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잔액이 1862조8000억 원을 기록하며 3분기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가 급증한 데다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도 늘었기 때문이다.
22일 한국은행(한은)이 발표한 ‘2023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6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1분기(3월) 말 대비 9조5000억 원(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3조6000억 원)와 올해 1분기(-14조3000억 원)에 전기 대비 감소세를 나타냈지만 반등한 것이다. 가계신용은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에 카드사와 백화점 등에서 결제한 판매신용 잔액을 더한 액수다.
가계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 잔액은 6월 말 현재 1748조9000억 원으로 3월 말보다 10조1000억 원(0.6%) 증가했다. 이 중 주담대 잔액은 1031조2000억 원으로 1분기 말보다 14조1000억원 늘어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반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은 4조 원 줄어든 717조7000억 원을 기록했다.
기관별 가계대출 잔액은 먼저 예금은행이 3월 말보다 4조 원 증가한 894조5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기타대출은 1조7000억 원이 줄었지만 주담대가 5조8000억 원 증가한 영향이다.
이에 비해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잔액은 주담대와 기타대출 모두 3분기 연속 감소하면서 전분기 말 대비 6조5000억 원 줄어든 329조2000억 원으로 4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기타 금융기관 등은 1분기보다 주담대(+10조4000억 원)와 기타대출(+2조2000억 원) 모두 증가하면서 12조6000억 원(2.5%) 늘어난 525조2000억 원을 기록했다. 주택금융공사를 포함한 공적금융기관에서 특례보금자리론 등의 영향으로 4조7000억 원, 증권사 등 기타금융중개회사에서 7조8000억 원이 늘어난 영향이다.
한편 6월 말 판매신용 잔액은 카드사 등 여신전문회사(-5000억 원)를 중심으로 3월 말보다 6000억 원 줄어든 113조9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할부금융회사의 할부금융 리스크 관리 강화로 판매신용이 전반적으로 줄었지만, 계절적 요인으로 신용카드 사용액이 늘어 전체 판매신용 감소액은 1분기(-3조3000억 원)보다 축소됐다.
한은 관계자는 “2분기 가계신용이 9조5000억 원 늘었는데 2021년 4분기 17조4000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액”이라며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로 주택거래가 늘면서 개별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증가했고 판매신용 감소세도 계절 영향으로 둔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가계신용 전망에 대해 이 관계자는 “한은과 정부가 가계신용 증가세에 주목하고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3분기 이후 가계신용은 주택경기와 금융환경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예단하기 어렵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추이를 잘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경제 한원석 기자>