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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 답한 순간, 당신은 이미 한계에 갇혔다”…실재 가상 넘나드는 프로젝트 팀 펄

융복합 예술 프로젝트 ‘당신의 현재 위치 - 더 도어(The Door)’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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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22.12.16 17:30:31

‘프로젝트 팀 펄’은 과학적 사실이나 가설을 바탕으로 한 세계관을 다루는 사이파이(Sci-fi) 장르를 작업에 적극 활용한다. 특히 실재와 가상 사이의 경계에서 우리는 과연 진정 어디에 서 있는 것인지 질문한다. 사진=독자 제공

전시 공간에 들어가기 전 ‘자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는 질문을 맞닥뜨렸다. 마치 주관식 문제에 답을 적듯 ‘사랑해야 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나름대로의 답을 내려버린 이 순간, 당신은 이미 한계에 갇혔다.

‘프로젝트 팀 펄’의 융복합 예술 프로젝트 ‘당신의 현재 위치 - 더 도어(The Door)’가 13~18일 예술청 아고라에서 열린다.

프로젝트 팀 펄은 과학적 사실이나 가설을 바탕으로 한 세계관을 다루는 사이파이(Sci-fi) 장르를 작업에 적극 활용한다. 특히 실재와 가상 사이의 경계에서 우리는 과연 진정 어디에 서 있는 것인지 질문한다. 이번 전시에서도 이 점이 돋보인다.

먼저 앱 ‘피어리 온’에서 진행되는 메타버스 전시와, 이를 실제 현실에 구현해 낸 아고라에서의 전시를 동시에 선보이며 온·오프라인 세계를 넘나든다. 이 과정에서 실재와 가상현실이 혼재된다.

패스 2엔 성사빈 작가의 ‘시소(seesaw)’, 이선호 작가의 ‘사이클로픽 피스트(Cyclopic Feast)’가 독립적으로 구성된다. 사진=독자 제공

패스(path) 1에 설치된 VR 기기(가상현실) 오큘러스를 머리에 쓰는 순간 방금 전까지 아무 것도 없었던 눈앞에 광활한 숲이 펼쳐진다.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며 숲 너머 물가에 다다른 순간 오큘러스를 벗으면 자신이 서 있는 곳은 순식간에 다시 전시장으로 돌아온다.

패스 2엔 성사빈 작가의 ‘시소(seesaw)’, 이선호 작가의 ‘사이클로픽 피스트(Cyclopic Feast)’가 독립적으로 구성된다. 이선호는 게임 방식을 차용해 다양하게 변이하는 현실 공간의 시점과 일상생활 방식을 게임 이론으로 되짚어 본다.

성사빈의 작업에서는 머리에 양동이를 쓴 채 시야가 차단된 어린아이의 모습이 눈에 띈다. 이는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중심축과도 연결된다. 전시는 우리가 언어의 진화 과정에서 수많은 정의, 개념을 학습 받으면서 그 한계에 갇혀 더 많은 것들의 가능성을 보지 못하는 건 아닌지, 그로 인해 과연 실재와 가상 또한 명확하게 나눌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성사빈의 작업에서는 머리에 양동이를 쓴 채 시야가 차단된 어린아이의 모습이 눈에 띈다. 사진=독자 제공

대표적인 예로 이번 전시에서 자연을 상징하기도 하는 ‘제주고사리삼’을 끌어온다. 한 식물분류학 박사의 이름을 딴 제주고사리삼은 발견 당시 나도고사리삼속(Ophioglossum)과 꽃고비속(Botrychium) 중 어느 분류에도 속하지 못했다. 분명 세상에 확실히 존재를 내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학계에 내려져 있는 정의 속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정된 자생지와 낮은 유전적 다양성으로 제주고사리삼은 멸종 위기 야생 생물이 됐다. 이처럼 분류의 경계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제주고사리삼은 우리가 현재 마주하는 것들을 과연 온전히 바라보고, 느끼는 것인지, 단지 머릿속에 이미 자리 잡은 의식의 한계 아래 판단해 버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패스 2-2에 설치된 제주고사리삼 설치 작업은 이를 더 극대화시킨다. 실제 식물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이 설치물은 3D 프린팅 기술로 만들어졌다.

패스 2-2에 설치된 제주고사리삼 설치 작업. 실제 식물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이 설치물은 3D 프린팅 기술로 만들어졌다. 사진=독자 제공

이 작업을 보는 순간 자연스럽게 전시 첫 시작인 ‘자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는 질문이 떠오른다. 관람객은 전시를 보기 전부터 질문에 답을 하면서 이미 자연에 대한 정의를 스스로 내렸고, 그 한계 내에서 눈앞의 대상을 바라보게 된다. 전시 시작부터 이미 머리에 시야를 가리는 양동이를 씌워버린 것이다. 그래서 전시 말미에 설치된 작업을 보고 그것을 실제라고 착각한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이 말은 더 많은 것을 알고 습득할수록 세상의 진리에 가까워진다고 강조하는 것 같지만, 반대로 아는 만큼의 세상에만 우리의 인식이 갇히는 것은 아닌지, 그 너머엔 오히려 더 많은 가능성들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이번 전시는 고개를 한 번 더 갸우뚱하게 만든다.

하지만 전시는 이를 비판하거나 냉소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현재 예술계에서도 현실과 가상 사이의 경계를 논할 때 활발하게 이용되는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해 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장을 한껏 펼쳐놓으며 흥미를 이끌어낸다.

한편 이번 전시는 서울문화재단 ‘언폴드(Unfold) X 기획자캠프’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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