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영⁄ 2022.12.27 10:23:03
연말 볼만한 문화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내에 첫선을 보인 뮤지컬 ‘물랑루즈!’부터 프리뷰 티켓 오픈 당시 5분 만에 전석 매진 기록을 달성한 ‘스위니토드’까지 풍성하다.
뮤지컬 ‘물랑루즈!’는 20일 아시아 초연의 막을 올렸다. 원작 영화 ‘물랑루즈’의 명곡들에 마돈나, 시아, 비욘세, 레이디 가가, 아델, 리한나 등 히트팝을 리믹스해 화려하고 독창적으로 재창조한 음악을 담은 ‘매시업(mash-up)’ 뮤지컬로, 미국 토니어워즈에서 최우수 작품상 포함 10개 부문을 수상한 작품이다. 1890년대 프랑스 파리에 있는 클럽 물랑루즈 최고의 스타 ‘사틴’과 젊은 작곡가 ‘크리스티안’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이 공연은 독특하게 인증샷 명소로도 불리고 있다. 공연이 열리는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로비는 극 중 여주인공 사틴의 드레스룸과 뮤지컬 ‘물랑루즈!’의 상징인 하트 조형물을 옮겨온 포토존, 포토매틱 부스 등 공연 시작 전부터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공연장엔 화려한 샹들리에와 코끼리, 풍차 모형부터 대형 스케일의 무대가 설치됐다. 클럽 물랑루즈를 상징하는 레드 컬러로 구성된 공연장에서는 공연 10분 전부터 프리-쇼(pre-show)가 진행된다.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아이비와 김지우가 주인공 사틴으로 무대에 오른다. 작곡가 크리스티안 역은 홍광호와 이충주가 맡았다. 클럽 물랑루즈를 이끄는 단장 지들러 역에는 김용수와 이정열이 출연하며 물랑루즈를 후원하는 부유한 귀족 몬로스 공작 역은 손준호와 이창용이 맡았다.
CJ ENM이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한 ‘물랑루즈!’는 브로드웨이 및 호주의 오리지널 창작진과 제작진이 참여하는 퍼스트 클래스 레플리카 공연으로, 내년 3월 5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 카드홀에서 무대를 이어간다.
스티븐 손드하임의 뮤지컬 ‘스위니토드’도 돌아왔다. 197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후 토니 어워즈 8개 부문, 올리비에 어워즈 9개 부문을 휩쓸고, 국내에서도 2016년 한국뮤지컬어워즈 3관왕, 예그린어워드 수상을 비롯해 2019년 한국뮤지컬어워즈와 이데일리문화대상을 연달아 수상한 작품이다.
‘스위니토드’는 제작사 오디컴퍼니 20주년 기념 마지막 라인업으로 3년 만에 귀환을 알렸다. 특히 올해는 이 작품의 작곡가인 스티븐 손드하임의 서거 1주년이 되는 해로서, 생전에 그가 관심 어린 애정을 쏟았던 한국 프로덕션인 만큼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19세기 빅토리아 여왕 시대 런던을 배경으로 젊고 능력 있는 이발사 ‘벤자민바커’가 아내를 탐한 ‘터핀판사’에 의해 누명을 쓰고 15년간의 억울한 옥살이를 마친 후, 자신을 불행으로 몰아넣은 터핀판사와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치밀한 복수를 펼치는 내용을 담았다.
스위니토드 역으로 강필석·신성록·이규형, 러빗부인 역으로 전미도·김지현·린아, 터핀판사 역으로 김대종·박인배, 안소니 역으로 진태화·노윤, 토비아스 역으로 윤은오·윤석호, 조안나 역으로 최서연·류인아가 열연한다.
런던의 우울하고 어두운 뒷골목에 버려진 폐공장을 모티브로 디자인된 무대와 시작부터 공포감을 조성하는 특수 효과음, 드라마의 전개와 캐릭터에 따른 스티븐 손드하임의 철저하게 계산된 기괴하게 느껴지는 변박자의 음악이 특징이다. 공연은 내년 3월 5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이어진다.
창작 뮤지컬도 다양하게 선보인다.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이하 루드윅)는 뮤지컬 ‘프리다’, ‘스모크’ 등 다수의 웰메이드 창작 뮤지컬을 탄생시킨 극작가 및 연출가 추정화와 작곡가 및 음악감독 허수현의 대표작 중 하나로, 전설적인 작곡가 베토벤의 삶과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조명한 작품이다.
베토벤의 고통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서사, 베토벤의 불후의 명곡을 차용한 음악과, 강렬하고 세밀한 연출로 2018년 초연부터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한국을 넘어 지난달 도쿄, 오사카 등 현지에서 전 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한 일본 투어공연을 마쳤다. 또, 중국 쇼케이스 공연에서 호평을 받는 등 한국 창작뮤지컬의 무한한 가능성을 입증했다.
김주호, 테이, 김준영, 이은율을 비롯해 뉴캐스트로 박민성, 백인태, 정재환, 조훈, 임세준, 이지연, 유소리, 김시훈, 박이든 등이 출연한다. 공연은 내년 3월 12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상연된다.
창작 뮤지컬의 대표작에서 빠지지 않고 꼽히는 ‘영웅’도 무대에 올랐다.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안중근 의사의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담아낸 작품으로, 에이콤이 제작했다. 자작나무 숲에서 약지를 조국 독립에 바치는 순간으로 시작해,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사형집행을 맞이하는 과정들을 낱낱이 무대화했다.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됐으며, 2009년 10월 초연됐다.
9번째 시즌 공연에는 초연부터 참여한 음악감독 김문정과 그가 이끄는 The M.C, The PIT 오케스트라가 함께한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로는 대표 넘버 ‘누가 죄인인가’가 꼽힌다. 이토의 죄목을 당당히 열겨하는 안중근의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볼 수 있는 장면으로, 비리를 알리는 곡으로 개사해 불리기도 했다. ‘누가 죄인인가’ 공연 영상은 유튜브에서 300만 뷰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윤제균 감독의 손에서 탄생한 뮤지컬 영화 ‘영웅’이 상영 중이기도 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배우 정성화는 뮤지컬과 영화 모두에서 안중근으로 열연해 눈길을 끈다. 양준모, 민우혁도 같은 안중근 역할로 무대에 오른다. 안중근과 대척점에 서 있는 이토 히로부미 역은 김도형·서영주·최민철, 뜨거운 조국애를 품은 조선의 마지막 궁녀 설희 역은 정재은·린지가 맡았다. 공연은 LG아트센터 서울 LG시그니처홀에서 내년 2월 28일까지 이어진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