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영⁄ 2022.09.27 11:22:56
가상인간 ‘여리지’가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가수 아이린 팬들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관광공사가 제작한 가상인간 여리지는 지난해 12월 ‘22살 여성 인플루언서’를 콘셉트로 등장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여리지 이름은 여행의 ‘여’와 택리지 ‘리지’를 따서 지었다.
여리지는 월드클래스 축구선수 손흥민과 아이돌 그룹 엑소 등 국내외 유명 스타들이 등장했던 한국관광공사 명예 홍보대사로 지난 7월 발탁돼 화제가 됐다.
이달 26일엔 강원도 평창의 첫 ‘디지털 관광주민’이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디지털 관광주민증은 한국관광공사의 여행정보 플랫폼 ‘대한민국 구석구석’ 모바일 앱으로 발급받은 QR코드를 활용해 지역 내 숙박, 식음, 체험 등 각종 여행 편의시설과 프로그램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일종의 ‘명예 주민증’을 일컫는다.
여리지뿐 아니라 다양한 업계에서 가상인간이 활약하고 있다. 신한라이프 광고에 출연해 화제가 된 가상인간 ‘로지’는 개성 있는 패션과 자유분방하고 사교적인 성격의 캐릭터로,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만 10만 명이 넘는다. 아모레퍼시픽도 로지를 ‘헤라’ SNS 인플루언서로 삼고 협찬 광고를 진행하기도 했다.
CJ온스타일이 론칭한 패션브랜드 ‘더엣지’는 지난해 8월 가상 인플루언서 ‘루이’와 함께 컬래버를 진행했다.
롯데홈쇼핑은 아예 가상인간 ‘루시’를 지난해 9월 자체 개발하기도 했다. 루시는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29세 모델이자, 디자인 연구원이라는 설정이다. 실제 촬영한 이미지에 가상의 얼굴을 합성하는 방식으로, 피부의 솜털까지 표현 가능한 하이퍼리얼리즘 모델링을 활용해 탄생됐다.
SK텔레콤 또한 자체 AI(인공지능) 음성 기술을 적용한 가상인간 ‘나수아’를 최근 아이돌 장원영과 메인 광고모델로 발탁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다양한 업계가 가상인간에 점차 눈을 돌리는 건 실제 사람과 달리 사생활 논란이 불거질 우려가 없고, 광고 촬영 비용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효과도 좋은 편이다. LF의 영캐주얼 브랜드 ‘질바이질스튜어트’의 ‘레니백’은 지난해 9월 로지와 함께한 1차 화보를 공개한 이후 출시 초반보다 3배 가까이 빠른 속도로 재고가 소진된 바 있다.
로지가 지난해 출연했던 신한라이프의 뮤직비디오 또한 유튜브 공개 3주 만에 1000만 뷰를 돌파했고,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광클절’ 행사 때 루시의 홍보에 힘입어 5일 동안 주문건수 110만 건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소비의 주력층인 MZ세대의 가상과 현실을 접목시킨 메타버스(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사업도 성장하는 추세다.
실제로 미국 시장조사 업체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기업이 인플루언스에 쓰는 마케팅 비용은 2019년 80억 달러(약 9조 원)에서 올해 150억 달러(약 17조 원)로 2배 가량 늘어날 전망인데, 그 중 절반가량은 가상 인플루언서가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가상인간에 대해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특히 여리지는 공개 당시 가수 아이린과 너무 닮았다는 지적이 이어진 바 있다.
네티즌은 “실제 아이린을 섭외하긴 비용이 많이 드니까 비슷하게 만들어서 싸게 광고하려는 거냐”, “적당히 닮아야지, 너무 닮았다”, “보는 순간 아이린인줄 알았다”, “이건 아이린이 고소해도 할 말 없겠는데” 등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딥페이크’를 우려하고 있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기존에 있는 인물의 얼굴을 다른 사람의 얼굴에 합성하는 기술로, 피싱 등의 범죄에 악용될 수 있어 사회적 이슈가 돼 온 바 있다. 여리지가 아이린과 너무 닮아 일부 네티즌은 “딥페이크 기술로 만든 가상인간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다른 사진들 보면 아이린 닮지 않았다”, “아이린 말고 헬로비너스의 권나라, 배우 서지혜 등도 생각나는데 그냥 예쁜 거 아닌가”, “실제 사람과 착각할만큼 퀄리티 높게 잘 만든 것 아닌가” 등 '딥페이크'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관련해 한국관광공사 측은 본지에 “여리지는 사람 얼굴에 AI 합성기술을 이용해 만든 가상인물이다. 여리지를 기획할 당시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눈, 코, 입 조합 5만 가지를 분석해 조합했다. 조합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현재의 여리지의 모습이 탄생했다”며 “어떤 인물을 닮았다는 기준 또한 주관적일 수 있다. 당초 아이린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것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