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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언론이 야당의 ‘근자감’만 키울 때 벌어지는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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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15호 최영태 이사⁄ 2022.01.15 12:17:19

(문화경제 = 최영태 이사) 요즘 대선판을 보자면 “언론들의 그릇된 활약상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감탄하게 된다. 보수 야당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감싸기 급급하고, 집권 여당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사사건건 문제화시키기에 급급한 모습에서다.

언론이란, 뉴스메이커(뉴스를 만드는 자, 활약자)가 아니라 전달자(해설자)다. 전달하고 해설하다보니 가치판단이 끼어들고, 그래서 언론은 스포츠 경기의 해설자 같은 역할을 맡는다.

그런데 이런 해설자가 있다면 어떨까. 상대 팀이 멋진 플레이를 펼쳐도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비난으로 일관한다. 반대로 우리 선수들이 똥볼만 차대도 “시원하게 찼습니다”라며 입에 침이 마르지 않는다면?

물론 이런 편파 해설은 재미가 있다. 이기려는 열망에 들뜬 시청자 귀에는 달짝지근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쉬지 않고 이런 편파 해설만 한다면 지겹다. 우리 선수가 어이없는 실수를 하거나 자책골을 넣어도 “아, 선수 잘못이 아닙니다. 저럴 땐 저럴 수밖에 없어요”라고 해설한다면, 시청자들은 이 어이없는 해설자를 그냥 놔둬야 할까?

 

1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민주개혁을 위해 고심하는 사회 원로 124명이 “대선은 활발한 공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한국 보수언론들의 꼴이 지금 그렇다. 사소한 표창장 위조(재판에서 그 증거 능력마저 부정된)에 대해 징역 4년 선고가 내려지도록 집중 공격-분석을 해댄 언론들이, 불법 혐의가 역력한 경력증명서 위조 등에 대해선 꿀 먹은 벙어리다.

엉터리 해설자의 진짜 문제는 우리 편 선수들에게 ‘근거 없는 자신감’(근자감)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똥볼만 차도 TV 중계방송에서는 “훌륭하다”는 찬사만 나온다면 선수나 감독이 힘들게 노력할 필요가 없다. 그냥 뻥뻥 차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현재 한국 보수 야당의 실력이 그렇게 됐다. 전략도, 팀워크도 없지만 거의 항상 칭찬과 옹호를 받는다.

‘어이없는 슛’을 ‘과감한 시도’로 분칠하는 해설자

야당의 대선 후보와 선대위 주요 관계자들이 강원도 강릉에서 한밤중 술판을 벌이다가 다른 손님과 성희롱 시비까지 붙은 사건이 있었다. 현장에는 기자도 몇 명 있었다. 당시 김어준 tbs 앵커는 이런 요지로 말했다. “만약 이재명과 민주당 주요 관계자들이 코로나 시국에 단체 술판을 벌이다가 성희롱 시비까지 붙었다면 이건 한 달짜리다.” 최소한 한 달 동안은 이재명과 민주당을 두들겨패 그로기 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에 대해서는 이런 질책이 없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히 넘어갈 뿐이다.

 

보수언론들이 스스로를 대통령을 생산하는 ‘킹메이커’로 여긴 건 언제부터일까? 총칼의 힘으로 권좌를 거머쥔 군부독재 시절에는 감히 그런 생각을 못했다. 그러나 최초의 문민 정부가 들어선 1992년 김영삼(YS) 당선 선거에서 언론의 활약이 눈부셨다. 당시 YS 진영을 담당했던 한 정치부 기자는 “뇌가 없는 사람들도 장기간 생존할 수 있음을 매일매일의 취재 현장에서 느낀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러나 실력과 당선은 별개였다. 언론이 마사지만 잘 해주면 YS의 연설, 정책은 항상 경쟁 후보보다 뛰어나다는 인상을 유권자 뇌리에 박아넣을 수 있었다. 손으로 꼽을 숫자의 언론매체밖에 없던 시절이므로.

IMF 사태와 어이없는 국민들(노사모)의 열기로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허용했지만, 보수언론들은 집중공격으로 노무현 정권의 힘을 뺀 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탄생시켰다. 특히 박근혜 정권은 거의 전적으로 보수 언론이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유시민 전 장관은 6일 유튜브 매체 열린공감TV에 나와 “(박 전 대통령은) 사리분별을 못하는 분이다. 그분은 대통령이 된 게 잘못이었다. 그분을 대통령으로 만든 건 8할이 보수 언론이었다”라고 말했다. 필자는 1992년과 2012년 언론 현장에서 언론의 ‘대통령 메이킹’ 현장을 일부 목격했다.

유 전 장관은 이런 말도 했다. “(무능한 후보를 언론이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2012년까지는 전통 언론이 언론 환경을 압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뉴미디어(유튜브, SNS 등) 시대가 왔기에 예전처럼 언론 환경이 보수 쪽으로 기울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한국의 보수 언론은 10년 전까지의 달콤했던 기억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어이없는 슛’을 ‘과감한 시도’로 계속 분칠하는 해설자는 해롭다. 월드컵의 해에 우리 국민들은 이렇게 유해한 해설자들을 그냥 냅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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