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지 지음 / 삼성글로벌리서치 펴냄 / 312쪽 / 1만 7000원
면도기를 파는 두 기업이 있다. 한 기업은 최첨단 기술을 장착한 면도기를 만들었고 당대 최고의 스포츠 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했다. 연구-개발에 많은 돈이 투자되었고 면도기는 점점 좋아졌다. 가격은 비쌌지만 많은 사람이 이 회사의 면도기를 선택했다. 압도적 점유율은 오랫동안 이 기업의 몫이었다. 120년 전통의 기업 질레트의 이야기다.
다른 한 기업이 의문을 가졌다. ‘면도기가 최첨단 기술일 필요가 있을까’ ‘꼭 스타가 광고해야 할까’ ‘면도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좀 더 편리하게 전달될 수는 없을까?’. 이 기업은 창업자가 직접 출연한 유튜브 동영상에서 최첨단 기술도, 스타 모델도 없이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홍보했다. 덕분에 마케팅비와 연구개발비를 줄였고 합리적 가격의 제품을 구독 서비스로 제공했다. 한 달에 1달러만 내면 집으로 면도기와 면도날 4개가 정기적으로 배송되었다. 한국과 달리 마트에 쉽게 갈 수 없는 미국 소비자들은 이 서비스에 큰 호응을 보냈다. 이 기업은 면도기 구독 서비스 제공업체 ‘달러 쉐이브 클럽’이다. 창업 5년 만에 320만 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하며 2016년 온라인 면도기 시장 점유율 52.4%를 차지했다. 120년 전통 강자의 아성이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5년이었다. 구독 서비스의 힘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 책은 이론과 실무를 두루 경험한 경영학 박사인 저자가 구독경제를 단순한 마케팅 전략으로 보지 않고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거대한 소비혁명이라는 보다 넓은 시각으로 풀어내고 있다. 또 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기업과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자유’에 대한 통찰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