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돼 공개된 김건희 여사의 녹취 3건에 대해 이를 보도한 뉴스타파 측과 대통령실과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핵심 쟁점 3개가 떠오르고 있다.
"1월 13일부터 일임 맡겼다면 1월 12일 녹취는?"
△뇌관 1: 2010년 1월 12일자 녹취를 어떻게 봐야 한다는 점이다. 이날 녹취는 증권사(신한금융투자) 직원이 김 여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사님, 지금 (도이치모터스 주가가) 2375원이고요, 고가가 2385원, 저가가 2310원 그 사이에 있습니다. 조금씩 사볼까요?”라고 묻자 김 여사가 “네, 그러시죠”라고 대답하고 직원은 “그러면 2400원까지 급하지 않게 조금씩 사고 중간에 문자를 보낼게요”라고 말하는 내용이다.
이 녹취가 중요한 것은, 그간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줄곧 주장해온 ‘주가 조작 전문가 이 모 씨에게 2010년 1월부터 5월까지 아내가 계좌를 맡겼다,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하라고 맡긴 게 아니고 어떤 주식이든 사서 수익을 내달라고 맡겼다‘라는 주장과 정면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날 통화에서는 이 씨가 아닌 김 여사가 ’직접‘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입을 승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의 주장이 “2010년 1~5월간 선수 이 씨에게 완전 일임했다”로 요약될 수 있다면 1월 12일의 녹취는 이 주장과 정면배치된다.
"대통령실 해명 맞다 해도 문제는 계속"
△뇌관 2: 1월 13일 녹취와 관련된다. 이날 증권사 직원은 김 여사에게 전화해 “오늘도 도이치모터스 살게요. 2500원까지”라고 말하자 김 여사는 “전화 왔어요?”라고 물었다. 직원이 “왔어요”라고 대답하자 김 여사는 “사라고 하던가요? 그럼 좀 사세요”라고 답했다. 즉 ‘선수 이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사라고 증권사 직원에게 앞서 지시를 했고, 직원은 이를 김 여사에게 최종 승인해달라고 요구하는 형태다.
대통령실은 이런 과정에 대해 “이 모 씨가 일임을 받아 매매 결정을 하고 증권사 직원에게 주문을 하더라도 증권사 직원은 계좌 명의인과 직접 통화해 그 내용을 확인하고 녹취를 남기는 게 의무”이고 “제3자(이 모 씨)가 증권사 직원에게 매매 주문을 먼저 하고, 증권사 직원이 여사에게 그 내용을 확인하면서 녹취를 남겼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이런 대화는 주식 매매 절차상 지극히 정상적인 것으로, (대통령의) 종전 설명이 진실임을 뒷받침하는데도 마치 거짓 해명을 한 것처럼 왜곡 보도한 데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지난 2일 밝힌 바 있다.
1월 13일 녹취가 쟁점이 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즉, 대통령실의 해명대로 주식 매매를 전문가에게 일임했을 때 증권사 직원이 계좌 소유주에게 ‘최종 승인(컨펌)’을 받았다는 것으로 1월 13일 녹취를 해석할 수는 있지만, 즉 대통령실의 주장이 맞지만, 만약 이런 식으로 김 여사가 모든 매매에 대해 컨펌을 했다면, 오히려 문제는 더 커진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뉴스타파의 심인보 기자는 5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그건(대통령실의 해명이) 맞아도 문제인데, 가장 큰 쟁점은 김건희 여사가 이 사람(이 씨)이 주가 조작을 하는지 알았냐 몰랐냐는 거잖아요. 그런데 지금까지는 몰랐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는데 그런데 이제는 컨펌받는 건 당연한 절차라는 거예요. 그러면 1월 12일, 13일뿐만 아니라 그 뒤에 있었던 주가 조작상 거래, 7거래일 동안 거래가 엄청나거든요. 이 거래를 그러면 김건희 여사가 다 알았다가 되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즉 주식매매를 전문가에게 일임했을 때 증권사 직원이 전문가의 지시를 받은 뒤 계좌 소유주에게 최종 컨펌을 받는 절차는 증권사 관행상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데, 만약 1월 13일 녹취처럼 전문가 이 씨의 매매 지시를 증권사 직원이 일일이 김 여사에게 전화를 걸어 최종 컨펌을 받았다면 주가 조작 과정의 숱한 거래를 김 여사가 모두 ‘컨펌’했다는 결과가 돼버리기 때문에 문제가 더 커진다는 것이 심 기자의 주장이다.
"5월로 거래 끊었다면서 6월 녹취 내용은 무엇?"
△뇌관 3: 공개된 녹취 셋 중 시기적으로 마지막 것인 2016년 6월 16일의 녹취 관련이다. 녹취에서 김 여사는 동부증권에 전화해 “저와 이 씨(주가 조작 전문가 이 씨가 사용하는 다른 이름)를 제외하고는 거래를 못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 법률팀은 지난해 10월20일 김 여사의 주식 거래 내역을 공개하면서 “2010년 1월 14일 이 씨에게 신한금융투자 주식 계좌를 일임했으나 손실만 봐서 5월 20일 남은 도이치모터스 주식 모두를 별도 계좌로 옮겨 이 씨와 관계를 끊었다”고 밝힌 바 있다.
5월 20일로 이 씨와의 거래를 끊었다는 이 해명과는 달리 거의 한 달이 경과한 6월 16일에 김 여사가 전화를 걸어 이 씨와의 관계가 계속되고 있음을 밝힌 것이 녹취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취재해온 KBS의 홍사훈 기자도 4일 자신의 SNS에 “대통령실은 ‘계좌 내역상 5월 20일 이후 모든 거래가 종료됐다며 그날 이후 일임 매매는 없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보도가)나온다. 5월 20일 모든 거래가 종료된 것은 ‘신한금융투자’ 계좌다. 윤 대통령은 이를 ‘절연’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6월 16일 통화의 상대는 신한금융투자 직원이 아니라 ‘DB증권’ 직원이다. 즉, 김 여사가 주식을 DB증권으로 옮긴 뒤 이 DB증권계좌의 주문 권한을 또 이 씨에게 내준 것”이라며 “김 여사가 ‘절연’했다는 사람에게 왜 또 주문 권한을, 그것도 다른 계좌의 주문 권한을 준 것인지는 전혀 설명이 되지 않는다. 결국 ‘절연’이 거짓말이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뉴스타파 보도에 대한 대통령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김 여사에게 불리한 점이 녹취 보도를 통해 더욱 드러났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