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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기 기자의 WATCH] 시계사의 아이언맨, 세이코

세계 최초 손목시계 대중화 일으킨 세이코, 왼손의 가치에 힘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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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22호 유재기⁄ 2022.04.07 14:29:24

세이코 아스트론은 세계 최초의 손목시계(쿼츠)다. 이 제품을 통해 인류는 손쉽게 시간을 확인하며 일상을 누리게 됐다. 사진 = 세이코

손목시계는 왼손에 착용하는 게 정석이다. 왜 그럴까? 많은 이가 오른손을 자주 사용해 왼손에 착용해야 시계를 보는 게 쉽다고 알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오토매틱 시계의 동력원인 ‘태엽’이 3시 방향에 자리해 왼손에 올려야 오른손으로 초침을 쉽게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상용 손목시계(Quartz, 쿼츠)를 선보인 세이코는 지난 1892년, 세이코 사라는 이름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1913년 일본 최초로 손목시계를 생산했다. 그리고 1969년에 이르러 세계 최초로 배터리로 작동하는 손목시계를 개발했다. 쿼츠 구동방식은 스위스도 비슷한 시기에 개발을 시작했지만, 최초의 상업 쿼츠 손목시계의 시발점은 세이코다.

1969년 세이코가 선보인 최초의 손목시계는 '아스트론'. 당시 이 제품의 출시가는 약 45만 엔(443만 원)으로 현재 물가와 비교해도 높은 가격이다. 고급 승용차 한 대 값과 맞먹는 가격을 보면 당시 이 시계의 위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후 세이코는 상용화를 거듭했고 1970년대에 이르러 저렴한 가격의 손목시계 대량 생산이 이뤄졌다.

손목시계 대중화를 선도한 단 하나의 브랜드
 

세이코는 드레스 워치를 비롯해 다이빙, 항공 등 수많은 장르의 시계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 = pexels

손목시계의 혁신을 알리는 마중물이었던 쿼츠의 강점은 명확했다. 자성 유입에도 강하고 일 오차 없이 정확한 시간을 일러주는 손목시계는 애플의 아이폰 등장과 견줄만하다.

 

여기서 오토매틱(Automatic) 시계의 명칭은 이해되지만 '왜? 전자 배터리가 동력원인 시계가 쿼츠(Quartz)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사전적 의미로 쿼츠는 석영, 즉 수정을 의미한다. 시계는 초 단위로 움직여 분 단위를 형성하며 배터리로 작동하는 시계의 경우 석영 조각의 진동으로 시간을 측정한다. 석영을 작은 단위로 잘라 전기가 흐르는 환경이 조성되면 진동이 발생한다. 이때 1초에 32,768회의 진동이 나타나는데 이 진동수가 1초의 기준이 된다. 과거엔 석영이 초 단위의 기준으로 쓰였기 때문에 전기로 작동하는 시계를 '쿼츠'라고 부르게 됐다.


각계각층의 소비층을 만족시키는 다변화 브랜드 포진
 

세이코 프리미어는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디자인과 성능으로 사랑받고 있다. 사진 = 세이코

긴 시간 세이코가 최고의 시계 브랜드에 꼽히는 이유는 대중화가 전부는 아니다. 

 

지금부터 열거하는 브랜드를 보면 '아, 모두 세이코였구나'라고 할 정도로 수많은 브랜드가 포진됐다. 우선 보급형 브랜드인 '세이코5'는 10만 원대 비용으로 '오토매틱, 충격방지, 데이트' 기능을 누릴 수 있어 젊은 층의 두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사회 초년생에겐 티쏘, 해밀튼과 더불어 다소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구입하고 싶은 '세이코 프리미어'는 든든한 허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일명 '스누피'라고 불리는 SNP(001~004)모델은 사회초년생이라면 한 번쯤 차고 싶은 대표적인 세이코 프리미어의 얼굴이다. 이는 '키네틱 퍼페츄얼' 때문이다. 오토릴레이라고 불리는 이 기능은 시계를 며칠간 착용하지 않아도 다시 제품을 손목에 착용하면 곧바로 초침이 회전하며 현재 시간을 일러준다. 굳이 크라운(용두)을 빼어 조작하는 수고가 필요없다. 놀라운 건 세이코 프리미어는 무려 2100년까지 시간과 날짜를 맞춰주는 퍼페츄얼을 탑재한 시계도 출시한 바 있다. 대대손손 물려줘도 손색이 없다.

그리고 롤렉스와 오메가, 브라이틀링 사이에서 갈등하는 시계 애호가의 또 다른 선택지로 꼽히는 '그랜드 세이코'가 있다. 토요타 사의 렉서스, 현대차의 제네시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렌드 세이코는 스위스 럭셔리 브랜드 못지않은 마감 기술과 무브먼트로 시계 마니아 사이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브랜드 파워를 갖춘 시계를 출시하고 있다. 사진 = 그렌드 세이코

그랜드세이코는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을 훌쩍 넘는 고가의 시계로 가격과 품질, 특히 무브먼트에서 차별화를 둔 세이코의 자존심이다. 무엇보다 그랜드 세이코는 '스프링 드라이브'라는 독자적인 무브먼트를 사용한다. 단순히 ‘그렇구나’라고 볼 수준이 아니다. 시계의 본고장인 스위스의 시계 회사들도 다른 브랜드의 무브먼트를 돌려쓰는 사례가 많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럭셔리 브랜드의 시계를 구입할 때 중저가 시계에 들어가는 무브먼트를 사용해 구입을 망설이는 소비층도 많다.

 

스프링 드라이브는 태엽으로 작동하는 일반 무브먼트와는 궤를 달리한다. 요즘 말로 ‘융합’ 인재다. 스프링 드라이브는 메인 스프링이 생산하는 전기로 기계적으로 동작하는 쿼츠 시계다. 오토매틱의 탈을 쓴 쿼츠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무브먼트는 기계식 시계에 사용되는 탈진기(태엽을 감아주고 태엽이 풀리는 힘이 탈진기로 전달돼 초침을 움직이는 운동 에너지로 쓰이며 시간을 나타냄)가 제거됐다. 대신 그 자리에 수정진동자를 탑재했다. 이 역시 일정 전압이 흘러야 정확한 신호를 받아 태엽이 풀리는 힘을 전력으로 변환한다. 앞서 언급한 오토매틱과 쿼츠의 조합이다. 이러한 구동방식은 착용자의 만족으로 이어진다. 째깍거림 없이 잔잔한 호수 위를 부드럽게 가르는 백조처럼 초침이 물 흐르듯 다이얼을 돌아 심미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이 장면은 직접 두 눈으로 실물을 보거나 유튜브를 통해 접하길 바란다.

그렌드 세이코의 무브먼트, 스프링 드라이브는 마치 잘 손질된 빙판을 가르는 스케이트 날처럼 유려한 핸즈의 움직임을 가능케 했다. 사진 = 그렌드 세이코

그렌드 세이코의 마감 기술은 하이엔드 브랜드도 혀를 두를 정도다. 스테인리스 스틸을 화이트 골드 수준으로 연마한 베젤과 핸즈는 어떤 종이도 한 번에 베일 듯 매끈하고 반짝거려 ‘정말 돈값 한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준이다. 다만 화려함을 가미한 일부 럭셔리 브랜드와 달리 심플한 디자인의 제품이 많아 차별성이 덜한 아쉬움도 있다. 태양광을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아스트론’ 역시 세이코 사의 제품이다.

 

이 밖에도 ‘프레사지’, ‘루키아’, ‘크레도르’, 세이코의 무브먼트를 납품받아 사용하는 ‘ALBA(알바)’등이 세이코의 브랜드로 포진됐다. 스와치그룹(스위스)의 스와치, 오메가, 라도, 론진, 블랑팡처럼 아시아의 거대 시계 그룹의 자존심이 바로 세이코인셈이다.


세이코는 인류에게 스마트폰 시대가 오기 전부터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시간을 일러주는 손목시계를 선보였고 이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비단 세이코 시계를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최초의 손목시계(쿼츠)를 만든 브랜드임을 아는 것만으로도 시계의 세계로 빠지는 기쁜 일이 찾아올지 모르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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