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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MZ세대 향한 기업 복지①] 현대차 2천 원 조식 뷔페·SK하이닉스 레고랜드 대절…대기업 통 큰 복지 왜?

'급여 인상' 아닌 공정·워라밸 요구하는 MZ세대 노조…대기업, "인재 잡아라" 회장님 직접 지시로 조직 문화 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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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26호 윤지원⁄ 2022.06.20 10:55:25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가운데)이 6월 16일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 대강당에서 오은영 정신의학과 박사를 초청해 진행한 ‘마음 상담 토크 콘서트 : 요즘, 우리’ 행사가 끝난 후 행사에 참석했던 MZ세대 직원들에 둘러싸여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높은 연봉도, 대기업도, 공직도 미련 없다는 MZ세대. 조직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가 ‘절대 선(善)’이었던 과거 86세대와 달리, 이들은 직장 생활에서 개인적 꿈과 행복을 더 중시한다. 기업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방법을 고민하고 있지만, 성향을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러한 현상과 고민은 최근 주요 기업의 사내 복지 제도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MZ세대를 향한 주요 대기업의 사내 복지 노력과 여성 직원이 많은 뷰티업계, MZ세대가 선호하는 직종이면서도 이직률 또한 높은 게임업계의 고민과 다양한 복지 제도를 들여다봤다.

 


비싼 사무용 의자 교체, 조식 뷔페 제공 등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통 큰 사내복지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그룹 등이 이처럼 다양한 복지 제도 신설에 나서는 것은 기성세대와는 다른 MZ세대 임직원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서다.

200만 원대 명품 사무의자 전원 지급
2000원에 호텔식 조식 뷔페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의 새로운 사내 복지 제도가 화제가 됐다. 현대차그룹 서울 양재동 본사의 지하 구내식당에 ‘라면 24시 코너’와 호텔형 조식 뷔페가 마련된 것이 아시아투데이 보도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본사 조식 뷔페는 출근 시간에 아침을 먹지 못한 직원들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지난해 11월에 시작됐다. 육류, 샐러드, 토슽, 요거트, 과일 등 호텔식으로 마련된 조식 뷔페의 가격은 2000원으로 책정됐다. 식사 시간과 무관하게 언제든 라면을 먹을 수 있는 라면 코너는 지난 3월에 시작됐다. 이 복지정책은 그룹 임직원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끌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임직원을 위해 레고랜드를 통째로 빌렸다. (사진 = SK하이닉스)

 

한편, 지난 4~5월에는 SK하이닉스의 파격적인 사내 복지 정책들이 연달아 화제가 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출범 10주년을 맞아 복지 혜택을 강화했다. 그중 한 복지정책이 임직원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외부적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이는 바로 ‘의자 교체’였다.

SK하이닉스는 모든 사업장에 근무하는 직원의 사무실 의자 전체를 교체한다고 공지했다. 새로 도입하는 의자는 미국 브랜드 ‘허먼 밀러’(Herman Miller)로 정해졌다. 허먼 밀러는 저렴한 모델의 개당 가격이 100만 원 이상이고, 가장 많이 팔리는 ‘에어론’ 모델은 개당 200만 원대로, ‘사무실 의자계의 에르메스’로 통하는 명품 사무용 의자다.

에어론 의자는 사용자가 긴 시간 앉아서 생활해도 다른 의자에 비해 목과 허리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형외과 의사, 혈관학 전문가까지 동원되어 인체 구조는 물론 사람들의 착좌 습관, 일상 문화 등을 면밀히 조사한 데이터 및 기술을 기반으로 인체공학적으로 개발되기 때문이다. 사무용 의자 시장은 1994년 첫 에어론 체어 모델의 등장을 계기로 이전과 이후가 판이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SK하이닉스의 파격 복지 혜택은 또 이어졌다. 높은 기대 속에 지난 어린이날 춘천에 개장한 최신 테마파크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를 정식 개장 전 3일간 통째로 빌려 임직원과 가족들끼리 즐길 수 있는 ‘피크닉 데이’ 행사를 진행한 것이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새로우면서도 통 큰 사내복지 제도를 신설하고 있는 까닭은 뭘까? 이는 회사 내 구성원의 대세로 부상하고 있는 ‘MZ세대’ 임직원들의 마음을 붙잡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2월 1일 열린 SK하이닉스 M16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SK하이닉스)

 

MZ세대 앞에 ‘얼렁뚱땅’은 없다

우선, SK하이닉스의 사내 복지 제도 강화는 MZ세대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월, SK하이닉스 내 MZ세대 직원들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회사 내 이익은 역대 최대 규모로 실현됐으나 임직원에는 그만큼의 성과급이 반영되지 않는다”라는 불만을 제기해 재계에서 큰 이슈로 떠오른 바 있다.

당시 SK하이닉스는 기본급의 400%(연봉의 20% 정도)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고 공지했는데, 이 액수는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DS직원의 성과급(연봉의 47% 정도)과 비교해 그 절반 이하에 불과했다. 이에 SK하이닉스의 젊은 임직원이 입사 전에는 회사가 ‘삼성전자와 대등한 성과급 규모를 보장한다’고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는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그러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자신이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연봉 30억 원을 반납하고 소통하겠다고 밝히며 갈등 봉합에 나섰다. 하지만 이에 대해 MZ세대 임직원들은 최 회장의 연봉으로 고작 직원 1인당 성과급 10만 원을 더 주는 셈에 불과하다며 성과 배분의 공정성과 성과급 산정 방식의 투명성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결국 SK하이닉스 노사는 초과이익성과급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바꾸고, 우리사주 및 사내 복지 포인트를 추가 지급하여 최초 MZ세대 임직원이 제기한 ‘삼성전자 수준’에 맞추는 데 합의했다.

SK하이닉스에서 촉발된 성과급 이슈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다른 대기업들로 번져나갔고, 단숨에 기업 문화와 관련한 MZ세대의 역할이 주목받게 됐다.

그동안 기성세대 임직원 사이에서는 성과급이나 사내 복지는 ‘회사 윗분들이 알아서 해주면 해주는 대로 군말 없이 감사하게 받는 것’으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라이벌 회사는 물론 글로벌 기업의 기준에 맞는 형평성뿐 아니라, 초과 이익 배분 기준을 투명하게 소통할 것까지 요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MZ세대가 회사의 주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현대차그룹 사무직 노조 설립 총회 기념 사진. (사진 = 대상노무법인)

 

MZ세대 및 사무직 노동자의 목소리 커지다

현대차그룹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최근 현대차그룹에서는 MZ세대가 주축이 된 사무연구직 노동조합 결성 이슈가 불거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조’는 1994년생인 현대케피코 연구원이던 이건우 씨가 지난해 초 주도해 결성됐다. 이 씨는 ‘공정한 평가와 보상’을 기치로 내걸고 기존 강성 노조와의 차별화, 생산직 위주 교섭 탈피, 사무직에 대한 차등 보상 등을 내세웠고, 이에 그룹 내 가입자가 5000명에 달하기도 했다. 생산직이 주축인 기존 노조가 주도하는 임금 및 단체협약에는 MZ세대 및 사무직의 요구 사항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는 현실 인식을 기반으로 당당히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또 현대차그룹 본사 조식 뷔페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MZ세대의 지속적인 이탈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현대자동차가 매년 발간하는 지속가능성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의 연간 이직률은 2018년 3.62%, 2019년 3.85%에서 2020년 4.42%로 점점 높아졌다. 2020년 삼성전자의 국내 퇴직률(이직률)이 2.1%였던 것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특히 2020년 30세 미만 현대차 임직원 중 퇴직/이직한 인원이 400명에 달한 점이 주목된다. MZ세대 중심의 사무직 노조 출범과 상대적으로 높은 20대 임직원 이직률이 현대차 및 그룹 경영진으로 하여금 MZ세대가 중시하는 사내 복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차 사무직 노조 결성 이후 다른 대기업에서도 MZ세대 및 사무직 중심의 노조 설립 움직임이 거세졌다. 지난해 3월에는 LG전자에서, 4월에는 한국타이어에서 각각 사무직 노조가 결성됐고, 이후 LS일렉트릭에도 사무직 노조가 결성됐다.

사무직 종사자의 불만이 축적되어 시작된 움직임이라지만 그 근간은 공정과 투명함을 요구하는 MZ세대의 성향과 일맥상통한다. 민주노총도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지난해 3월 청년사업실을 신설하고 위원장단에도 청년 부위원장을 신설하는 등 청년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비중을 높이는 데 노력해오고 있다.

MZ세대 및 사무직이 주축인 노조의 요구사항은 생산직 위주의 기존 노조와 차별화된다. 예컨대 지난해 현대차 노사간 임단협에서는 입사 후 1년 뒤 첫차 구입 시 차 가격의 20%를 할인해 주는 조건에 합의했다. 기존 현대차 임직원의 차 가격 할인 기준은 첫차는 10%, 근속 25년 이상이면 30%였다. 또 울산공장 노후 사택을 1인 1실 기숙사 형태로 리모델링하는 데 1000억 원을 투자하는 것도 임단협 교섭 조항이었다.

또 SK이노베이션 노사의 임단협에서는 ‘4조 3교대’를 ‘4조 2교대’로 전환하여 연간 근무 시간은 동일하게 유지하고, 휴무일 수를 80일 이상 늘리는 데 합의했다. 임금 인상보다 여가 시간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워라밸’(일과 여가의 균형)을 향상시키는 데 포커스를 맞춘 것이다.
 

대한민국 성인남녀 약 72%가 연봉보다 워라밸을 선호한다. (사진 = 사람인)

 

급여보다 공정과 복리후생, ‘평생 직장’에 미련 없다

MZ세대가 직장 생활에서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들은 과연 무엇일까? 다양한 설문조사 및 통계를 살펴보면 기본급 수준은 우선순위가 아닌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5월 전국 MZ세대 구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괜찮은 일자리’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요약하면 MZ세대는 ‘워라밸이 보장되는 연봉 3000만 원대 수도권 소재 기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괜찮은 일자리의 판단 기준에 대한 응답 1위는 ▲일과 삶의 균형이 맞춰지는 일자리(66.5%) ▲공정한 보상(43.3%) ▲좋은 복지제도(32.8%)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25.9%) 순으로 나타났다.

기성세대가 선호하던 ▲정년 보장(14.0%) ▲기업·개인 발전 가능성(12.4%) ▲기업 네임밸류(3.3%) ▲사회적 가치 실현(1.8%) 등은 상대적으로 관심 밖이었으며, 예상 근속 기간도 정년 근속이 29.8% 수준에 그치는 반면 10년 이내라는 응답이 35.1%, 10~20년이라는 응답이 27.6%로 나타나 ‘평생 직장’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잡코리아가 지난 4월 Z세대 대학생 및 취준생 19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취업할 기업에 대해 가장 궁금한 점’ 설문 조사 결과 가장 많은 62%의 응답자가 궁금해 한 점은 바로 ‘직원 복지 제도’였고, 두 번째로 많은 50%의 응답자가 궁금해 한 점이 ‘조직 문화나 분위기’였다. 신입사원 초임 수준(36.2%)과 직원 평균 연봉 수준(30.1%)에 대한 궁금함은 회사 위치(39.4%)보다도 덜 궁금한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대구 북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대구도시철도공사 2021년도 신입사원 채용 필기시험장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현재 직장’에 대한 평가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났다. 평생교육 전문기업 휴넷이 최근 입사 3년차 이하의 기업 신입사원 5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직장에 대한 이들의 만족도는 5점 만점 기준 평균 3.4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만족한다는 신입사원은 49.1%, 불만이라는 신입사원은 19.7%였다.

신입사원들이 현재 직장에 만족하는 이유는 일에 대한 만족감(33.3%), 복리후생 제도(24.7%), 워라밸(23.0%), 성장 가능성(21.8%) 등의 순서로 나타났으며, 연봉(15.5%) 액수는 우선 고려 사항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것을 묻는 질문에도 1위는 워라밸(61.3%)로 나타났다. 또 불만스러운 이유를 묻는 질문에도 미흡한 복지후생 제도가 43.1%로 1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낮은 연봉(37.9%), 성장에 대한 불안감(35.1%), 일에 대한 회의감(28.7%), 배울 점이 없는 직장 상사(24.7%), 워라밸 없는 근무환경(21.8%) 등이 꼽혔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요즘 사회초년생 사이에서는 원하는 직장을 찾을 때까지 퇴사를 불사하는 특징을 보인다. 어렵게 취업하고도 조직 문화나 연봉, 워라밸 등의 요인으로 회사를 떠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 문화경제 윤지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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