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영⁄ 2022.07.05 11:15:49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 만에 6%대로 치솟아 서민 장바구니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대형마트 업계가 ‘최저가’ 경쟁을 벌여 눈길을 끈다.
5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0% 올랐다. 이는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4∼9월 6개월간 2%대를 보이다가 10월(3.2%) 3%대로 올라섰다. 올해 3월(4.1%)과 4월(4.8%)에는 4%대, 5월(5.4%) 5%대를 기록하더니 6월엔 6%대로 가파르게 올랐다.
품목별로 보면 공업제품은 1년 전보다 9.3% 올랐다. 경유(50.7%), 휘발유(31.4%), 등유(72.1%) 등 석유류(39.6%) 가격이 급등했고, 빵(9.2%)을 비롯한 가공식품(7.9%) 가격도 많이 올랐다.
농·축·수산물도 가뭄과 곡물 사료비 상승,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등의 영향을 받아 축산물(10.3%)과 채소류(6.0%)를 중심으로 4.8% 올랐다. 특히 돼지고기(18.6%), 수입소고기(27.2%), 배추(35.5%), 수박(22.2%)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전기·가스·수도도 1년 전보다 9.6% 올랐다. 지난 4∼5월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된 영향이다.
통계청은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재료비·연료비 증가가 공업제품뿐 아니라 개인서비스 물가도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물가 폭등과 공공요금 인상에 서민 시름이 점차 깊어지자, 최근 대형마트 업계는 최저가 전략을 내세우며 판촉에 나섰다. 부총리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이 모두 나서 물가안정을 부르짖자 대형마트도 발맞추기에 나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시대에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쿠팡 등 이커머스 업계에 소비자를 빼앗겼던 대형마트는 소비자 재유입 효과 또한 노리고 있다.
이마트는 “국민의 생활비 부담을 확 덜어주겠다”는 목표로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4일부터 시작했다고 이날 밝혔다. 지속적인 최저가 관리를 통해 고객에게 ‘이마트에서 장보는 게 가장 저렴해서 확실히 이득’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겠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고객이 많이 구매하는 주요 상품들의 가격을 내리고 상시 최저가로 제공하기로 했다. 해당 상품은 우유·김치 등 가공식품 17가지와 계란·양파 등 신선식품 7가지, 화장지·비누 등 일상용품 16가지 등이다.
이마트는 날마다 이들 상품의 가격을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온라인몰, 쿠팡 로켓배송 가격과 비교해 오프라인 매장과 쓱닷컴의 이마트몰에서 최저가로 판매할 계획이다.
40개 필수상품권과 별도로 500개 상품을 선정해 일주일 단위로 최저가 관리에 나선다. 오는 14일부터는 2주 간격으로 구매 수요가 큰 상품 가운데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한 10대 상품을 선정해 역시 최저가로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주요 상품을 대량 매입하고 산지를 다변화해 최저가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라며 “연말까지 최저가 정책을 확대해나가고 이후에도 고물가 상황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기간을 연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 또한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올 초부터 ‘롯데마트가 고물가 시대 최후의 가격 방어선이 돼야 한다’는 강성현 대표의 특명에 따라 물가안정 티에프(TF)를 가동하고, 소비자 가격의 적절성과 상품 특성에 따른 가격 분석을 해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프라이싱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카테고리별 매출 상위 30%를 차지하는 생필품 500여 품목에 대한 집중 관리에 나섰다. 신선·가공식품부터 주방용품까지 실생활에 민감한 상품 가격에 대한 방어를 통해 가계 물가안정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매주 목요일 실시간으로 가격 수준을 평가해 매가를 조정하고 대안을 찾고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가격 인상이 예상되는 상품을 사전에 파악해 산지 및 수입국을 다변화하고, 대체상품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최근 소비자의 호응을 얻은 캐나다산 삼겹살을 3배 물량 수입해 할인행사를 펼친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이외에도 일반 대형마트의 블루베리 납품 기준인 14㎜보다 작은 사이즈의 블루베리를 상품화해 40% 싼 가격으로 판매하고, 크기가 작거나 흠이 조금 있는 과일·채소 등 20여종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이고 있다.
더불어, 롯데마트는 한주에 한번씩 전단을 발행해 주 단위의 행사를 진행함에 있어서 인상이 예상되는 품목은 회사의 자원을 투입해 물량 확보 및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