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케이옥션 8월 경매가 열린다. 총 61점, 약 73억 원어치가 출품되는 이번 경매는 한국화 및 고미술을 제외한 국내외 근현대 작품으로만 구성된다.
이우환의 바람 시리즈 2점을 선두로 윤형근, 박서보 등 추상작가들의 작품, 신문지에 유채로 그린 김환기의 뉴욕시대 작품 2점, 김창열의 200호 대작과 김종학의 100호 대작이 출품된다. 이번 경매 최고가 작품이기도 한 이우환의 1982년 작 ‘바람으로부터’는 주황색 계열의 색상으로 완성돼 강렬한 인상과 생동감을 더한다. 추정가는 8억 원에서 12억 원이다. 함께 출품된 ‘바람과 함께’는 추정가 2억 원에서 2억 5000만 원이다.
김환기의 뉴욕시대 작품 2점은 모두 신문지에 유채로 그린 1968년 작품으로, 그가 뉴욕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후 세계적인 작가들과 겨루고자 하는 도전 의식을 가지고 작업 반경을 넓혀가는 과정의 작품이다. 두 점 모두 추정가는 6000만 원에서 1억 8000만 원이다.
김창열의 ‘회귀 SH97008’은 한자 위에 물방울이 겹쳐 화면을 구성하는 회귀 시리즈의 중후기 특성을 잘 드러내는 작품이다. 한자와 바탕색의 경계가 모호하여 화면의 물방울들이 보다 청초하고 아련하게 빛난다. 200호 사이즈의 대형 작품으로 추정가는 1억 9000만 원에서 4억 원이다.
윤형근의 1990년대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순도 높은 검은 색을 바탕으로 한 간결한 화면이다. 이전 작업과는 다른 형태의 깊이감이 등장하고, 기존의 번짐과 투명함을 초월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오일의 비율이 줄어들어 건조해진 화면은 한층 더 깊은 정적을 느끼게 하는 이번 출품작의 추정가는 3억 5000만 원에서 4억 8000만 원이다.
한국의 아방가르드 예술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최근 활발한 해외 전시와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건용, 이강소, 이배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이대원, 천경자, 황염수, 이숙자, 남관, 김흥수 등 국내 화단에 궤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도 경매에 오른다.
더불어 한국을 대표할 차세대 현대 미술가로 손꼽히는 서도호의 소품이 출품된다. 한국화의 대가로 꼽히는 서세옥의 아들인 서도호는 아버지와는 완전 다른 분야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유목민적 삶을 살고 있기에 그는 집, 물리적 공간, 이주, 기억, 그리고 개인성과 공동체에 대한 질문과 탐구에 관심을 가진다. 서도호의 작업을 대표하는 소재 ‘집’은 개인이 가지는 최소한의 공간으로 관계 맺음이 일어나는 장소를 뜻하며, 그 집이 놓이는 공간에 따라 의미가 달라져 시간과 문화의 전이를 경험하게 한다. 대부분 대규모 설치 작업이 주를 이루기에 이번 경매에 출품된 소품에 애호가들의 많은 관심이 집중될 것을 기대한다. 추정가는 2800만 원에서 5000만 원이다.
현재 비엔나 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진행 중인 일본 네오 팝의 선두주자 요시토모 나라의 작품 2점과 야요이 쿠사마, 요시토모 나라 뒤를 이어 일본 미술계의 차세대 주자로 손꼽히는 아야코 록카쿠의 작품도 4점 출품된다.
일본 네오 팝의 선두주자인 요시토모 나라의 전시는 현재 비엔나 현대미술관(Albertina Modern)에서 열리고 있다. 2019년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그의 작품 ‘나이프 비하인드 백(Knife Behind Back)’이 1억 9569만 6000HKD(약 330억 원)에 판매되며 아시아 생존 작가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반항하는 듯 보이지만 귀여운 캐릭터는 독일 유학 시절인 1990년대 초에 완성됐는데, 팝아트와 일본적 미학이 결합돼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번 경매 출품작 ‘버스트 바리케이드(Burst Barricade)’도 그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추정가는 2억 5000만 원에서 3억 5000만 원이다.
한편 경매 출품작은 12일부터 경매가 열리는 23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작품 관람은 예약없이 무료로 가능하며, 프리뷰 기간 중 전시장은 무휴다. 경매 참여를 원하는 경우 케이옥션 회원(무료)으로 가입한 후 서면이나 현장 또는 전화 응찰, 그리고 온라인 라이브 응찰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또 경매가 열리는 23일 당일은 회원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경매 참관이 가능하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