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2.04.01 17:24:35
지난 3월 30일 조계사 추대 법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만남과 인사가 주목 받고 있다.
아시아경제 3월 31일 보도에 따르면 조계사 추대 법회에 참석한 문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악수를 요청하자 이 대표는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권성동 군민의힘 의원이 문 대통령에게 가볍게 목례를 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날 행사는 조계종의 신성을 상징하고 종통을 승계하는 최고 지위를 가진 종정을 추대하는 행사로 5년마다 열린다. 현직 대통령이 조계종 종정 추대 법회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문 대통령은 이날 축사를 통해 중봉 성파 종정의 존중과 배려의 가르침을 상기하며 "그 가르침대로 우리 사회가 갈등과 대립을 넘어 화합과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길 바라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추대 법회에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여영국 정의당 대표 등 정치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추대 법회가 끝난 후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이 때 문 대통령이 뒤돌아 있는 이준석 대표의 등을 살짝 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어 문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악수를 청하자, 이 대표는 90도로 깍듯이 고개 숙여 인사했다.
대통령에게 야당 대표가 정중히 인사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네티즌들도 이준석 대표가 아버지뻘 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예의를 갖춘 것이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그런데 이 장면은 10년 전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났던 불미스러운 일 하나를 떠올리게 한다. 2012년 5월 7일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었던 이준석 대표는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명예를 훼손하는 패러디 만화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큰 파장을 일으켰다.
패러디 만화의 원작은 조조에게 억류돼 있던 관우가 전투에서 적의 목을 베고 돌아와 그 목을 땅바닥에 내팽개치는 장면을 담고 있었다. 문제는 만화의 자극적인 내용과 그림 속 인물의 얼굴에 당시 문재인 고문 얼굴을 합성한 것. 만화는 관우 얼굴에 손수조, 목이 잘린 적장 얼굴에는 문 고문, 조조 측근의 얼굴에 이준석 위원이 삽입되어 있었다.
패러디만화 속에는 관우로 분한 사상 주례여고 학생회장 출신의 손수조 후보가 “명만 내리시면 재인의 목을 베어 오겠다”는 장면으로 시작해,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주는 술을 마신 뒤 문 고문의 목을 베고 돌아온다는 내용으로 끝난다.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이던 이준석 대표가 페이스북에 공유한 이 만화는 SNS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고, 이 대표는 “혐오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을 확인 못하고 올렸다. 문 당선자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한다”라고 사과했다.
이 대표는 문 고문의 트위터에도 “방금 전에 제가 페이스북에 만화 링크를 하나 올렸는데 내용을 잘 살펴보지 못해 그 안에 문 당선자님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부분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하고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사과 멘션을 보내기도 했다. 이후 이 대표는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을 상임고문을 직접 찾아가 사과의 뜻을 전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10년이 지난 후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이 정권 교체에 성공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퇴임을 1개월 여 남긴 상태이다. 이 시점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이 나눈 인사에서 정치적인 입장을 떠난 인간적인 존경, 혹은 미안함이 배어나오는 모습이 대선으로 인한 크고 작은 상처들을 조금씩 아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