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밥도둑이네!” 몇 년 전에 한 TV에서 반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재료 손질부터 양 조절까지 음식 만드는 과정을 출연자들에게 상세히 설명했다. 또 반찬을 만든 뒤 밥과 함께 시식했다. 그때 출연자들이 침을 꼴깍 삼키며 탄성을 터뜨린 것 중의 하나가 꼬막이다.
알싸하게 양념을 한 꼬막을 반지르르한 흰쌀에 비비면 꼬막 비빔밥이 된다. 양념된 미나리의 향긋함까지 더해진 꼬막 비빔밥은 참으로 입안을 즐겁게 한다. 이 맛을 본 많은 출연진은 아예 홀린 듯한 눈빛이었다. 그들은 “이것도 밥도둑이네”, “참 맛있네” 등의 감탄사를 연발했다.
간장게장 못지않은 밥도둑인 꼬막은 봄이 제철이다. 겨울 초입인 11월부터 봄의 향기가 피어나는 3월까지가 가장 먹음직스럽다. 특히 3월의 꼬막은 살이 통통하게 올라 더욱 쫄깃하고 영양가도 높다.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한 꼬막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소화가 잘 된다. 철분과 칼슘도 넉넉해 노약자와 병후 회복식으로 인기가 높고, 어린이 성장에도 도움 된다.
또 쫄깃쫄깃한 식감도 빼어나다. 왕조 시대에는 임금님에게 진상되었다. 진상품이라고, 서민이 먹지 못했던 게 아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전라도 특산물로 소개된 꼬막은 벌교를 중심으로 한 서해안에서 많이 잡힌다. 그 결과 임금부터 어민까지 가까이 입에 댄 ’평등 식품‘이 되었다.
꼬막은 회, 초밥, 양념 무침 등 기호에 따라 여러 가지로 요리가 가능하다. 재료는 껍질에 윤기가 흐르고, 주름골이 선명한 게 좋다. 입이 벌어진 것을 피한다. 개펄에서 건진 꼬막에는 흙과 유기물의 찌꺼기가 있다. 따라서 흐르는 물에 2~3회 씻고, 소금물에 담가 불순물을 제거해야 한다. 너무 오래 삶으면 질겨지므로 주의하고, 삶은 꼬막은 헹구지 않아야 육즙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소설가 조정래는 꼬막에 대해 “간간하고, 쫄깃쫄깃하고, 알큰하고, 배릿하다”고 했다. 이 표현을 몇 번 읽는 것만으로도 절로 침이 삼켜진다. 정말 밥도둑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