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3.05.17 09:30:15
일정 소득이 발생할 때까지 이자를 면제해 주는 내용의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으나 정부와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갈등하며 포퓰리즘 논란까지 일고 있다.
17일 국회 교육위원회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강행 처리에 반발하며 모두 불참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취업 후 상환 학자금(ICL) 제도는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학자금 지원 8구간 이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자금을 대출해 주고, 졸업 후 일정 소득(상환 기준 소득) 이상을 올릴 때부터 대출 원리금을 갚도록 한 제도다. 올해 기준으로 연 2천525만 원 이상을 벌면 대출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
개정안의 핵심은 상환 기준 소득을 올릴 때까지 발생하는 대출 이자를 면제하는 데 있다.
정부와 여당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들과의 형평성 문제, 도덕적 해이 유발 가능성이 있다며 비판적이지만 야당은 청년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필요한 입법이라고 주장해 입장이 갈리고 있다.
민주당은 상당수 청년이 사회 진출 초기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에 종사한다며 안정적인 직장을 얻을 때까지 이자를 감면해 청년들을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4차 산업혁명, 디지털 대전환으로 인재 양성이 중요해지는 만큼 고등교육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이자 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실질적으로 학생 한 명이 받는 혜택이 크지 않다며 정부와 여당이 지나치게 인색하게 굴고 있다고 본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대학생과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 간, 소상공인 대출 등 정부의 다른 대출 제도 간에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특히 대출 대상인 소득 8구간 학생들의 경우 소득과 재산을 환산한 월 소득 기준액이 1천만 원(연 1억 2천)을 넘어 취약 계층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관련해 17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국민의힘 장예찬 최고위원은 이를 두고 '김남국 물타기법'이라며 차상위계층, 기초생활수급자, 다자녀가구 자녀에 대해 이자 지원이 이미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 최고위원은 “김남국 의원 코인 게이트로 (민주당에 대한) 2030 지지율이 폭락하자 결국 세금 쓰고 돈 쓰는 포퓰리즘 법안으로 물타기를 해보겠다는 것이다”라며 “월 1024만 원, 연 1억2천만 원 소득의 가정까지 이자를 면제해 줄 정도로 시급한가? 그 돈이 있다면 대학에 가지 않는 20~30%의 청년을 돕기 위한 고민을 정치권이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개정안으로 연간 840억 원의 재정이 더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으나, 이자 면제 혜택이 확대되면 가수요가 생겨 재정 부담이 불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정부와 여당은 예상한다.
교육부는 개정안이 아직 상임위를 통과했을 뿐 이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표결을 남겨둔 만큼 국회와 충분한 논의를 해나간다는 입장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개정안 통과 직후 “제도 취지와 맞지 않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추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제도의 취지가 잘 살아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