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경제 = 홍성재 의학박사) “탈모 약이 호르몬 약물인가요?” 의외로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정답은 ‘아니다’이다. 정확히 말하면 프로페시아나 아보다트는 효소 차단제이다. 탈모인 중 일부는 탈모 약인 프로페시아나 아보다트를 호르몬 제제로 잘못 알고 복용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
앞머리와 정수리가 점점 얇아지는 남성형 탈모(안드로겐형 탈모)의 원인은 DHT(Dihydrotestosterone) 호르몬이다. DHT 호르몬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5α 환원효소에 의해 결합해 만들어지고, 이어 모유두의 안드로겐 수용체와 결합해 모근세포 파괴물질을 분비시킨다.
따라서 안드로겐형 탈모 치료 시 DHT 생성량을 감소시키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프로페시아 또는 아보다트를 복용하면 5α 환원효소의 활성도가 억제되어 DHT로 전환되는 양이 감소하여 탈모의 진행이 억제된다.
특히 남성 탈모인들이 탈모 약을 호르몬으로 오인하여 복용을 꺼리는 이유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감소시켜 ‘성 기능이 저하되지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탈모 약 복용으로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하면 증가했지 감소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테스토스테론을 DHT로 전환시키는 5α 환원효소를 억제하기 때문에 오히려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할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발기 과정에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음경의 발기는 음경 해면체에 혈액이 채워져 생긴다. 마치 풍선에 물을 채우면 채울수록 점점 커지는 것과 같다. 음경 해면체에는 피가 잘 들어올 수 있도록 문지기 역할을 하는 cGMP(cyclinic guanosine monophophate)라는 물질이 있다. cGMP는 산화질소(NO: nitric oxide)에 의해 조절되고, 산화질소 합성에는 테스토스테론이 필요하다.
즉, 테스토스테론이 충분해야 산화질소 합성이 증가하고 cGMP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여 음경 동맥으로 혈액 유입이 증가해야 발기가 잘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정을 살펴보면 프로페시아나 아보다트가 발기력을 약화시킨다는 이론적인 근거는 없다. 오히려 발기력 향상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3%에서만 일어나는 성기능 약화
그렇다면 왜 탈모 약 복용 후 발기력 저하가 생길까? 일부 논문을 추려보면 2가지 학설이 있다.
첫째, DHT 호르몬의 역할이다. 탈모 약 복용으로 DHT 호르몬이 감소하게 되면 음경 해면체 세포를 사멸(aptosis)시켜 발기력이 감소된다는 것이다.
둘째, 5α 환원효소의 역할이다. 탈모 약 복용으로 5α 환원효소가 감소하면 신경을 덮고 있는 미엘린 수초가 손상을 입어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Ach) 분비가 감소하면서 산화질소 합성이 줄어든다. 이로 인해 cGMP가 감소하면 음경으로 들어오는 혈액량이 부족해져 발기가 충분히 되지 않는다.
2가지 학설을 종합해 보면 프로페시아 또는 아보다트가 음경 해면체를 손상시키고 cGMP를 감소시켜 발기력이 감소한다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발기력 감소는 왜 탈모 약 복용자의 3% 정도에서만 발생할까?
그것은 아마도 탈모 약을 복용하면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테스토스테론은 음경해면체 세포가 사멸되는 것을 방지하고 cGMP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결론을 내리면 탈모 약은 병도 주고 약도 주는 이중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