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월드컵에 이어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승부차기 끝에 8강행이 좌절된 일본에서 ‘승부차기를 어떻게 하면 잘 찰까’ 하는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다.
일본의 ‘백년컨설팅’ 대표 스즈키 타카히로는 다이아몬드 온라인에 16일 게재된 제안에서 “J리그(일본 축구 리그)에서 앞으로 현재의 무승부를 없애고 무조건 승부차기를 하는 식으로 개편하면 2026년 북미 월드컵에서의 좋은 성적은 물론 2050년까지 월드컵 우승을 이루겠다는 일본축구협회의 꿈이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지난 세 번의 월드컵 대회에서 24 경기 중 승부차기는 7 경기로 30%나 됐으며, 도전자인 일본 입장에서는 16강 전 이후 승부차기를 해야 할 확률이 40~50%나 된다”며 “일본이 8강 이상이 되려면, 승부차기를 일본 대표팀의 주요 전략 중 하나로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스즈키 대표는 2022년 11월까지의 J1 리그(일본 프로축구 리그)의 총 306 경기에서 90분간 승부가 난 경기가 209개, 무승부가 97개여서, 무승부가 30%가 넘는다며, “앞으로 이 모든 무승부 경기를 연장전을 치르지 않은 채 승부차기로 매듭지으면 어떨까?”라고 물었다.
승점 규정을 승리 3점, 패배 0점, 무승부 후 승부차기 승엔 2점, 승부차기 패배는 1로 변경하자는 아이디어도 내놨다. 이렇게 되면 승부차기가 J리그의 순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묘, 우승을 결정하거나 강등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도 될 것이라는 제안이었다.
그는 또한 이처럼 승부차기가 경기의 중요 요소로 도입되면 '승부차기에 최적화된' 골키퍼도 길러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현재는 수비수와 호흡을 잘 맞춰 상대 팀의 공격을 막아내는 골키퍼가 최고지만, 리그 경기 중 무승부가 없어지고 승부차기를 해야 한다면, 승부차기 막기에 최적화된 골키퍼가 길러질 수도 있지 않느냐는 예상이었다.
일본에서는 지난 두 번의 8강 도전이 승부차기 탓에 좌절되면서 한때 “승부차기는 운이다”라는 의견이 많았으나, 특히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브라질과 스페인이라는 초강력 우승후보들이 모두 승부차기 끝에 중도탈락하는 결과가 나오고, 승부차기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인 크로아티아의 골키퍼 리바코비치, 모로코의 골키퍼 야신 보노가 화제의 초점이 되면서 “승부차기도 실력이다”라는 의견을 세력을 얻고 있다.
스페인 대표팀의 경우 감독이 ‘승부차기 1000개 차기 훈련’을 지시했다지만 16강전 승부차기에서 모로코에 패퇴했다.
일본의 축구 스타 혼다 케이스케는 16강전 탈락 이후 트위터에 “승부차기에도 연습이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질에 도달하고 나서는 멘탈 게임이 된다. 그 압박감을 연습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다”라고 썼다. 실전에서의 압박감을 평소 리그 경기에서 느끼고 적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였다.
물론 스즈키 씨의 제안이 실제로 J리그 경기에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모든 리그 경기에서 무승부를 없애고 90분 경기 뒤 승부차기를 도입한다’는 방안을 국제축구연맹(FIFA)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최근 김민재 선수나 황인범 선수가 “한국 축구는 이제 일본에 못 미친다” “솔직히 일본의 시스템이 부럽다”는 요지의 말을 한 데서도 알 수 있듯, FIFA의 순위에서나 일반이 받아들이는 관점에서도 일본 축구와 한국 축구는 이제 다른 차원이 아니냐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평소 리그 경기에서 일본 축구 선수들이 승부차기 실전 경험을 충부히 하게 만들겠다는 스즈키 씨의 제안 같은 것을 웃어 넘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