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부와 언론은 지난 17일 ‘한국이 최대 80억 달러(한화 약 10조 원)를 연 0.15% 초저금리로 40년간 대출하도록 한국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 재원 조달에 관한 예비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런 내용은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보도에 이어 정부 관보에도 실렸다.
17일은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가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만난 하루 뒤다.
우크라이나 언론 TSN은 17일 오전 7시15분 ‘최대 80억 달러 지원: 한국, 우크라이나에 전례 없는 지원 예정’ 제목의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정부의 공식 사이트인 ‘거버먼트 포털(Government Portal)’도 2시간 후인 오전 9시 18분 ‘우크라이나, 압도적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한국으로부터 최대 80억 달러 유치’라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관보는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 장관이 ”한국이 대외경제협력기금 (EDCF) 산하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연 0.15% 금리로 최장 40년 동안 80억 달러의 차관을 지원하며 대출원금 상환 기간은 10년이 될 것”이라는 발언을 전했다.
관보는 한국으로부터 제공되는 최대 3억 달러 규모의 1차 차관을 올해 내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며, 그 기간은 이르면 다음 달로 예상되는 2단계 협정 체결 후 3~4개월 이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한국 안에서는 발표 또는 보도된 바가 없다. 젤렌스카 여사의 윤 대통령 면담과 관련한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의 16일 브리핑에서도 “젤렌스카가 한국의 지원 확대와 우크라이나 재건 동참을 당부했다”는 것 이외에 ‘10조 원 초저리 융자’ 관련 내용은 일체 언급되지 않았다.
외교 사항의 경우 발표 내용까지도 두 나라가 합의한 내용을 동시에 하는 게 관례라면, 우크라이나만 상세 내용을 발표하고, 우리는 피상적 내용만을 발표했다는 것 자체 역시 매우 이례적이 아닐 수 없다.
기획재정부의 17일 보도자료는 이런 불일치를 분명히 드러냈다.
‘한-우크라이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공여협정 가서명 -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한 우크라이나 지원의 기반 마련’이란 제목의 이 보도자료는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당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방한한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과 ‘대한민국 정부와 우크라이나 정부 간의 대외경제협력기금 자관에 관한 협정’(공여 협정)에 가서명했다‘는 사실만을 전했다.
이 보도자료는 “이번에 가서명된 대외경제협력기금 공여 협정은 향후 양국의 국내 절차 및 정식 서명을 거쳐 발효될 예정이다”이라고만 했을 뿐 체적인 차관 규모와 조건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아 우크라이나 정부-언론의 발표와 크게 달랐다. 다만 참고 사항으로 지난 2월 외교부가 ‘향후 1억 3천만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을 발표한 바 있다고만 언급했다.
당초 외교부가 지원을 약속한 액수 1억 3천만 달러와 비교하면 이번에 우크라이나 측이 밝힌 액수는 62배나 된다. 62배나 증액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보도자료엔 관련 사항이 일절 언급되지 않은 것이다.
한편 21~23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는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을 위한 고위급 면담이 열렸는데 이 자리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참석했으며, 건설사 삼부토건이 초청받았다.
이 소식에 따라 삼부토건 주가는 23일 현재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타면서 22일엔 상한가를 기록했다.
삼부토건의 최대주주 디와이디는 “계열사 삼부토건의 임원진이 25일까지 폴란드 바르샤바 등에서 개최되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위한 포럼에 초청받았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