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9호 김금영⁄ 2023.04.06 10:22:40
바야흐로 ‘밀키트’의 시대다. 밀키트는 재료 손질이 다 돼 있고, 각 재료와 소스도 정량이 들어 있어 간편하게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 키트다.
한 예로 시판 중인 된장찌개 밀키트엔 된장소스, 두부 한 모, 진공팩에 포장된 소고기와 호박 등이 들어 있다. 냄비에 물을 붓고 이 재료들을 모두 넣어 끓이기만 하면 된장찌개 하나가 뚝딱 완성된다.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의 외출이 줄고, 집밥 수요가 늘면서 밀키트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시장조사 전문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9년 1017억 원이었던 국내 밀키트 시장은,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 1882억 원으로 규모가 커졌다.
다만 올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밀키트 시장의 성장세가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많아지며 외식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밀키트의 인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식품안전정보원(식품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식품산업 생산실적은 전년(84조 3267억 원) 대비 10.5% 증가한 93조 1580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5년 연평균 증가율(3.6%)을 넘어서는 수치다.
이 가운데 밀키트 수요가 급증해 눈길을 끌었다. 밀키트 생산실적은 3조 990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8% 증가했다. ▲즉석조리식품(21.4%) ▲즉석섭취 식품(9.5%) ▲신선 편의 식품(3.6%) 등이 증가세를 보였다. 유로모니터는 오는 2025년엔 밀키트 시장 규모가 725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양한 밀키트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유통전문기업 hy의 올 상반기 밀키트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30% 신장했다. 이지은 hy 플랫폼CM팀장은 이 요인을 ‘밀키트 고급화’와 ‘컬래버레이션’ 그리고 ‘신선한 배송’에서 찾았다.
hy는 유명 레스토랑과 협업하며 밀키트의 고급화에 힘써 왔고, KBS2 예능 ‘편스토랑’과 손잡고 컬래버 제품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여기에 제품을 신선하게 받아볼 수 있는 배송 시스템도 결합했다. hy 자사몰 ‘프레딧’에서 밀키트를 주문하면, 프레시 매니저(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한 지정일 배송이 가능한 방식이다.
이 전략들은 고른 고객층 확보로 이어졌다. hy 데이터 분석 조직 ‘데이터센터’에 따르면, 밀키트 주 고객층은 40~50대로, 올해 60.2%를 차지했다. 20~30대 구매 비율도 26.1%(2019년)에서 30.1%(2022년)로 늘며 성장세를 보였다. hy의 현재 밀키트 전략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이지은 팀장에게 들어봤다.
- 코로나19 사태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밀키트 시장의 성장세가 엔데믹 전환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밀키트 시장은 코로나19 사태 발발과 함께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밀키트 시장이 급성장하고,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기대와 요구도 다양해졌죠. 이런 사람들의 입맛을 만족시키고, 수요에 맞추기 위해 밀키트는 외식에 준하는 퀄리티로 성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굳이 외식을 하지 않아도 집에서도 높은 퀄리티로, 쉽게 즐길 수 있는 밀키트를 찾는 고객 또한 자연스럽게 늘어났습니다. 선순환 고리가 완성된 거죠.
또, 최근에는 원자재값 상승과 물가 상승에 따라 외식 비용 부담이 더욱 커졌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재료를 따로 구매하는 것보다, 필요한 만큼 재료가 소분돼 포장된 밀키트의 가성비가 장점으로 부각됐습니다. 다시 한번 밀키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계기죠.”
- hy는 ‘프레시 매니저가 배달해주는 고급스러운 밀키트 콘셉트’로 가정간편식 브랜드 ‘잇츠온’을 2017년부터 론칭해 운영 중입니다. 잇츠온의 탄생 배경 및 잇츠온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hy 밀키트는 신선함과 전국 프레시 매니저 네트워크를 활용한 냉장 유통망을 기반으로 2017년 처음 출시됐습니다.
특히, 냉장 유통망(콜드 체인 시스템)은 식재료의 신선함이 가장 중요한 밀키트의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고객은 제조 후 단시간 안에 냉장 상태로 제품을 받아볼 수도 있습니다.
hy 밀키트는 위생과 안전성에도 높은 기준을 적용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식품 안전 이슈가 끊임없이 대두되는 만큼, 소비자가 ‘내 아이에게 먹인다’는 마음으로 안전한 식재료와 안전성에 초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 hy의 상반기 밀키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신장했습니다. 이 성과의 중심엔 hy의 ‘밀키트 고급화’와 ‘컬래버레이션’ 전략이 있는데요. 각각의 전략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맞습니다. hy 밀키트는 컬래버레이션과 고급화 전략을 사용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밀키트 고급화 전략으로는 유명 레스토랑과 협업을 진행한 부분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미슐랭 레스토랑 ‘채근담’과 손잡고 명절 전용 밀키트 2종(떡국, 잡채)을 선보인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모던 중식당 차이797과 손잡고 출시한 프리미엄 밀키트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컬래버레이션도 hy 밀키트 성장을 견인한 전략 중 하나입니다. hy는 매주 다른 재료를 스타들이 직접 개발한 레시피로 경연을 펼치는 예능 프로그램 편스토랑의 메뉴를 방송 다음날 실제 제품으로 출시해왔습니다. 바질라면을 시작으로 최근엔 출시 2개월 만에 1만 개가 넘게 판매된 ‘진또배기 매운찜갈비’등 10여개 품목을 출시했습니다.”
- hy의 컬래버레이션 밀키트 중 특히 편스토랑이 유명한데요. 편스토랑과의 협업은 어떻게 시작됐고, 제품을 만들 때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방송으로 보거나, 유명한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싶어 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 편스토랑과의 컬래버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실제 방송을 보며 상상했던 맛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 hy의 밀키트 중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제품은 무엇인지, 또 특징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올해 상반기 인기 제품은 ‘논현동 부대찌개’, ‘부채살 찹스테이크’ 그리고 트로트 가수 이찬원 씨의 특급 레시피를 메뉴화한 ‘편스토랑 진또배기 매운찜갈비’입니다.
논현동 부대찌개는 꾸준한 베스트셀러입니다. 지난해에도 가장 많이 판매된 밀키트 톱3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가성비가 좋은 제품으로 고객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제품입니다. 논현동 부대찌개는 동일한 가격에 중량(20g)을 늘려 더욱 인기가 많았습니다.
부채살 찹스테이크는 레스토랑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고급 메뉴를 밀키트화 한 것이 주요했습니다. 초이스 등급 부드러운 고기에 매력적인 비법 소스를 더한 점이 특징입니다.
진또배기 매운찜갈비는 인기 트로트 가수인 이찬원 씨의 레시피를 활용한 점이 주효했습니다. 매운맛을 즐기는 고객층을 공략한 메뉴로 소비자의 호응을 얻었죠.”
- 밀키트 시장 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타사 제품과 비교해 hy의 밀키트 제품이 가진 차별점(강점)은 무엇인가요?
“콜드체인 시스템을 활용한 라스트 마일(고객과의 마지막 접점) 경쟁력입니다. 냉장 카트를 활용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 프레시 매니저가 전달해주는 것이 hy 밀키트만의 강점입니다.
오늘 생산한 제품을 내일 전달하는 ‘데일리 오더 메이드(daily order made)’ 시스템이 콜드체인 시스템에 더해져 고객은 더욱 신선한 제품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또, hy 중앙연구소 제품개발팀은 제품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것 또한 매우 주요한 개발 과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식품 안전 이슈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작금의 상황에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밀키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요?
“밀키트는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발맞춰 고급화, 컬래버레이션, 편의성 향상 등 끊임없이 발전해왔습니다. 그 측면에서 봤을 때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 hy는 앞으로 어떤 밀키트를 선보일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소비자가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더불어 쉽게 접하기 힘든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개발하는 등 독특한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