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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미술관에서 만난 '소수자들'... 기획초대전 ‘올 어바웃 러브' 곽영준&장세진

젠더 문제 다룬 한국계 미국인 작가 곽영준·해외 입양 폭력성에 저항 한국계 네덜란드인 작가 장세진... 개인과 사회에서 발생한 트라우마, 사랑과 예술로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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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25호 김민주⁄ 2022.05.26 11:35:38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아르코미술관이, 국제 무대에서 주목 받고 있는 한국계 외국 작가 2인의 기획초대전을 열어 미술계의 시선을 끈다.

 

‘올 어바웃 러브(All About Love): 곽영준&장세진(사라 반 데어 헤이드)’는 5월 19일~7월19일 관객을 만난다. 한국계 네덜란드인 장세진 작가와 성(性)· 인종 소수자로 살아온 한국계 미국인 곽영준 작가는 현재 국제 미술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주목받고 있다. 국내 미술관에서 전시가 열린 것은 두 작가 모두 처음이다.

 

전시를 하루 앞둔 지난 5월 18일, 아르코미술관에서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곽영준, 장세진(사라 반 데어 헤이드) 작가가 참석해 언론과 이야기를 나누고 전시 공간에서 직접 자신의 작품에 관해 설명하는 의미있는 시간을 이어갔다.
 

지난 5월 18일, '올 어바웃 러브' 기자 간담회에 장세진(사라 반 데어 헤이드, 왼쪽) 작가와 곽영준 작가가 참석해 자신의 삶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 아르코미술관

 

아르코미술관 임근혜 관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전시를 통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 그리고 공동체 문제를 다루고자 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민자 수가 증가하고 다문화로 변해 가는데, 아직도 문화적 포용성에 대해서는 반성해야 할 부분이 많다”라고 이번 전시의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임 관장은 이어 “개인·사회적인 차별로 고통받았던 먼 외국에서 삶을 살아가고 활동하고 있는 두 작가의 경험과 작품을 통해 이 문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우리말이 서툰 두 작가는 통역사의 입을 통해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작가들은 기자들의 질문 이상의 것들을 자기 안에서 끄집어냈고, 통역사가 애를 먹을 정도로 긴 감회가 이어졌다.        

 

장세진,곽영준 작가는 인종적·성적 소수자로서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자신의 모호한 경계성을 작품에 녹여냈다. 두 작가 작품의 공통점은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이분법적 정의, 서구 중심 주류 사회의 권위, 가부장적 권위 등을 해체한다는 데 있다.

 

두 작가는 각각 공통적으로 인종에 대한 이분법적 정의, 젠더와 성의 역할, 그리고 이와 관련한 서구 중심 주류 사회의 권위를 해체하고자 했다. 이들에게 작품은 개인과 사회에서 발생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권위와 차별로 인해 상처 입은 사람들을 치유하려는 의지다. 두 작가는 모두 차별과 폭력 대신 공감과 연대로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사랑’의 힘에 주목한다.
 

1층(장세진), 2층(곽영준) 전시 공간에서 작품을 감상하며 작가들의 생생한 작품 설명을 듣는 의미있는 시간이 이어졌다. 작품 앞에 선 두 작가의 얼굴은 시종일관 상기되어 있었다. 

세계 속 이방인으로 바라본 국제 입양 문제

먼저 제 1 전시관(1층)에는 장세진 작가의 대형 설치 작품인 '어머니 산신(山神) 기관'과 영상 작업물 '브뤼셀, 2016'이 전시됐다. 장세진 작가는 두 작품을 통해 국제 입양에 묻어 있는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적 관습을 조명하고 이를 비판적 시각으로 성찰했다.

 

'어머니 산신(山神) 기관', 2017_, 모터, 플라스터, 페이퍼 마쉐, 판넬, 사운드, 드로잉, 텍스트, 가변 설치. 사진 = 아르코미술관


'어머니 산신 기관’ 프로젝트는 2017년에 시작해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 대형 키네틱 사운드 설치 작품이다. 19세기 유럽 태양계 천체 모형을 방 크기의 박스로 재현하고, 박스 내부 천장 부분에는 ‘어머니’와 ‘아이’를 상징하는 해와 달을 설치했다. 방 안에서 빙빙 공전하는 해와 달은 닿을 듯 닿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간다.
 

전시 공간 내부로 들어가면 국제 입양으로 자식을 잃은 두 어머니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한 명은 한국인, 또 한 명은 방글라데시인이다. 두 챕터로 구성된 오디오에는 산이 화답하는 소리도 담겼다. 아이를 잃어버린 어머니들, 헤어진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아이들의 마음 그리고 이들을 이어 주는 보이지 않는 힘을 표현한 것이다.

전시 현장에서 장세진 작가는 “산은 굉장히 영적인 존재를 표방한 것으로, 한국에는 샤머니즘이 있고 산에 영적인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산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어머니 산신 기관’은 국제 입양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쉼터이자 명상 공간으로 기능한다. 이 프로젝트와 함께 장세진 작가가 산을 그린 드로잉과 텍스트까지 전시에 포함됐다.

장세진 작가는 ‘어머니 산신 기관’을 작업하며 다른 인종과 인종 사이에 이뤄지는 국제 입양의 이면을 파헤쳤다. 작품 설명 중 그는 “부모를 잃은 고아라고 알려진 20~30만 명의 아이들이 실제로 고아가 아닌데 입양을 갔다”고 말했다.
 

장세진(사라 반 데어 헤이드) 작가가 자신의 작품 '어머니 산신 기관' 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문화경제


실제 국제 입양 사례 중 95%는 고아가 아니었으며 그들의 어머니는 살아 있다. 장세진 작가는 “작품 속 두 어머니가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 줬다. 입양 당시 어머니들은, 스스로 아이 키울 능력이 없으니 미국으로 입양을 보내라, 입양 후에도 아이와 계속 연락할 수 있다는 말만 믿고 아이를 보냈지만 실제로는 달랐다" 라고 했다. 그는 "입양된 나라는 네덜란드였고, 아이와도 연락이 끊겼다는 것이다”라며 많은 어머니들이 이런 거짓말에 속아 넘어 갔다”라고 설명했다.

장세진 작가는 “과거 식민지였거나 제국주의 전쟁에 희생됐던 국가의 아이들이 미국 혹은 유럽으로 입양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문서 조작 등 비윤리적인 행위가 이뤄졌다. 한국 정부를 포함해 많은 나라가 이 일에 가담했다. 국제 입양이 기독교 복음을 전파한다는 명목으로 엔지오(NGO·비정부기구)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됐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장세진 작가는 국제 입양이라는 '산업' 뒤에 복잡하게 얽힌 서구와 비서구 국가 간의 제국주의적 맥락을 읽어냈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내야 했던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들려 주고자 했던 그는 “왜 아이를 입양 보낸 국가는 아이가 어머니로부터 분리되고 모국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을 막지 못했는가?”라고 되물으며 “작품을 기획한 이유는 한국이 잘 사는 나라로 부상했음에도 왜 스스로 아이를 돌보지 못하고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지 알리기 위함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브뤼셀 2016', 2017, HD,DCP, 디지털 필름, 33분. 사진 = 아르코미술관


장세진 작가의 영상 작업물 ‘브뤼셀 2016’은 그가 브뤼셀에서 작업하던 당시의 작품이다. 작품은 태어나자마자 이별해 만날 수 없었던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는 형식으로 제작된 영상으로, 벨기에 브뤼셀에서 일상을 보내던 당시의 모습을 담아냈다. 장세진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이분법적 인종화 현상을 꼬집었다.

‘브뤼셀 2016’은 2016년 3월 폭탄 테러, 브렉시트 국민 투표와 위기에 놓인 브뤼셀의 불안정한 시대 상황을 그려냈다. 인종과 인종이 서로를 경계하고 미워할 수밖에 없던 시절, 장세진 작가는 브뤼셀에서 ‘아티스트 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었다. 그는 브뤼셀 거주자인 동시에 이방인인 자신의 시선으로 롬인(북부 인도에서 기원한 민족으로 주로 유럽, 동유럽 등에서 유랑하며 살아간다), 시리아 난민, 레즈비언 공동체 등 미술관 주변에 거주하는 다양한 이방인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아냈다.

국제 입양이라는 문제에서 출발한 그의 작업은 이민자‧난민‧성소수자 등 사회의 주변부에서 마주친 이웃과 교감하며 새 공동체를 이루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장세진 작가는 ‘브뤼셀 2016’에서 ‘어머니 산신 기관’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국제 입양을 다뤘다. '어머니 산신 기관'에서는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목소리를 넣는 등 입양 문제를 직접적으로 내세웠지만, ‘브뤼셀 2016’에서는 편지 형식의 간접적인 방식으로 조명된다. 또 전면에 입양 문제를 드러내기보다 선민적 시선에서 이방인을 ‘뒤처진’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 무슬림을 바라보는 시선 등을 중첩시키며 그 속에 입양 문제를 녹여냈다.

유색 인종을 향한 차별과 반감을 겪고 목격한 장세진 작가는 “사회에 짙게 퍼진 적대감을 넓은 정치적 맥락에서 생각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그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는 공동체의 노력과 긴밀한 유대가 필요하다. 나에게 긴밀한 유대란 강아지들과 산책하고, 친구 아기와 함께하며, 길거리 유기묘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분법적 젠더관에 대한 ‘폭로’…"우리 피부 아래에는 더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
 

'헤르마프로디토스의 폭로 I', 2017, 화이버글래스 직물, 레진, 주조 레진, 금 에나멜, 107 x 71 x 84 cm. 사진 = 아르코미술관


이어 2층에는 곽영준 작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르코미술관 제 2 전시관에는 곽영준 작가의 조각과 영상, 드로잉 작품 등 총 17점이 전시되어 있다.

본격적인 감상과 설명에 앞서 곽영준 작가는 “내 작품들은 굉장히 다양한 경험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여러 가지 해석과 의미를 찾아 나갔으면 좋겠다. 예쁜 작품만 있지 않다 보니 시각적으로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뭔가 ‘불편함’을 느낀다면 왜 불편한지 반문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곽영준 작가가 ‘헤르마프로디토스의 폭로Ⅰ’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문화경제


패브릭을 이용한 조각 작품 ‘헤르마프로디토스의 폭로’ 시리즈에 등장하는 헤르마프로디토스는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의 양성 자손이다. 그는 기원전 4세기 조각에서는 유방이 큰 미청년으로, 후세에서는 페니스 달린 미녀로 표현됐다. 곽영준 작가는 오늘날 헤르마프로디토스의 모습을 상상해 트렌스젠더, 트렌스섹슈얼, 크로스드레서의 모습 등 다양한 이미지로 구현했다.

‘헤르마프로디토스의 폭로Ⅰ’은 미끌리듯 흐트러지는 옷깃의 모양새를 띠고 있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제 작품들을 보시면 종종 옷을 들어올리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는 옷을 들어올림으로써 그 아래 숨겨진 성기를 드러내며 정체성을 노출하는 ‘폭로성' 작품들이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작업에서 ‘신체’는 은닉하면서도 드러내려는 물체다. 또한 일반적인 사회 통념에 의해 정의될 수 없으며,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가치관이 끊임없이 혼재하고 충돌하는 공간이다. 곽영준 작가는 “정체성이란 고정된 것이 아닌 상상력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유동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하고 싶었던 건 몸에 대한 시각과 해석을 넓히는 일이었다. 우리 자신과 신체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적 정체성, 인종, 성별 등 범주에 국한될 수 없고 우리 피부 아래에 더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고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작가의 그런 상상은 젠더 및 인종의 다름과 나아가 가부장적 시각에서 소외된 신체를 포용한다.
 

'성스러운 퀴어 미래를 위한 원무', 2022, 우레탄 레진, 동관, 라인석, 지름 120cm. 사진=아르코미술관

 

‘성스러운 퀴어 미래를 위한 원무’는 손과 손들이 춤추듯 붙잡고 있는 구조로 만들어진 원형 조각 작품이다. 이어진 손들은 곽영준 작가 주변의 퀴어인들의 손을 본뜬 것이다. 작가는 “이 작품은 이번 전시에 처음 공개된 신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서로 손을 잡고, 원을 그리고 있는 형태를 볼 수 있다. 이는 서로를 지지해 주는 춤이다. 여기에는 사회적인 운동도 포함된다. 원을 이룬 작품은 또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상징이며, 이를 통해 집단적으로 동성을 위한 통로 역할을 하는 프레임을 구축하고 싶었다”라고 언급했다.

곽영준 작가에게 퀴어란 단순히 성 정체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미래를 대하는 유연함과 새로운 시각을 상징한다. 이 작품은 이분법적 젠더, 이성애 중심 사회, 가부장적인 관습과 제도에서 부정당한 이들을 끌어안는 몸짓을 보인다. 손과 손을 맞잡는 행위는 서로 다른 영혼을 지닌 채 태어났지만 차별에 함께 맞서는 이들의 공감과 연대를 의미한다.
 

'슬로우 댄스', 2013, 3 채널 HD 비디오, VHS, HD 비디오 변환 사운드, 14분 20초, 크리스토퍼 리치몬드 협업. 사진은 전시실 설치 전경. 사진 = 아르코미술관


‘슬로우 댄스’는 이성애의 결합으로 탄생한 가정에서, 여성과 남성의 성 역할이 고정된 가사 공간을 배경으로 낯설고 혼란스러워하는 등장 인물의 움직임을 담아낸 영상 작품이다. 여기서 등장인물은 작가 ‘자신’이다. 이 작품은 3개의 영상 채널로 구성됐다.

곽영준 작가는 “이 작품은 각 채널마다 세 가지 시선이 존재하는데, 챕터가 넘어가면 시선도 변한다”며 “첫 번째는 이분화된 젠더적 사고 방식에 제약과 불편함을 느끼는 ‘인물’이고, 두 번째는 중세시대 미국의 전형적인 교회를 나타내는 ‘집 ‘그 자체이며, 세 번째는 집과 인물을 바라보는 외부 시선인 ‘카메라’이다”라고 설명했다.

영상 속에서 느릿하게 움직이는 인물은 ‘가정’과 ‘집’에 대한 전통적 개념, 획일적 젠더 구분에 대한 불안과 권태감을 드러낸다. 등장 인물을 관음하는 관람객의 시점에는 은밀한 쾌감과 웬지 모를 불편한 인상이 동시에 담긴다. 이러한 상태는 사회가 부여하는 통념과 정체성 사이의 간극을 확인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팬텀 베어(자신)', 2022, 종이에 연필, 102 x 81 cm. 사진 = 아르코미술관


곽영준 작가 전시에는 드로잉 작품 ‘팬텀 베어(자신)’도 포함됐다. ‘팬텀 베어(자신)’은 자신의 온몸에 털을 붙이고, 사진을 찍은 다음 그 사진을 다시 그린 작품이다. ‘베어’는 게이 문화에서 체격이 큰 남자나 남성성을 지칭하는 단어다. 작품은 곽영준 작가 자신이 몸에 털을 붙이고 남성성을 과시하는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신체라는 개념의 유동성을 표현했다. 신체라는 표피는 언제든 유연하게 변형될 수 있고, 언제든 새롭게 재해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성애 중심 사회의 가부장적인 시선과 타자화라는 폭력성에 온몸으로 저항하는 퀴어적 몸짓이 곽영준 작가의 작품 속에 속속 드러난다. 
 

‘올 어바웃 러브: 곽영준&장세진(사라 반 데어 헤이드) 기획초대전’ 메인 포스터. 사진 = 아르코미술관


서로 다른 매체와 방법으로 작업하는 곽영준장세진 작가는 ‘사랑’이라는 주제로 맞닿아 있다. 각각 다른 공간에서 전개되는 개인전이지만 두 작가의 작품엔 공통성이 있다. 그들은 소수자로서의 삶과 정체성을 작품에 그대로 투영했으며 작품을 통해 차별과 적대심을 직시하면서도 서로의 존재와 차이를 인정하는 용기를 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고립된 개인들이 공감과 연대를 바탕으로 새롭게 관계를 형성하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그리고 그 속에 상처와 트라우마를 사랑으로 재생시키길 원한다.

 

두 작가는 드로잉, 영상, 조각 등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드나든다. 이는 한국계 네덜란드인 ’장세진’ 작가와 그녀이면서 그이자 그들인 ‘곽영준’ 작가의 ‘혼성성’과도 매칭된다. 소수자로 살아 오며 허물어진 정체성의 경계는 그들의 작품 세계에도 녹아 있다. 정의 내리기보다 느끼기를 선택한 두 작가는 앞으로도 그룹전과 개인전, 비엔날레 등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 5월 18일, '올 어바웃 러브' 기자 간담회에 장세진 작가와 곽영준 작가가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문화경제

 

<작가 인터뷰>

서로의 존재와 차이를 인정할 수 있는 용기

 

Q: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이 두 작가의 작품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곽영준: 팬데믹을 거치며 내 작품 ‘슬로우 댄스’와 연관성이 있다고 보였다. ‘슬로우 댄스’의 화자도 신체적·정신적·물질적·사회적 제약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런 팬데믹 시대에서 살아남고 다양한 시도를 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친밀감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친숙한 공간을 벗어나 더 많은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작품을 만들 때 사회적 차이, 연령, 섹슈얼리티, 계층 등의 차이를 뛰어넘어 사람을 연결시킨다는 주제를 항상 염두에 두는 편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함으로써 공감대도 증대시키려고 한다. 그래서 보다 개방적인 작품을 만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 하려고 했다. 코로나는 나를 더 대범하고 강하게 만들었다. 코로나를 통해 사람을 만나거나 만질 수 없게 되었지만 조각 작품을 만드는 데 그런 부분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 최대한 표현하려고 했다.

장세진 : 코로나19와 같은 세계적인 위기와 갈등은 사실 늘 존재해 왔다. 최근엔 코로나 규제가 완화돼 다시 여행할 수 있고, 여러분과 직접 대면할 수 있어서 기쁘다. 다만 특정 종류의 갈등이 다른 것보다 이목을 끌었다고 볼 수 있다. 나도 출생 국가와 살고 있는 국가가 다른데, 나와 같은 사람들이 소리 내어 말할 수 없는 갈등과 위기는 꾸준히 존재했다.

나 역시 일상을 보낼 땐 친구와 잘 지내지만, 한 명의 예술가로서는 스스로 고립시킬 필요가 있다. 이런 어려움이 존재하지만 (관객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돼 반갑다. 전에도 부산을 방문해 이런 시간을 가지려 했지만 코로나로 진행되지 못했다. 어떤 제약에도 불구하고 다들 포기하지 않고 해결 방안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 코로나 시대에서 얻을 수 있었던 가장 좋은 점이라 생각한다.

Q: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작품 안에서 어떻게 발휘되며, 한국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

곽영준: 미국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은 내게 의미가 크다. 이런 인식은 작품에도 작용된다. 어릴 때 뉴욕과 뉴저지의 한인 사회에서 자랐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나는 한국인으로도 인정받을 수 없고, 미국인으로도 받아들여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당시에 현재 작품에 녹아든 사상이 자리 잡힌 것 같다. 서로 다른 공간을 오가고, 문화적 차이를 겪으면서 내 안에 혼성성이 형성됐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개인적인 성격과 성향은 한국 사람이라 느끼고, 나와 같은 한국인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한국에서 한국 대중에게 나도 한국 사람이라고 반갑게 인사할 수 있어서 기쁘다. 이 기회를 통해 해외에 있는 한국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었으면 한다.

장세진: 솔직히 스스로 한국인 예술가로 여긴다거나 밖에서 나를 한국인 예술가로 대하는 것에 모호함이 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한국인 입양아들이 입양되는 나라로 떠날 때, 편도 비행으로 나가고 여권도 반납한다. 그래서 한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이라고 주장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입양아들이 법적 한국인으로 다시 인정받기 위해서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한 생김새는 한국인이지만 한국어를 하지 못한다. 아침에 일어나 거리에 나가면 이방인이 아닌데 이방인처럼 느껴진다. 이것은 내게 지금 이 순간까지도 모호한 부분이다. 작품에 한국적인 요소가 얼마나 반영됐는지 물어본다면... 잘 모르겠다. 솔직히 한국적인 요소가 많이 반영되진 않았다. 질문 덕분에 스스로 생각할 여지가 남은 것 같다.

 

내 작품을 통해 해외 입양아들이 한국 문화와 적극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일방적인 노력에 그치기도 했다. 그래서 간담회 자리에 있는 이 순간, 해외 입양아인 내가 한국 사회에서 환영받는 느낌이 들어 고무적이다. 이것은 해외 입양아들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내 작품뿐만 아니라 유사한 작품을 하는 예술가들에게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문화경제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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