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2.04.06 09:47:35
실제 가족의 전화번호가 뜨도록 해 전화를 받으면 금전을 요구하는 신종 보이스피싱 사기가 최근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경찰이 밝혔다.
5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공개한 신종 보이스피싱 사례에 따르면, 전화를 받을 때 엄마나 딸 등 가족의 휴대전화 번호가 화면에 나오게 해 피해자를 속이는 수법이 등장했다. 가족의 전화번호라 의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20대 여성 A 씨는 발신자 이름이 ‘엄마’로 뜨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큰일났다, 납치된 것 같다”는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A 씨는 엄마가 납치되었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어 “엄마를 납치했으니 3000만 원을 주거나 알몸으로 영상 통화를 하라”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어 남성의 스카프 사진을 카카오톡으로 보냈고, 평소 A씨 어머니가 사용하던 스카프와 유사하고 혈은까지 있어 A 씨는 속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때 문자메시지가 왔다. “급한데 전화 좀 받아보라”는 어머니의 문자메시지였다. 보이스피싱에 속은 것을 직감한 A 씨는 최근 통화기록에서 ‘엄마’라고 표시된 번호를 눌렀지만 다시 보이스피싱 사기범으로 보이는 남성에게 연결됐다. A 씨는 결국 전화번호를 눌러 ‘실제 엄마’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경찰에 바로 신고한 A 씨는 “범인은 한국인이었고, 영화 속 범죄자 목소리처럼 실제 같은 연기였다. 엄마도 같은 시간대 연락을 받아 마침 문자가 와서 다행이었다. 쉽게 속아 넘어갈 수 있는 수법이라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은 발신번호 뒷 8자리만 같으면 전화번호부에 저장된 같은 번호의 이름으로 발신자가 뜬다는 점을 악용했다. 범인들은 발신번호 일부를 같은 번호로 조작한 뒤 국제전화로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찰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조직은 평소 범행 대상을 조사해 그들의 딸, 아들, 부모 전화번호를 파악해 둔다고 한다.
특히 발신자 번호 없이 이름만 뜨는 휴대전화 모델이 범행의 주 타깃이었다. 삼성과 LG가 제조한 휴대전화는 이름과 번호가 함께 뜨지만, 애플 휴대전화는 발신자 이름만 뜬다.
경찰청국가수사본부는 “평소 개인정보를 잘 관리해야 하며, 범죄조직들이 문자메시지를 정교하게 조작하는 만큼 문자 메시지에 포함된 인터넷주소(URL)는 철저하게 확인하고 될 수 있는대로 누르지 말아 달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또 “피해 예방을 위해 이러한 보이스피싱 수법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므로, 가족·친지·친구에게 널리 알려 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