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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박근혜 사면으로 보는 후보 감별법 … 대통령이 하고픈가, 일이 하고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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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14호 최영태 이사⁄ 2021.12.30 10:22:25

(문화경제 = 최영태 이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격 사면 뒤 ‘대선 판에 그가 어떤 발언을 하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논하는 논평들이 있으나 과연 그럴까.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그의 발언에 영향을 받을 유권자는 별로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폭로되던 2016년 11월 4일 2차 대국민 사과 때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라고 탄식했다. 지금 시점에서 묻고 싶다. ‘도대체 당신은 뭘 하려고 대통령 직에 도전했으며, 임기 중에는 뭘 추구했냐’는 질문이다.

10년 전 2012년 대선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보수 유력지의 전직 기자들과 저녁 식사를 했다. 십여 명이 모인 가운데 일부는 당시 이른바 ‘박근혜의 세 비선 캠프’에 소속돼 있었다. 이들은 입을 모아 “박근혜가 당선돼야 하는데” “그래야 우리 회사가 잘 되는데”라면서 자신의 이익과 박근혜 당선을 연결시켜 말했다.

물론 모든 대선은 이런 식으로 치러진다. 전국민이 아는 유력 후보로 내세운 뒤 당선시켜 사후 이익을 얻으려는 세력들의 전면전이 한국의 대선이다. 그러나 후보로 내밀어진 인물이 정말로 대통령 직을 원했는지, 아니면 특정 세력이 (이득을 보기 위해) 그 후보를 이른바 얼굴마담으로 밀어올렸는지는 역대 대통령들에게서 상당한 수준차가 감지된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스스로를 ‘조선의 왕족’으로 자처했고, “나 아니면 대통령 안 돼”라는 고집 탓에 다툼도 많이 일으켰다. 대통령이 되는 것 자체가 목표였는지 취임 뒤 농지개혁 등 일부 업적이 없지 않았으나 결국 부정부패와 부정선거로 4.19혁명이라는 철퇴를 맞았다.

현대 한국을 일군 박정희 전 대통령은 조금 달랐다. 쿠데타라는 부당한 방법으로 대통령이 됐지만, 그의 당시 국회 시정연설 등을 보면 경제 수치가 너무나 촘촘히 배치돼 있어 ‘사실상의 왕’이 된 뒤에도 경제개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펼쳤음을 읽을 수 있다. 대통령이 되는 것이 최종 목적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 뉴스가 방영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군부독재의 마지막 두 대통령인 전두환-노태우 사이에도 상당한 차이가 느껴진다. 전두환은 12-12 쿠데타라는 불법적 방법으로 대권을 차지했고 “경제는 잘 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이에는 당시 불어온 ‘3저 호황’이 큰 기여를 했고, 경제만은 김재익 경제수석 등에게 맡김으로써 이들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적 경제 재편에 성공한 덕이었다. 전두환은 대통령이 된 뒤에 이렇다 하게 추구한 목표가 있었다고 하기 힘들다.

그 뒤를 이은 노태우 대통령은 조금 달랐다. 검찰을 동원한 공안통치라는 과오가 있었지만, 북한과의 관계개선과 북방외교를 서둘러 나라의 진로 방향을 바꾼 공로가 있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한 일이 분명 있다.

이어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전통 야당을 군부독재 정당과 합당시키는 무리수까지 동원했다. 대통령이 된 뒤 군부 하나회 숙청과 금융실명제 등의 업적도 있었지만 즉흥적인 국정 운영으로 결국 IMF 외환위기라는 망국 사태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그때 만들어진 양극화 고통은 아직도 이어진다.

이후 김대중-노무현 두 ‘민주 정권’은 공과가 있다. 김 대통령은 IT 산업 발전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성사시켰고, 노 대통령은 탈(脫)권위주의와 남북관계 개선 등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겼다.

밀어올리는 배후조종세력이 있는가 없는가

그 뒤가 문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지만 “한국 토건업계가 밀어올린 대통령”이란 평가 그대로 취임 뒤 토건업계를 중심으로 ‘나라를 해체해 사익을 취하는’ 행태를 보였다. 만사형통(만사는 형을 통한다)는 말이 횡행할 정도로 그를 배후조종하는 세력이 컸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때 경제민주화를 논하고 전태일 동상에 참배하면서 일부 개혁적 면모를 보였고 큰 기대를 안고 출범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일 뿐이었다. 박정희-육영수 두 부모가 총탄으로 스러지고 전두환에게 배신당했다고 여겨 두문불출하고 살던 박근혜를 세상으로 끄집어 올린 것은 극우-군부독재의 잔당들이었다. 박근혜는 이들 배후세력들이 시키는 대로 훌륭하게 연기를 마치고 청와대에 입궁한 뒤에는 ‘당신들 하라는 대로 다 했고 이뤄줬으니 이제 쉴래’라고나 할 만한 태도를 취했고, 그를 대통령으로 밀어올린 배후세력들은 ‘나라 뜯어먹기’에 매진했다.

박근혜 후보 시절에 한 변곡점이 있기는 했다. 바로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칠푼이가 뭘 한다고”라는 혹평이었다. YS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였지만 그래도 전직 대통령의, 그리고 박 후보를 근접 관찰한 원로의 귀중한 경고였지만 한국 언론들은 가십거리로 다루면서 웃고 지나갔다.

YS의 중대한 경고를 가십 취급했던 우리 언론들은 지금 제대로 역할하고 있나? 10년 전 그때나 지금이나 “특정 후보가 당선돼야 우리 회사에 이익이 되는데”라면서 궁리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언론들이 사리사욕에 몰두할수록 국민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나라가 휘청거리면 아랫사람부터 죽어나가기 때문이다. 지금 나온 후보 중 취임 뒤 일에 집중하는 후보는 누구이며, 반대로 배후세력이 있어서 대통령 직이 최종 목표인 후보는 누구인가? 실패하지 않을 대통령을 뽑는 좋은 감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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