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증가하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대출 규모도 확대된 가운데 은행 수신은 큰 폭으로 줄었다.
한국은행(한은)이 9일 발표한 ‘2023년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정책모기지론을 포함한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68조1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 원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5월(4조2000억 원), 6월(5조8000억 원)과 비교해 대출 증가 폭이 확대된 것이다. 올해 1분기 대출 감소 영향으로 7월까지 누적 가계대출은 10조1000억 원이었다.
이러한 가계대출 증가세는 전체 가계 빚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주담대가 이끌었다. 주담대 잔액은 한 달 전보다 6조 원이 늘어난 820조8000억 원으로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주담대에는 전세자금대출, 이주비·중도금대출 등 주택담보로 취급되지 않은 주택 관련 대출이 포함된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6월 전국 아파트 매매와 전세거래량은 각각 3만6000호와 4만9000호, 입주물량은 4만2000호로 집계됐다. 이는 5월보다 매매·전세거래량은 각각 1000호와 4000호 줄어들었지만 입주물량은 1만2000호 증가한 수치다.
7월 중 은행의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잔액은 246조1000억 원으로 사실상 제자리에 머물렀다. 한은은 높은 대출금리, DSR 규제 등에 따른 둔화 흐름이 지속된 가운데 분기말 부실채권 매‧상각 효과 소멸, 주식투자 관련 일부 자금수요 등으로 감소 폭이 줄었다고 진단했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6월까지 계약된 매매거래가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통상 2~3달의 시차를 두고 주담대 실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담대 증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대출금리가 여전히 높아 향후 가계대출이 어떻게 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가계대출 증가는 은행권 밖에서도 관측됐다. 이날 금융위원회(금융위)와 금융감독원(금감원)이 밝힌 ‘7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5조4000억 원 증가해 6월보다 1조9000억 원 증가했다.
대출항목별로 보면 전 금융권의 주담대 증가액은 전월보다 5조6000억 원 늘어난 반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6월보다 2000억 원 감소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권 주담대는 전세‧집단대출은 감소했으나 일반개별주담대 정책모기지 영향으로 증가했다”면서 “기타 대출은 6월 결산시 상각에 따른 기저효과와 신용대출 증가 전환 등으로 감소 폭이 둔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7월 중 은행 기업대출은 전달 보다 8조7000억 원 증가한 1218조7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6월 증가액(5조5000억 원)보다는 큰 폭이지만 전년 7월(12조2000억 원)보다는 줄어든 규모다.
대기업대출은 분기말 일시상환분 재취급과 기업 운전자금 수요 등으로 증가 폭이 확대(3조8000억 원) 됐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포함한 중소기업대출은 4조9000억 원 늘었다. 일부 은행의 대출확대 노력과 기업의 부가가치세 납부 기한(7월 25일) 관련 자금 수요 등으로 증가 폭이 확대된 영향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제외한 회사채는 상반기 중 발행된 회사채 만기 도래로 전월 대비 1조1000억 원 줄어들며 순상환이 지속됐고, 기업어음(CP)·단기사채는 6000억 원 늘어나며 순발행으로 전환됐다.
한편 지난달 은행 수신 잔액은 2228조4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23조1000억 원 감소했다. 특히 수시입출식예금은 기업의 분기말 결제성 자금 확보 등 계절적 증가 요인이 소멸되고 부가가치세 납부 등으로 기업자금이 인출되면서 감소했다. 정기예금은 가계자금을 중심으로 큰 폭(12조3000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산운용사 수신은 MMF(Money Market Fund·단기금융펀드)를 중심으로 전월보다 상당 폭(18조8000억 원) 증가했다. 분기말 자기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인출됐던 은행자금의 재예치, 국고 여유자금 유입 등의 영향이다.
<문화경제 한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