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주⁄ 2022.04.22 11:12:51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소재 주택에서 숨진 지 한 달이나 된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발견됐다. 수도 요금이 90만 원 이상 나오자 이를 수상쩍게 여긴 수도사업소 직원이 점검차 자택을 방문해 모자를 최초 발견, 신고했다.
21일 서울 혜화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인 20일 오전 10시 50분경 낙후 지역인 종로구 창신동에서 노모와 아들이 사망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최초 신고자는 수도사업소 직원이었다. 그는 이 집에 1월, 2월 수도 요금이 90만 원으로 과다 청구된 것을 누수로 의심하고 방문했다가 그들을 발견했다. 앞서 수도사업소 직원은 지난달에도 방문했지만 아무도 만나지 못해 경고문만 붙이고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채널A 단독 보도에 따르면 193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집은 도로 위에 곧 쓰러질 듯 위태롭게 세워져 있었고, 대문에는 전기 요금 연체 고지서와 전기 공급 제한 안내서가 붙었다. 지난 9월부터 연체된 금액은 총 26만 원가량이었다.
집 내부 곳곳에는 쓰레기 더미가 쌓였다. 주방 싱크대는 무너져 내린 채였으며 가스렌지와 냄비에 곰팡이가 피어 음식을 해 먹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경찰은 모자가 지병으로 이미 한 달 전 사망한 것으로 짐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정확한 사망 시점은 알 수 없지만 현재로는 최소 한 달 이상으로 짐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망 원인은 지병으로 알려졌다.
이웃 주민은 “밥도 쌀도 없어서... 누가 돈 버는 사람이 있어야죠. 아들이 엄마 병 간호하느라고. 생활고에 몇 년을 시달리다가 굶어서 저렇게 됐는데 어떡해”라고 말했다.
이 주민의 말에 따르면 고혈압을 앓았던 아들은 10년 이상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간호하며 살았다고 한다. 두 사람의 유일한 수입은 늙은 어머니 앞으로 매달 들어오는 기초 연금 25만 원이 전부였다.
이들 가족은 여러 차례 기초 생활 수급자 신청을 했지만 번번이 탈락했다.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주택을 소유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며 그들의 죽음은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네티즌들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는 동안 많이 외로우셨을 듯해 마음이 아픕니다”, “복지 사각 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사회적 약자들에게 도움이 많이 갔으면 좋겠다”, “어머니 거동이 불편하셨다는데... 이런 건 안타까워하면서 장애인 시위는 반대하는 게 모순”, “세금은 제발 이런 사람들을 위해 써라”, “주택을 가진 게 죄라는 프레임을 깼으면 합니다. 집도 집 나름이지...”, “기초 생활 수급 받을 사람 안 받을 사람 제대로 구분했으면”, “복지 사각지대를 잘 발굴해야 이런 사태를 막는다” 등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복지 사각지대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한편 경찰은 모자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문화경제 김민주 기자>
영상=유튜브 페이지 '채널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