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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축구의 ‘호랑이 양성소'된 독일 전진기지, 대체 뭘 하길래 … 이대로 가면 100년간 연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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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영태⁄ 2022.12.08 14:48:09

축구 한일전에 내걸린 두 나라 국기. 지난 두 차례의 대결에서 한국 대표팀은 일본에 0대3 연패를 당했다. (사진=연합뉴스)

국가대표 황인범 선수가 브라질전 뒤 한 “한국 축구는 일본처럼 많은 부분이 바뀌어야 한다. 앞으로 그런 발전이 잘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이라고 한 작심발언이 주목을 받고 있다.

황 선수의 발언에 대해 일본의 ‘사커 다이제스트’는 8일자 기사에서 “이번 월드컵은 세계 축구에서 멀어지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일깨워줬다. 좋은 예는 일본과 카타르다. 카타르는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막대한 오일 머니를 쏟아 부었지만 선수 모두 자국 리그에서 뛰었고 우물 안 개구리였다. 일본은 대표팀 26명 중 19명이 해외파였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아시아 국가 중 유럽파가 가장 많았다. 8명인 한국보다 2배 이상이다. 조별 리그에서 일본이 넣은 4골 모두가 해외파 작품이었다. 4년 뒤를 봐야 할 한국 축구가 어디를 노려야 할지는 자명하다”고 썼다.

‘풋볼존’ 역시 8일 “독일, 잉글랜드, 스페인 등 유럽 주요 리그에서 많은 선수가 뛰는 일본과 해외 플레이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진 한국. 카타르 월드컵에서 같은 16강 성적을 거뒀다고는 하지만 황인범은 한국 축구계에 위기감을 느끼는 듯하다”고 보도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지난 9월말 일본이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개최한 '기린 챌린지 컵 2022' 대회의 포스터. 미국과 에콰도르 국가대표 팀을 초청해 평가전을 가지면서 일본의 독일 내 거점인 뒤셀도르프를 대회 장소로 선택했다.

일본이 이처럼 많은 해외파 선수를 자국 대표팀에 포함시킬 수 있었던 데는 일본축구협회가 ‘100년 계획’을 추진하면서 그 일환으로 지난 2020년엔 독일 뒤셀도르프에 오픈한 일본축구협회 유럽 오피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뒤셀도르프 센터에는 천연 잔디 축구장 1개에 샤워실, 라커룸, 안마방 등 치료실을 갖췄다. 유럽 리그에서 뛰는 일본 선수들이 훈련과 마사지, 재활, 간단한 치료, 정신 관리 등을 일상적으로 받을 수 있다. 일본 축구 대표팀의 유럽 원정 때 훈련 시설로도 활용된다.

뒤셀도르프가 입지로 선정된 데는 일본인 8400여 명이 거주하는 유럽 내 최대의 일본인 거주지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대표적 공업지대인 루르 지역에서 가깝다 보니 일본 기업들이 활발히 진출한 덕이었다. 이웃 나라 네덜란드와 벨기에와도 쉽게 연결된다.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100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축구협회는 10여 년 전부터 친밀한 관계인 독일축구협회의 도움을 받아가며 독일 현지에 센터 개설 작전을 진행해 왔으며 마침내 2년 전 상주 인원이 주재하는 유럽 오피스를 개설했다.

코스타리카 전을 앞두고 몸을 푸는 일본팀의 주장 요시다 마야. 그는 "뒤셀도르프 센터가 있어 안심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축구협회 관계자는 “유럽파로만 2개 팀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일본 선수들의 유럽 클럽 진출이 늘었다. 일본 대표팀의 축이 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클럽이 쉬는 날에는 몸과 정신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유럽 거점에서 일본인 의사와 피지컬 트레이너, 마사지 담당자 등의 도움을 받아가며 질 높은 백업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뒤셀도르프 오피스는 유럽 각 클럽과의 선수 파견 등 교섭에서도 일본 선수들을 도와준다. 일본 현지에서 유럽 클럽 등과 연락하며 국가대표 선수들을 파견받는 것보다는 유럽 현지에서 교섭을 진행하는 게 훨씬 편리하다. 현지 사정에 밝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상자들에 대한 의료 지원도 중요한 기능이다. 유럽의 경우 의료 체계가 나라마다, 클럽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경기 중 부상을 당한 이타쿠라 히로시(보루시아 MG 소속), 아사노 타쿠마(보훔 소속)는 뒤셀도르프 센터의 의료 지원을 받았으며, 독일 샬케04 팀에서 뛰던 우치다 아쓰토는 무릎 부상 뒤 독일 현지에서 치료 방법을 찾다가 결국 친정 팀인 가시마 앤틀러스 팀 닥터의 진료를 받고 수술을 선택했다.

일본 대표팀의 주장으로 현재 샬케04 소속인 요시다 마야는 “뒤셀도르프 센터가 있어 만일의 경우에도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벤투 감독이 "한국축구협회는 대표팀보다는 돈-스폰서만 중요한 게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한국축구협회)

스포TV뉴스의 이성필 기자는 지난 11월 24일 일본이 독일을 꺾은 뒤 쓴 기사 [유럽과의 격차 줄이기만 골몰 日, 독일전이 결과물]에서 “일본 선수들의 의식도 남다르다. 해외 도전이 가능하다면 유럽 진출을 선호한다. 연봉이 적더라도 직접 유럽에서 부딪히며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길 원한다. 스트라이커부터 골키퍼까지 포지션도 다양하다. 그렇게 다진 실력을 월드컵에서 드러났다. JFA(일본축구협회)는 일찌감치 100년 계획을 세웠다. 그중에는 월드컵 우승도 있다. 물론 이번 대회까지 월드컵 16강을 넘어선 적은 한 번도 없으나, 꾸준히 발전하고 있음은 틀림없다. 매 대회 1승 이상은 충분히 올릴 만한 실력을 갖췄다”고 썼다.

또한 “일본 J리그는 독일 분데스리가 시스템을 따랐고, 지금도 두 리그는 꾸준히 협력관계를 구축 중이다. 선수 교류도 굉장히 활발해 사실상 이적료가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에 이어 스페인마저 꺾고 16강에 오른 사실을 알린 일본 주요 신문들.(사진=연합뉴스) 

지금처럼 일본축구협회는 ‘100년짜리 계획’ 아래 움직이고, 한국축구협회는 벤투 감독의 혹평대로 “선수들 휴식은 필요 없고, 중요한 게 돈-스폰서 이런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의견은 ‘대표팀이 한국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는 겁니다”라면, 앞으로 한일 축구대결은 지난 두 차례 모두 0대3으로 완패(2021년 요코하마, 2022년 동아시아대회)했듯, 앞으로 100년간 계속 지게 되리라고 예상하는 것은 지나치게 어두운 예상일까?

 

일본 언론들은 "일본의 성과를 보고 호주 역시 유럽 내 자국 축구 시설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16강에 오른 아시아 3강 중 일본은 이미, 그리고 호주는 곧 유럽 호랑이굴에 들어갈 채비를 차리고 있는데, 한국만 금시초문인 듯 하다. 19세기말 제국주의 시대에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추진해 열강의 반열에 오른 게 일본인데, 이제 축구판에서 그 아픈 역사가 되풀이 될 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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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  유럽파  한국축구협회  국내파  일본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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