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주⁄ 2022.05.30 11:50:35
칸국제영화제에서 배우 송강호(55)와 영화감독 박찬욱(59)이 각각 남우주연상과 감독상을 동반 수상했다. 이로써 한국 영화 2편이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경쟁 부문 동시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송강호는 지난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 75회 칸영화제에서 영화 ‘브로커’로 한국 배우 최초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칸에서 역대 두 번째 감독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가 같은 해 경쟁 부문 본상 2개를 받은 건 칸 입성 38년 만에 최초다.
송강호는 이날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영화 ‘브로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강동원 등과 차례로 포옹하며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 박해일과도 포옹을 나눴다.
무대에 오른 송강호는 불어로 "메르시 보꾸(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뒤 "너무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고레에다 감독을 위대한 예술가라고 언급하며 그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객석에 앉은 고레에다 감독은 엄지를 들어 보이며 송강호의 수상을 축하했다.
이어 송강호는 "(함께 출연한)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 배두나 씨와 깊은 감사와 영광을 나누고 싶다"며 "같이 온 사랑하는 가족에게 큰 선물이 된 것 같다. 이 트로피의 영광을, 영원한 사랑을 바친다"고 이야기했다. 또 "끝으로 수많은 영화 팬들에게 이 영광을 바친다"며 동료 배우와 가족, 팬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한국 남자 배우가 3대 국제영화제에서 주연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배우 칸 연기상 수상은 ‘밀양’(2007)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전도연이 유일했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한국 감독으로는 두 번째이자 자신의 첫 번째 감독상을 수상했다.
무대로 향한 박 감독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온 인류가 국경을 높이 올릴 때도 있었다”며 "영화와 극장에 손님이 끊어지는 시기가 있었음에도 그만큼 극장이라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 모두가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 역병을 이겨낼 희망과 힘을 가진 것처럼 우리 영화도, 우리 영화인들도 영화관을 지키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내리라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영화는 왜 이렇게 다양하고 역동적이냐”는 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박 감독은 웃으며 “한국 관객들은 웬만한 영화에는 만족하지 못한다”며 “장르 영화 안에도 웃음 공포 감동이 다 있기를 바라다 보니 영화인들이 많이 시달렸고, 그렇게 한국 영화가 발전하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드는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CJ ENM과 이미경 CJ 부회장, 정서경 각본가를 비롯한 많은 제작진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무엇보다도 박해일과 탕웨이, 두 사람에게 보내는 저의 사랑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고 했다. 박해일은 객석에서 웃으며 박수로 화답했다.
올해 수상작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선보인 장편 한국 영화다. 박찬욱 감독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건 이번이 네 번째며, 박 감독은 '올드보이'(2004) 이후 18년 만에 감독상을 차지하게 됐다.
박 감독은 앞서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박쥐'(2009)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동안 ‘공동경비구역 JSA’(2000), ‘복수는 나의 것’(2002)’, ‘박쥐’(2009) 등 여러 작품을 함께한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는 서로 다른 작품으로 상을 받았지만 서로를 위한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박 감독은 송강호에게 "좋은 작품을 하며 때를 기다리니 남우주연상을 받았다"고 했고, 송강호는 "황금종려상 못지않게 의미 있는 감독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 이로써 칸 영화제에서 본상을 모두 수상한 나라로 등극했다. 본상에는 ▲각본상: 이창동 ‘시’(2010) ▲그랑프리상(심사위원 대상): 박찬욱 ‘올드보이’(2003) ▲감독상: 임권택 ‘취화선’(2002), 박찬욱 ‘헤어질 결심’(2022) ▲심사위원상: 박찬욱 ‘박쥐’(2009) ▲여우주연상: 이창동 ‘밀양’(2007) ▲남우주연상: 고레에다 히로카즈 ‘브로커’(2002) ▲황금종려상: 봉준호 ‘기생충’(2019)이 포함된다.
<문화경제 김민주 기자>
(영상=유튜브 채널 '연합뉴스 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