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의 거목으로 평가받는 헨리 키신저(99) 전 미 국무부 장관은 19일(현지 시간) 인터뷰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최근 對중국 전략에 대해 “중국에 대한 조 바이든 정부와 그 전임 정부들의 시각은 미국 국내 정치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다”며 “중국의 영속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정치가 그 중요성을 방해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조언은, 최근 지나치게 고조된 미국 국내의 반중(反中) 정서가 미국의 대중 외교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치권이 중국에 미국의 논리만을 강요해서는 안 되고 중국의 논리로 중국을 이해하려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 패권 막아야 하지만 무한대치만으론 안 돼”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국가로 떠오를 가능성을 현재 미국 바이든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고자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키신저는 “물론 중국이 헤게모니(패권)를 쥐어선 안 된다”면서도 “이는(중국의 패권 저지는) 끝없이 대치하는 방식으로는 이룰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현재처럼 끝없는 갈등을 계속한다면 세계 1차 대전에 준하는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닉슨의 유연성 배우라”
현재 미국의 주요한 두 적대국으로 떠오른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키신저는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과 같은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닉슨 전 대통령은 완고한 반공주의자였지만, 1972년 베이징을 전격 방문하고 마오쩌둥(毛澤東)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형성된 미-중 화해 무드는 1979년 1월 1일 양국 수교로 이어졌고, 사회주의 나라들이었던 중국과 러시아의 사이를 벌려 결국 러시아 사회주의의 몰락을 유도해냈다.
키신저는 1970년대 닉슨 정부와 그 후임 제럴드 포드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 국무장관 등을 맡았다. 이 기간 중국을 여러 차례 오가며 물밑 외교전을 펼쳐 이런 역사적 성과를 이끈 것으로 유명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대화의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키신저 전 장관의 인터뷰는 그의 신간 ‘리더십: 세계 전략 6개 사례 연구’ 출간을 맞아 열렸다. 이 책은 현대사를 이끈 지도자 6명, 즉 콘라트 아데나워(독일), 샤를 드골(프랑스), 리처드 닉슨(미국), 안와르 사다트(이집트), 마거릿 대처(영국), 리콴유(싱가포르)의 세계 전략을 다룬다. 이들 중 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가장 협상을 잘 할 같냐는 질문에 키신저는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