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9호 김금영⁄ 2023.01.03 15:04:15
CJ,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국내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업체의 수장들이 신년사를 발표했다. 올해도 ‘3고(高) 시대’(고물가·고금리·고환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위기 대응 및 이를 위한 신성장동력 확보를 강조했다.
손경식 CJ 회장 “현재에 안주 말고 미래 전략 수립”
유통 맏형이자 1939년생 토끼띠 CEO인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1월 2일 사내방송을 통해 발표한 신년사에서 올해 경제상황을 전망하면서 “급변하는 국내외 경영환경은 위기이자 큰 도약의 기회”라며 중기 전략의 성공적 실행 통한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기업 도약을 강조했다.
앞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그룹 CEO미팅’을 주재한 자리에서 “2023~2025년은 CJ가 퀀텀 점프해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로 가느냐 아니면 단순히 국내시장에 안주해 존재감 없이 쇠퇴해 가느냐는 중차대한 갈림길”이라며 미래 전략 수립과 함께 철저한 실행을 주문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손경식 회장은 올해를 ‘중기전략을 실행하는 원년’이라고 규정하고 세 가지 경영방향을 밝혔다. 첫째로 계열사는 4대 미래 성장엔진(Culture, Platform, Wellness, Sustainability) 기반의 혁신성장 사업 중심으로 신속한 투자와 M&A(인수합병) 등을 실행해 미래혁신성장을 달성하는 한편, 글로벌 경기침체 등에 대비한 재무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둘째로, 최고 인재의 선제적 확보와 육성을 위한 조직문화 혁신과 파격 보상 한층 강화, 마지막으로 디지털 전환 가속화 및 R&D투자와 첨단 기술 확보는 물론 고객의 핵심 애로사항을 해결해 고객과 함께 성장할 것을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 “변화와 혁신으로 도전”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에 이어 ‘새로운 롯데’를 위한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 ‘미래 경쟁력 창출’을 신년사를 통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신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진단하고 “영구적 위기 시대의 도래는 우리가 당연하게 해왔던 일과 해묵은 습관을 되돌아보게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하면서 함께 도전해 ‘새로운 롯데’를 만들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새로운 영역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해야 한다. 단순히 실적 개선에 집중하기보다 기존의 틀을 깨부수고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임직원 개개인의 끊임없는 혁신을 강조했다.
또, “긴 안목으로 10년, 20년 후를 바라보며 기업 가치를 높이고 고객의 삶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한편 우리 사회를 더 이롭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 달라”고 주문하며 “불확실한 미래라도 모두의 지혜와 역량을 한데 모은다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우리는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활기차게 도약할 수 있는 역동적인 마음가짐과 유연한 사고를 가질 수 있는 기업문화의 필요성도 이야기 했다. “조직 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젊은 리더십과 외부에서의 새로운 시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마인드도 필요하다. 도전 과정에서 혹여 어려움에 봉착한다 해도 그 속에서 또 다른 인사이트를 찾는 유연한 사고를 갖길 바란다”며 젊은 리더십과 오픈 마인드, 유연한 사고를 가져달라 당부했다. 또,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시도를 끊임없이 이어가자”고 임직원을 독려했다.
ESG 경영과 관련해 “우리는 어려울수록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나아가야 한다”며 “지난해 중소 파트너사들의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해 유통 계열사들이 함께 힘을 모아 노력한 것처럼, 진정성을 가지고 이들과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각 사업 분야에서 선한 가치를 의사결정의 최우선에 두고 고객과 주주, 파트너사와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미래로 걸어가자”고 당부하며 진정성과 선한 가치를 강조했다.
신 회장은 롯데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생존을 위해 자기 혁신은 필수 불가결하며, 회사를 성장하게 하는 열쇠 또한 혁신하는 용기다”는 말을 인용해 “예측하기 힘든 영구적 위기의 시대,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하면서 함께 도전하고 노력한다면, 올해는 새로운 롯데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고 신년사를 마무리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위기 대응 위해 기본과 본질에 충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1월 2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위기의식으로 철저하게 무장돼 있어도 위기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위기는 어떻게 대처 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기회가 되기도 한다”며 “위험을 직시하고 준비된 역량으로 정면 돌파할 수 있는 위기 대응 능력이 곧 신세계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고 시대에 고객과의 접점이 큰 리테일 비즈니스는 더 큰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다시 ‘기본’으로 돌아갈 것을 주문했다. 그는 “수십 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기본의 핵심은 ‘고객’과 ‘상품’임을 잘 알고 있다”며 신세계그룹의 위기 대응 역량은 고객과 상품으로부터 비롯됨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고객과 상품에 광적으로 집중할 때 또 한 번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고 더 큰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세 가지 당부사항을 전했다. 첫째로 ‘고객에 대한 광적인 집중’은 정 부회장이 2020년 신년사에서 처음 사용한 후 2021년에 이어 올해까지 벌써 세 번째로 신년사에서 강조한 표현이다. 신세계그룹이 지난 몇 년간 AI(인공지능)와 같은 첨단 기술을 도입하는 등 ‘디지털 대전환’에 대규모 투자를 해온 것도 고객에게 집중해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더 좋아하는지, 어떤 것에 더 반응하는지 꼼꼼히 알기 위해서다.
둘째로 정 부회장은 고객과 대화를 할 때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소재가 바로 ‘상품과 서비스’라고 밝혔다. 그는 “백화점은 높은 수준의 안목과 가치를 담은 브랜드로, 이마트는 좋은 품질과 낮은 가격의 상품으로 고객에게 풍요로운 일상을 선사해야 하며, 조선호텔은 품격 있는 서비스를, 스타필드는 끊임없는 즐길 거리를 선보여야 한다”며 “고객이 열광할 수 있는 신세계 유니버스만의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고객이 새로운 상품, 새로운 서비스와 대화하길 기다리게 만드는 경쟁력을 갖춰 달라”고 당부했다.
셋째로 정 부회장은 “불이 나면 누가 불을 냈냐, 누구의 책임이냐 등의 얘기를 하기보다 먼저 불을 끄는 게 우선”이라며, 신속한 위기 대응을 강조했다. 이어 “발생한 위기를 진정성 있게 돌아보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대응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며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는 단어인 위기의식이 오히려 다가오는 재난을 막아주는 고마운 레이더 같은 역할을 하고, 위기는 어떻게 대처 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기회가 되기도 한다”며 위기 대응의 관점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격변의 시대, 우리만의 성장의 길 찾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신년 메시지를 통해 “위기 극복의 저력을 바탕으로 고객 신뢰를 더욱 확고히 하고, 남들이 가는 길을 따르기보다 우리만의 성장의 길을 찾아 나가야 한다”며 “‘성공이란 열정을 잃지 않고 실패를 거듭할 수 있는 능력이다’는 윈스턴 처칠의 말을 새해 다짐 삼아 새롭게 시작되는 2023년을 위기 이후 더 큰 도약을 준비하는 성공적인 한 해로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3대 실천가치로 ▲가장 기본적인 가치와 목적에 충실하고 ▲ ‘리프레이밍’을 통한 최적의 가치를 발굴하며 ▲ 구성원의 담대한 도전과 내외부 파트너십에 기반한 성장을 추구해 나갈 것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고객과 고객사가 표출하는 다양한 의견을 사소하게 생각하지 말고 ‘요구 뒤에 숨어있는 욕구’를 읽어 해법을 찾아내고, 그 해법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실질적인 효용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며 “당장의 이익에 집중하기보다 ‘고객이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 본원적인 고민을 하면서, 바뀐 경영환경에 맞게 사업의 내용과 방식을 변화시켜야 생존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객과 시장, 경쟁자의 변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리프레이밍(Reframing)’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잘 살피고 변화의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회장은 끝으로, “우리 그룹 구성원의 담대함을 바탕으로 다양한 내외부 파트너십을 키워 개인과 회사, 협력사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을 이뤄내야 한다”며 “기존 사업의 성장과 신규 사업 진출 측면에서 다양한 협력을 시도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들어 ‘비전 2030’ 성장전략을 구현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