서 제 목소리가 쓰이고, 목소리가 흘러 나가든지 영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항상 성실하게 준비하고 있어요.”
- 성악가로서 자신만의 매력을 꼽자면?
“제 자신을 잘 아는 것이요. 제 역량을 과하게 벗어나는 캐릭터는 지양하고, 100%, 120%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들로 철저하게 준비해야 관객의 공감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에 이 점에 있어서 항상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 또 도전해보고 싶은 배역이 있다면?
“젊은 목소리로 오래 연주를 이어가며 레퍼토리를 확장하고 싶습니다. 선배 성악가들이 여전히 맑은 목소리를 유지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면 동기부여가 되고 감동도 느껴요. 그렇게 관리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알고, 또 목소리는 아무리 돈이 많다 해도 다시 살 수도 없으니까요.
기회가 된다면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과 모차르트의 오페라 ‘이도메네오’, 베르디의 오페라 ‘라트라비아타’를 해보고 싶어요. 이 중 이도메네도에 나오는 일리야 배역을 독일에서 맡았었는데, 다시 한 번 잘 해보고 싶습니다. 언젠가 꼭 도전해볼 수 있도록 잘 연마하고 준비하겠습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