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원⁄ 2022.05.26 13:32:27
3년 만에 오프라인에서 열리는 거리 축제를 기획 중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서울광장 사용 여부를 두고 또다시 서울시와 부딪혔다.
2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올해 퀴어퍼레이드를 비롯한 오프라인 행사를 열고자 오는 7월 12~17일 서울광장을 사용하겠다는 신청서를 지난 13일 서울시에 제출했으나 서울시는 이를 수리하지 않고 다음달 열릴 예정인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이하 시민위)에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서울시의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시는 광장 사용 신고를 접수하면 48시간 이내에 수리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지만, 신청서의 사용 목적 등에 광장 조성 목적과 위배되는 사유가 있다면 수리하지 않을 수 있다.
보도에 인용된 시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조례에 규정된 광장 조성 목적 중에 ‘건전한 여가 선용’이라는 표현이 문제가 되는 정황이다.
시 관계자는 “시민의 입장에서 판단하겠다는 의미”라며 “‘건전한’이라는 표현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를 두고 위원들이 심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서울시가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 목적에 대해 ‘건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여지를 둔 것으로 보인다.
조직위는 서울시가 서울퀴어문화축제의 ‘건전성’을 물고 늘어지며 이를 시민위 안건으로 거듭 상정하는 것이 그 자체로 성 소수자 차별이라고 반발한다.
조직위는 지난 17일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적법하게 진행된 조직위의 서울광장 사용신고를 당장 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18일부터 시청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강명진 조직위 상임이사는 “코로나19로 서울광장에서 퍼레이드를 하지 않은 2년을 제외하면 2016년부터 매해 시민위의 심사를 받아왔고 조례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다”며 “이번에도 시민위에서 논의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서울광장 사용 허가를 받아 축제를 열었는데, 서울시는 그중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사용신청이 바로 수리되지 않고 시민위 심의를 거쳤으며, 시민위에서는 매번 서울광장을 사용해도 된다고 결론 내렸다.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처음 서울광장을 사용한 2015년에는 사용신청이 즉시 수리됐고, 당시 성 소수자 500여 명이 서울광장에 모였다.
그런데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첫 행사 이후 신체 노출 등 문제 소지가 있는 부분이 확인됐고, 이에 이듬해부터 시민위의 판단을 구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다른 위원회는 이를 두고 불합리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19년 9월 서울시 인권위원회는 “사용신고를 합리적 이유 없이 시민위에 회부하는 것은 부당한 절차 지연이자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조치”라며 공공시설을 운영·관리하는 각 부서를 지도·감독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앞선 2019년 5월에는 서울시 소속 공무원 17명이 ‘퀴어문화축제가 서울광장에서 열리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해 논란이 됐고, 이에 대해 서울시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는 그해 12월 이 성명이 차별 혐오 표현이자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결정을 내렸다. 성명을 낸 공무원들은 이 결정에 대한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냈으나 1·2심에서 각하됐고 올해 3월 재항고해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지난 18일에는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공공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서울서부지법은 성 소수자 인권단체 퀴어여성네트워크 활동가들이 동대문구청과 동대문구 시설관리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지난해 8월 1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뒤집는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하고 구청과 공단이 퀴어여성네트워크에 500만 원, 활동가 4명에게 100만 원씩 모두 9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이는 퀴어여성네트워크가 지난 2017년 동대문체육관에서 제1회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를 열고자 동대문 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대관을 허가받은 후 공단 측 관계자가 전화로 대관 취소를 몇 차례 종용하고, 이후 내부 공사를 이유로 들며 대관 취소를 서면 통보하여 행사가 무산된 데 대한 민사 소송이었다.
< 문화경제 윤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