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6호 박유진⁄ 2022.01.05 17:11:11
한국화랑협회가 국내 최대 미술품 경매 회사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을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3일 발표했다. 화랑협회는 “최근 경매사들의 무분별한 운영으로 미술시장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라고 말하며 서로 합의한 연 4회 경매 제한, 제작연도가 2~3년 이상인 작품만 출품할 수 있도록 할 것 등의 내용으로 구성된 ‘신사협약’ 조항 준수를 촉구했다.
2020년 불경기와 코로나로 침체된 미술시장은 지난해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면서 MZ세대의 대거 유입으로 다시 호황을 맞았다. 국내외 할 것 없이 미술시장은 온라인 뷰잉룸을 활성화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작품 판매 공간으로 이용할 뿐만 아니라 갤러리의 프로모션을 도울 수 있는 작가 소개와 작품 설명 서비스도 제공하며 코로나 불경기에서 확실히 벗어났다.
2020년에는 코로나의 여파로 대부분의 미술관, 갤러리 전시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등 문화 산업 전반의 피해가 속출했다.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 서울과 아트 바젤, 프리즈 같은 세계적인 해외 아트페어 역시 비슷한 실정이었다. 국가 간 이동 금지로 인해 국제선 항공이 대폭 축소되었고 입출국 절차가 강화되면서 컬렉터들의 발길이 오랫동안 묶였다.
2021년 상반기부터 컬렉터들의 작품 감상과 구매 욕구가 현실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2021년 3월 코엑스에서 개최한 화랑미술제는 39년간 진행 기록 중 최대의 방문객(4.8000명)과 최고의 판매 성과(총매출 72억)를 기록했다. 6개월 뒤인 9월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 서울 2021’도 최고 방문객과 최대 매출 성과를 보였다.
키아프 서울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의 전체 방문객의 53.5%가 올해 처음으로 키아프 서울을 방문했다. 처음 방문한 대상자의 연령 분포는 MZ 세대인 21세~40세가 60.4%로 반 이상을 차지했고 구매율은 18.14%로 나타났다. 이들은 미술품 감상, 향유와 동시에 재판매를 염두에 둔 투자 목적으로 작품을 구매했다. 미술품을 자산 투자 가치로 인식하고 있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다.
전체 미술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는 경매시장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2021년 작가 이우환(86세)은 2018년 김환기가 기록한 ‘최고 낙찰 총액’ 345억 7000만 원을 뒤엎고 394억 8774만 원으로 낙찰총액에서 1위를 했다. 쿠사마 야요이(93세) 역시 낙찰총액 365억 원을 기록하며 최고의 낙찰자 1위로 이름을 올렸다.
미술시장의 대호황은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갤러리와 미술관을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MZ세대 컬렉터들은 미술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그것이 아트페어와 화랑, 경매시장의 실질적인 방문과 수요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과열된 미술시장에 발생한 업계 갈등은 필연적으로 보인다. 화랑협회는 “최근 미술시장이 활기를 찾으면서 양대 옥션사가 매달 메이저를 비롯한 크고 작은 옥션을 개최하고 있는데 그 횟수는 한 옥션사에서 많게는 연 80회에 달한다”라며 “제작된 지 얼마 안 된 작품들,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1차 시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2차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사실상 작가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화랑의 역할이 축소되고, 1차 시장과 2차 시장 간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경매사 측은 ‘시장의 논리’를 강조했다. “경매 횟수나 역할을 제한하려 드는 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맞섰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울 옥션 관계자는 “크리스티·소더비 등 외국 경매 회사의 경우 디지털 예술로까지 발 빠르게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라며 “수요가 늘고 시장이 원하는데 우리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케이옥션 측도 “운영 기조를 변경할 계획이 없다”라고 했다.
한국화랑협회는 오는 26일 오후 4시부터 웨스턴 조선 서울 호텔에서 회원 화랑 옥션을 진행한다. 경매는 회원만 참가할 수 있는 ‘프라이빗 옥션’ 형태로 열리며 낙찰·응찰 수수료가 없고 작가의 근작 출품은 제한한다. 화랑협회는 이번 경매는 수익사업이 아니라 경매사들이 미술계 상생을 위해 체결한 신사협약 이행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 밝혔다.
(문화경제 박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