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이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에 촉각전시품과 시각장애인용 음성해설, 수어 해설 영상 등을 마련했다.
더불어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특별전에 초청해 취약계층 전시 접근성을 높여 박물관이 추구하는 공감과 공존의 가치 실현을 위해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11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협조로 시각장애인 50여 명을 전시에 초청했다.
시각장애인들은 ‘전시실 안내 촉지도’, 전시품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시각장애인용 음성해설’이 실린 전시 안내앱 ,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등 총 7건의 전시품 모형 ‘촉각전시품’을 활용해 전시를 관람했다.
관람에 참여한 김헌용 서울 신명중학교 영어교사는 “시각장애인은 시각적 관람이 어려워서 박물관 방문 경험 자체가 거의 없다”며 “이번 전시는 점자, 촉각전시품, 음악과 소리를 활용한 영상이 갖춰져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25일엔 서울시교육청 협조로 국립 서울농학교 재학생 60여 명을 초청해 수어 설명을 진행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행사 참여자 의견을 수렴해 장애인 관람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앞서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 신임 관장은 취임 후 11일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주요 업무 계획을 설명하면서 장애인과 취약계층의 접근성 향상에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윤 관장은 “그동안 박물관이 많은 변화를 거쳤다. 과거처럼 전시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다양한 공연, 교육 등을 아우르며 많은 요구에 발맞추고 있다”며 “하지만 진정 모든 국민에게 다가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많은 사람이 박물관을 찾았지만, 장애인과 취약계층의 접근성엔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장애인을 위한 특화된 교육 공간을 연내 만들어서 오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어느 수집가의 초대’ 특별전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기증품을 국민이 향유하는 취지의 전시다.
장애인과 취약계층 전시 접근성을 높이고자 준비 단계에서 장애인 지원 기관의 자문을 구했다. 지난 2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서울맹학교, 한국농아인협회과 협의해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전시보조물 5종 29건을 준비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시보조물로 촉지도, 점자 설명, 촉각전시품을 마련했다. 전시실 입구에 설치한 촉지도로 공간 구조와 동선을 미리 인지할 수 있다.
전시실 2곳에엔 체험공간을 마련해 7건의 촉각전시품을 제공하고 있다. 전시품의 재질감을 살리고 문양과 형태를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촉각전시품을 제작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촉각전시품으로 종합적인 감각 체험을 할 수 있어 관람객의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 15건을 국립박물관 전시안내앱에서 제공하고 있다. 전시품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관람 방향과 동선을 안내하는 문구를 넣어 시각장애인이 전시품을 시각적으로 떠올리며 감상하는 장치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전시 보조물로는 수어 해설 영상과 ‘청동 범종’ 연출 영상을 마련했다. 전시실 내 모두 6건의 영상물에 자막과 함께 수어 해설을 삽입해 청각장애인의 이해를 높였다. 아울러 성덕대왕신종 타종 음원을 활용한 청동 범종 영상에는 소리의 파동을 빛의 입자로 연출하여 청각장애인도 종소리의 심상을 시각으로 대신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