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1호 김민주⁄ 2022.04.08 09:39:35
현대백화점은 최근 ESG 경영에 집중하며 특히 환경 분야에서 남다른 행보를 보인다. ‘365일 자원순환 캠페인’(365 Recycle Campaign)을 진행하며 친환경 전용 편집샵 운영, 물품 기부, 투명 페트병·폐지 재활용 같은 기업 차원의 사업은 물론,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에게도 환경 운동을 장려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엔 현대백화점 온라인 쇼핑몰인 더현대 닷컴에 친환경 제품만 모아 둔 ‘리그린(Re.Green) 관’을 오픈했고, 100% 재생용지를 사용한 쇼핑백으로 리뉴얼해 관심을 모았다.
더현대 닷컴 ‘리 그린관’
현대백화점은 기존에 그린 프렌즈 관(Green Friends)을 운영했었다. 그린 프렌즈 관은 친환경·윤리적 라이프 스타일 편집숍 공간으로, 사회적 기업, 친환경(업사이클), 소셜 벤쳐, 공정 무역 등 70여 개 브랜드의 상품을 배치한 바 있다.
지난 3월 30일 현대백화점은 ESG 경영 강화의 일환으로 공식 온라인몰인 더현대닷컴에 ‘리그린 관’을 새로 선보였다. 리그린 관은 지속 가능성을 갖춘 상품만을 엄선한 온라인 편집관이다. 그린 프렌즈 관은 리그린 관에 통합됐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그린 프렌즈관은 지속 성장 가능한 친환경 스타트업 전문 판매 공간이어서 리그린 관에 속한다고 보면 된다”며 “리그린 관은 좀 더 큰 카테고리에서 운영되고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기존의 대기업과 일반 기업들 중에서도 친환경 관련 상품이 나오는 만큼 친환경 관련 상품만 전부 묶어 놓은 전문관”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지속 가능한 가치를 위해 리그린 관 입점 시 ▲친환경 소재 사용 ▲동물 복지 실현 ▲탄소 발자국 저감 ▲사회 발전 기여(기부) 총 4가지 운영 기준을 두고, 이에 해당하는 브랜드만 선택한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은 위 기준을 통과한 120여 개 국내외 패션·아웃도어·화장품 브랜드만 운영하며 총 2000여 개 상품을 판매한다. 백화점 업계에서 ESG 테마 상품만 취급하는 전문 온라인 관을 선보이는 것은 현대백화점이 처음이다. 해당 기업에는 러쉬(Lush), 리바이스(Levi’s), 아디다스(Adidas), 아크테릭스(Arc’teryx), 비클린(Be Clean) 등이 있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리그린 관 오픈 기념으로 4월 3일까지 ‘비건 뷰티 기획전’을 진행했다. 기획전에는 동물 복지에 집중하는 비건 화장품 브랜드 4개가 참여했다. ▲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원료를 사용하는 '닥터브로너스' ▲멸종 위기 동물을 적극적으로 돕는 글로벌 비건 뷰티 브랜드 ‘샹테카이’(Chantecaille) ▲유기농 천연 헤어 케어 브랜드 ‘로마샴푸’ ▲생물 다양성 보호, 플라스틱 사용 최소화, 여성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에 힘쓰는 '록시땅' 등이 있으며 이때 총 60여 개 상품을 선보였다.
화려함 대신 친환경, 현대백화점의 리사이클 활동
현대백화점에서 사용 후 버려지는 현수막의 양은 1년간 약 3톤. 소각 과정에서는 약 879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필환경 시대, 현대백화점은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도 환경을 지키는 방법을 고심했다. 고민 끝에 현대백화점은 친환경 소재 리그린 브랜드 상품 제작까지 나섰다. 이것이 바로 ‘업사이클링 굿즈’ 프로젝트다. 현대백화점은 365 자원 순환 캠페인의 일환으로 업사이클링 상품을 직접 기획·판매·제작하고, 친환경 소재 기업과 협력해 실용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 상품을 개발한다.
업사이클링 굿즈의 내피는 페트병 리사이클 원사를 사용해 마감했고, 택(Tag)은 재생 종이와 콩기름 잉크를 사용했다. 배송 봉투로는 자연 상태에서 생분해되는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업사이클링 굿즈 프로젝트를 통해 약 2.3톤가량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았다. 이산화탄소 2.3톤은 30년생 소나무 352그루가 1년간 정화하는 공기의 양이다. 이는 소나무 한 그루를 매일 한 그루씩 1년간 심는 것과 동일한 효과인 셈이다.
또한 최근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쇼핑백을 교체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고급 용지로 제작된 기존의 쇼핑백 대신 100% 재생용지 쇼핑백을 도입한 것이다. 연간 약 800만 장에 달하는 쇼핑백을 친환경 쇼핑백으로 모두 대체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2월부터 친환경 경영 활동 강화를 목표로 현대백화점이 시행 중인 친환경 캠페인 ‘PROJECT(프로젝트) 100’의 첫 결과물이다. ‘PROJECT 100’은 ‘100% 재활용 소재만을 활용해 친환경 제품을 만든다’는 의미를 뜻한다.
이번에 도입하는 친환경 쇼핑백은 황색의 100% 재생용지로 만들어졌으며, 특히 사용 후 재활용되는 것까지 고려해 코팅이나 은박 등 일체의 추가 가공을 하지 않은 점이 특징이다.
백화점 업계에서 100% 폐지로 만든 쇼핑백을 사용하는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 볼 수 있다. 쇼핑백은 고급스러움의 상징으로, 고객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동시에 백화점의 고품격 이미지를 알리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많은 백화점들이 디자인과 내구성에 집중했다. ‘고급’이라는 이미지를 사고파는 백화점에서 100% 폐지로 만든 쇼핑백을 내놓자 타사와 소비자들 모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더 예쁘고 트렌디해졌다", "정말 좋은 시도인 것 같다"고 감탄했다.
현대백화점은 쇼핑백과 관련해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품이나 서비스 선택 시 친환경을 핵심 가치로 여기는 등 친환경 소비 성향이 유통 업계 트렌드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를 리드해 나가기 위해 전격적으로 도입,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쇼핑백 도입을 통해 매년 기존 쇼핑백 제작에 사용되는 나무 약 1만 3200그루(약 2000여 톤)를 보호하고, 약 3298톤의 이산화탄소(CO2) 배출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백화점의 그린 ESG 경영
현대백화점은 그 외에도 헌옷을 기부하고, 재판매 가능한 물품을 아름다운 가게에서 분류, 재판매하며 친환경 사업에 활용하고, 전자 영수증·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회 공헌에도 힘 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환경 보호를 위한 고객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식도 돋보인다. 잡화, 의류, 도서 등 재판매 가능한 물품을 3점 이상 기부하면 포인트 3000점 지급, PET 표기가 있는 음료· 생수병 7개 이상 제출 시 포인트 3000점 지급, 종이 쇼핑백과 사용하지 않는 휴대폰 기증 시 포인트 3000점을 지급하는 식이다.
이처럼 현대백화점은 리그린 관을 통해 고객 참여형 캠페인을 병행한다. 고객이 리그린 관을 통해 집으로 투명 페트병 수거(20개)를 신청하면 현대백화점이 수거 후 현대 식품관 용기로 제작하는 방식의 ‘365 리사이클 캠페인’이다. 플라스틱 용기 수거부터 청바지 기부까지 모든 친환경 활동은 온라인으로 손쉽게 신청해 비대면으로도 참여 가능하다.
한편 현대백화점은 체계적인 환경 경영 체제를 운영하고자 친환경 경영 위원회를 설립해 사업 활동 전 과정에 친환경 경영을 주요 의사 결정에 반영한다. 위원회에선 친환경 부문 현안과 이슈를 연 단위로 발굴해 부문별로 중점적인 개선 과제를 세운 후 이행하고 있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은 “환경 보호와 자원 재순환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기업이 진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갖춘 친환경 경영 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고객이 이용하는 백화점의 특성을 살려 지역 사회와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친환경 활동과 지원 사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각고의 노력 덕분에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친환경 기술 진흥 및 소비 촉진 유공’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문화경제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